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조와 문수동자

세조와 문수동자 조선 제 7대 세조(수양대군)는 세종의 둘째 아들이자 문종의 아우로서 1425년 문종이 승하하고 왕위가 어린 조카 단종에게 돌아가자 측근인 한명회·권남 등의 권유에 의하여 1455년 마침내 김종서·황보인 등을 죽이고 단종을 몰아 낸 후 왕위에 올랐다.

그러나 그 후 단종의 복위운동을 했다하여 성삼문 등 사육신을 무참하게 죽이고 영월 청령포에 유배됐던 단종 마저 사약을 내려 죽이고 말았다. 이러한 그의 비인간적인 행동은 세인의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왕권강화와 학문 장려 등의 정책을 펴 나갔지만 어린 조카와 많은 신하들을 죽인 것을 인하여 항상 불안감과 죄의식 속에서 생활하였다.

어느날 밤 꿈에 단종의 어머니이며 문종의 아내되는 형수가 나타나서 세조를 호되게 꾸짖다가 “에이 못된 것! 어린 조카를 죽이다니! 조카의 자리가 그렇게도 탐이 났더냐? 에이! 더러워라”하면서 세조의 얼굴에 침을 탁 뱉었다.

그 후 세조는 꿈 속에서 침에 맞은 곳에 종기가 나기 시작하더니 온 몸에 퍼져서 결국은 문둥병에 걸리고 말았고 온갖 좋다는 약을 다 써보고 각지의 온천과 약수를 찾아 다녀 보았으나 효과를 볼 수 없었던 차에 마침내 오대산 상원사를 찾아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면서 병치료와 속죄를 하게 되었다.

하루는 세조가 상원사에서 500m쯤 떨어진 관대거리에 나가 관대와 띠를 풀고 맑은 계곡 물에 몸을 담그고 목욕을 하는데 아무리 씻어도 가려움증이 가시지 않아 길가에 한 소필승(동자)이 나타나기에 “얘 너 이리 와 내 등을 좀 밀어 줄 수 있겠니?”하니 사마승이 “예 그러지요.”하고 대답을 한 후 한참 등을 밀어주자 가려움증이 씻은 듯이 가시며 몸이 날 것만 같아졌다.

목욕을 끝낸 후 세조가 “참 그놈 기특하다만 어디 가든지 임금의 등을 밀어 주었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하자 사마승이 “예. 그러나 대왕께서도 다른 사람에게 문수동자가 와서 등을 밀어주었다는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하고는 몇 걸음 걷더니 사라져 버렸다. 그러고 나서부터 몸의 병이 점차 씻은 듯이 낫자 세조는 동자를 찾기 위해 상원사 뿐 아니라 오대산 전 암자를 뒤졌지만 끝내 그 동자를 찾을 수 없었다.

세조는 그제서야 자기의 병이 나은게 약효나 우연이 아니라 오직 부처님의 힘인 것을 알고 등을 밀어준 사미승이 다름이 아닌 문수동자의 화신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에 세조는 즉시 이름난 화공을 불러 자신이 보았던 문수동자의 모습을 자세히 설명하고 화상을 그리게 하였는데 두 번을 그려도 모양이 같지 않더니 세 번째에 가셔야 겨우 자신이 본 문수동자와 비슷하였다. 이렇게 그려진 문수동자상은 상원사에 받들어 모시고 강릉 신석평 7백석지기를 하사하여 문수동자상에 매일 불공을 드리도록 했다고 하는데 지금 문수동자의 화상은 없어졌고 본당의 오른쪽에 목각 문수동자상이 모셔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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