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밧티(舍衛城)에 한 가난한 여인이 살고 있었다. 여인은 너무나 가난했기 때문에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밥을 빌어 겨우 목숨을 이어갔다. 어느 날 온 성 안이 떠들썩한 것을 보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프라세나짓왕은 석 달 동안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옷과 음식과 침구와 약을 공양하고 오늘 밤에는 또 수 만 개의 등불을 켜 연등회(燃燈會)을 연다고 합니다. 그래서 온 성 안이 이렇게 북적거립니다.”
이 말을 들은 여인은 생각했다. ‘프라세나짓왕은 많은 복을 짓는구나. 그런데 나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으니 어떻게 할까? 나도 등불을 하나 켜서 부처님께 공양해야겠는데.’ 여인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겨우 동전 두 닢을 빌어 기름집으로 갔다. 기름집 주인은 가난한 여인을 보고 기름을 구해 어디 쓰려느냐고 물었다.
“이 세상에서 부처님을 만나 뵙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이제 그 부처님을 뵙게 되니 얼마나 다행한 일입니까? 나는 가난해 아무 것도 공양할 것이 없으니 등불이라도 하나 켜 부처님께 공양할까 합니다.”
주인은 여인의 말에 감동하여 기름을 곱절이나 주었다. 여인은 그 기름으로 불을 켜 부처님이 다니시는 길목을 밝히면서 속으로 빌기를 “보잘 것 없는 등불이지만 이 공덕으로 내생에는 나도 부처님이 되어지이다.”라고 하였다.
밤이 깊어 다른 등불은 다 꺼졌으나 그 등불만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등불이 다 꺼지기 전에는 부처님이 주무시지 않을 것이므로 아난다는 손으로 불을 끄려 하였다. 그러나 꺼지지 않았다. 가사자락으로, 또는 부채로 끄려 했으나 그래도 불은 꺼지지 않았다.
부처님은 그것을 보고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아난다, 부질없이 애쓰지 말아라. 그것은 가난하지만 마음 착한 여인의 넓고 큰 서원과 정성으로 켜진 등불이다. 그러니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다. 그 등불의 공덕으로 그 여인은 오는 세상에 반드시 성불(成佛)할 것이다.”
이 말을 전해 들은 프라세나짓왕은 부처님께 나아가 여쭈었다.
“부처님, 저는 석 달 동안이나 부처님과 스님들께 큰 보시를 하고 수 천 개의 등불을 켰습니다. 저에게도 미래의 수기(授記)*¹를 주십시오.”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불도란 그 뜻이 매우 깊어 헤아리기 어렵고 알기 어려우니 깨치기도 어렵소. 그것은 하나의 보시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백 천의 보시로도 얻을 수 없는 경우가 있소. 그러므로 불도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여러 가지로 보시하여 복을 짓고, 좋은 벗을 사귀어 많이 배우며 스스로 겸손하여 남을 존경해야 합니다. 자기가 쌓은 공덕을 내세우거나 자랑해서는 안됩니다. 이와 같이 하면 뒷날에 반드시 불도를 이루게 될 것이오.”
왕은 속으로 부끄러워하면서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