02. 옹기장이 대신 나귀를 사오다

옛날 한 바라문이 큰 잔치를 베풀려고 했다. 그는 제자에게 잔치에 쓸 질그릇을 마련해야겠으니 옹기장이를 한 사람 데려오라고 했다. 제자는 옹기장이 집을 찾아 나섰다. 도중에 그는 질그릇을 나귀 등에 싣고 팔러 가는 사람을 만났다. 그런데 잘못하여 나귀가 질그릇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그릇이 모두 깨어지고 말았다. 그 사람은 울면서 어쩔 바를 몰랐다.
이런 광경을 지켜보던 바라문의 제자는 그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슬퍼하십니까?”
“오랜 고생 끝에 그릇을 만들어 장에 내다 팔려고 가는 길인데 이 못된 나귀 때문에 모두 깨어졌으니 이를 어떻게 합니까?”
제자는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이 나귀야말로 참으로 훌륭합니다. 오랜 시간이 걸려 만든 그릇을 잠깐 사이에 모두 깨뜨려 버리니 그 솜씨가 대단하지 않습니까. 내가 그 나귀를 사겠습니다.”
옹기장이는 기뻐하며 나귀를 팔았다. 제자는 그 나귀를 타고 돌아왔다.
그를 본 스승은 제자에게 물었다.
“옹기장이는 데려오지 않고 웬 나귀를 끌고 오느냐?”
“옹기장이 보다 나귀가 더 필요합니다. 옹기장이가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든 질그릇을 나귀는 잠깐 동안에 모두 깨뜨려 버립니다.”
그때 스승은 이렇게 말했다.
“너는 미련하고 지혜란 조금도 없구나. 이 나귀는 깨뜨리는 일은 잘 할지 모르나 백 년을 걸려도 그릇 하나 만들지 못한다.”
세상에 은혜를 모르는 무지한 사람들도 그와 같다. 오랫동안 남의 은혜를 입고서도 그것을 갚을 줄은 모른다. 뿐만 아니라 손해만 끼치고 조금도 이익을 주지 못한다. 은혜를 배반하는 사람이 이 비유와 무엇이 다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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