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바라나시에 대제석군(大帝釋軍)이라는 왕과 월광(月光)이라는 부인이 있었는데 부인의 꿈은 항상 잘 맞았다. 그 나라에는 언제부터인지 금빛 사슴왕이 한 마리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원수진 두 사람이 강가에서 맞부딪쳤다. 그 중 힘센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붙잡아 강물 속에 던져버렸다. 그는 물에 떠내려가면서 구원을 청했다. 금빛 사슴왕은 강가에 나와 물을 마시다가 사람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물 속에 들어가 그를 업고 헤엄쳐 나왔다. 구원을 받은 사내는 끓어 앉아 합장하고 사슴왕에게 말하였다.
“나는 당신 덕분에 다시 살아났습니다. 나는 당신의 종이 되어 당신 은혜를 갚겠습니다.”
“내게는 종이 필요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부탁은 나를 보았다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렇게 하는 것이 은혜를 갚는 길입니다.”
그래서 그는 사슴왕이 거처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맹세하고 떠났다.
어느 날 밤 월광 부인은 꿈에 금빛 사슴을 보았다. 그리하여 왕에게 그것을 구해 달라고 간청하였다. 왕도 그 꿈이 맞는 줄 알기 때문에 온 나라에 영을 내려 누구든 금빛 사슴이 있는 곳을 알리는 사람에게는 그 상으로 오 백의 촌락을 주리라 하였다.
그때 물에 빠졌던 사람은 이 말을 듣고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가난하다. 왕에게 사슴있는 곳을 알려 상을 탈까, 아니면 은혜를 갚기 위해 잠자코 있어야 할까?’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 사람들은 대개 오욕락에 얽혀 있으므로 한 번 그 욕심에 빠지게 되면 어떤 나쁜 일이라도 저지르고 만다. 그러므로 물에 빠졌던 사람도 상금과 은혜를 갚는 일에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그는 끝내 욕심에 끌려 은혜를 저버리고 왕에게 가서 금빛 사슴이 있는 곳을 알렸다. 왕은 곧 군사를 데리고 나가 그 금빛 사슴이 있는 곳을 둘러쌌다. 거기에는 천 여 마리의 다른 사슴도 살고 있었다. 그 사슴들은 모두 놀라 흩어져 달아났다.”
금빛 사슴왕은 생각하였다. ‘지금 내가 달아나면 군사들은 나를 찾기 위해 저 많은 사슴들을 다 잡을 것이다. 차라리 내가 죽고 그들을 살리자.’ 금빛 사슴왕은 왕에게로 갔다. 물에 빠졌던 사람은 손을 들어 금빛 사슴이 저기 있다고 왕에게 알렸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중생이 만일 극단의 악업을 지을 때에는 그 과보는 이미 미래를 기다리지 않고 현재에 나타나는 법이다. 그는 은혜를 저버리고 악업을 지었기 때문에 그 사슴을 가리키던 순간 두 팔이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왕이 그것을 보고 까닭을 물었을 때 그는 다음과 같이 시로 대답하였다.
‘담벽을 넘어 남의 물건을 훔치는 그 사람을 일러 도둑이라 하네
그러나 은혜 입고 갚지 않는 자 그야말로 큰 도둑이라 하리.’
그리고 그는 그 동안의 사정을 자세히 왕에게 이야기하였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다음 게송으로 그를 꾸짖었다.
‘은혜도 모르는 이 무정한 사람아
대지는 갈라져 왜 너를 빨아들이지 않는가.
너의 혀는 왜 백 조각으로 끊어지지 않는가.
모든 귀신은 왜 너를 당장 잡아가지 않는가.
그처럼 큰 죄에 과보는 왜 이처럼 적은가.’
왕은 그 사슴이 큰 보살임을 알고 온 나라에 영을 내려 사슴을 잡지 못하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