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독 묻은 화살

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였다. 말룽카존자(尊者)는 홀로 조용한 곳에 앉아 이렇게 생각했다.
‘세계는 영원한가 무상한가? 무한한 것인가 유한한 것인가? 목숨이 곧 몸인가 목숨과 몸은 다른가? 여래는 마침이 있는가 없는가? 아니면 마침이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는가? 부처님은 이러한 말씀은 전혀 하시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태도가 못마땅하고 이제는 더 참을 수가 없다. 부처님께서 나를 위해 세계는 영원하다고 말씀한다면 수행을 계속하겠지만, 영원하지 않다면 부처님을 비난한 뒤에 떠나야겠다.’
말룽캬는 해가 질 무렵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로 갔다. 아까 혼자서 속으로 생각한 일들을 말씀드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부처님께서는 저의 이러한 생각에 대해서도 한결같이 진실한 것인지 허망한 것인지 기탄없이 바로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은 물으셨다.
“말룽캬, 내가 이전에 너를 위해 세상은 영원하다고 말했기 때문에 너는 나를 따라 수행을 하고 있었느냐?
“아닙니다.”
“그 밖의 의문에 대해서도, 내가 이전에 너를 위해 이것은 진실하고 다른 것은 다 허망하다고 말했기 때문에 나를 따라 도를 배웠느냐?”
“아닙니다.”
“말룽캬, 너는 참 어리석구나.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일찍이 너에게 말한 일이 없고 너도 또한 내게 말한 일이 없는데, 너는 어째서 부질없는 생각으로 나를 비방하려고 하느냐?”
말룽캬는 부처님의 꾸지람을 듣고 머리를 떨어뜨린 채 말이 없었으나 속으로는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부처님은 비구들을 향해 말씀하셨다.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만약 부처님이 나를 위해 세계는 영원하다고 말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를 따라 도를 배우지 않겠다.’ 라고 생각한다면, 그는 그 문제를 풀지도 못한 채 도중에서 목숨을 마치고 말 것이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독 묻은 화살을 맞아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받을 때 그 친족들은 곧 의사를 부르려고 했다. 그런데 그는 ‘아직 이 화살을 뽑아서는 안 되오. 나는 먼저 화살을 쏜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야겠소. 성은 무어고 이름은 무엇이며 어떤 신분인지를 알아야겠소. 그리고 그 활이 뽕나무로 되었는지 대로 되었는지를 알아야겠소. 또 화살깃이 매털로 되었는지 독수리털로 되었는지 아니면 닭털로 되었는지 먼저 알아야겠소.’ 이와 같이 말한다면 그는 그것을 알기도 전에 온 몸에 독이 번져 죽고 말 것이다.
세계가 영원하다거나 무상하다는 이 소견 때문에 나를 따라 수행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 세계가 영원하다거나 무상하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도 생로병사와 근심 걱정은 있다. 또 나는 세상이 무한하다거나 유한하다고 단정적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치와 법에 맞지 않으며, 수행이 아니므로, 지혜와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길이 아니고, 열반의 길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내가 한결같이 말하는 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곧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소멸과 괴로움을 소멸하는 길이다. 어째서 내가 이것을 한결같이 말하는가 하면, 이치에 맞고 법에 맞으며 수행인 동시에 지혜와 깨달음의 길이며 열반의 길이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이렇게 알고 배워야 한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말룽캬를 비롯하여 여러 비구들은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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