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많은 비구들과 함께 파바에 있는 어떤 동산에 머무르고 계실 때였다. 부처님은 달이 밝은 보름밤에 맨 땅에 앉아 비구들에게 법을 설한 다음 사리풋타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사방에서 많은 비구들이 모여 함께 정진하면서 자지 않는다. 나는 등이 아파 좀 쉬고 싶으니, 네가 비구들을 위해 법을 설해 주어라.”
부처님은 가사(袈裟)을 네 겹으로 접어 깔고 오른쪽 옆구리를 바닥에 대고 사자처럼 발을 포개고 누우셨다.
사리풋타는 비구들에게 말했다.
“이 파바성은 이교도 니간타(尼乾子)가 살던 곳인데 그는 얼마 전에 죽었습니다. 그 후 제자들은 두 파로 갈라져 서로 잘잘못을 캐면서 시비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 법을 잘 알지만 너는 그것을 모른다. 나는 바른 법을 가졌는데 너는 사견(邪見)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이 말이 서로 얽히어 앞뒤가 없이 저마다 자기 말만을 참되고 바르다고 합니다. 그래서 니간타를 따르던 이 고장 사람들은 다투는 무리들을 싫어합니다. 옳다고 주장하는 그 법이 바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법이 올바르지 못하면 해탈의 길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이를테면 허물어진 탑에는 다시 흙을 바를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여래의 법은 올바르고 참되어 해탈의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탑은 장엄하게 꾸미기 쉬운 것과 같습니다.
우리들은 마땅히 교법과 계율을 모아 그들과 같은 다툼을 막고 청정한 수행을 쌓아 모든 중생들에게 이익과 안락을 얻게 해야겠습니다.
수행자는 반드시 안으로 살펴야 합니다. 만약 성냄과 원한을 가지고 저들처럼 대중을 어지럽힌다면 화합한 대중을 모아 널리 방편을 베풀어 다툼의 근본을 뽑아야 합니다. 맺힌 원한이 다했을 때는 그 마음을 거두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성냄이 뒤틀어지면 시기하고 교활하여 스스로 자기 소견에 말려들어 사견(邪見)에 헤매고 치우친 편견에 떨어지고 맙니다.”
부처님은 사리풋타의 말이 옳다고 인정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