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문종황제의 일화 서기 699년 중국 당나라때 얘기다.
불도에 귀의한 문종황제는 독실한 불자였다. 그는 틈만 있으면 부처님께 예불을 올리고 큰스님을 청해 설법을 듣기도하였다.
그리고 내전에 불당을 따로 마련, 관음상을 모신 뒤 조석으로 예불과 기도를 올렸다.
때론 왕사같이 섬기는 유정선사를 청해 `화엄경’과 `법화경’ 강설을 들어 불교에 관한 조예가 깊었다. 국가에 대사가 있을 때면 꼭 관세음보살께 기도해 얻은 현몽으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순조롭게 해결했다. 불교에 귀의한 후 식 습관조차 바뀐 황제는 다른 어육은 다 금할 수 있었으나 유독 조개만은 끊을 수 없었다.
가는 것, 날 것 할 것 없이 국 끓여먹고 볶아 먹고 양념하여 먹는 맛이, 생각만 해도 군침이 감도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수랏상에 조개가 올라 있었다. 그런데 그 중 젓가락으로 아무리 뒤적여도 껍데기가 벌어지지 않는 놈이 있었다. 황제는 있는 힘을 다해 쪼갰더니 짝 소리가 나며 벌어졌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조갯살점이 금방 변하여 관음보살을 나투며 광명을 발하는 것이 아닌가. 보살의 상호가 하나도 틀림없이 상아뼈로 조성한 관음상이었다. 하도 신비로워 황제는 종남산 유정선사를 불렀다. “스님, 관음상이 조개 속에서 나왔구려. 조개 속에서 진주가 나오는 경우는 있어도 불상이 나온다는 말은 금시초문인데 관음보살상이 나왔으니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하였다.
“이는 32상으로 응화신을 나타내어 중생을 교화하시는 관음보살의 화신입니다.” “32상 가운데 조개신은 보지 못했는데 어떻게 32응신의 화신이라고 합니까.” “불신은 백억화신을 나투신다고 하지 아니하였습니까. 백억화신 가운데 어찌 조개로 나투는 화신인들 없겠습니까.” “관음보살은 보살이요.
부처가 아니거늘, 어찌 백억 화신을 나툰 다고 말씀하시나요.” “관음보살은 과거에 이미 성불하신 부처님 이건 만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대자 대비하신 원력으로 보살이 되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것이 모두 경전 가운데 있거늘 폐하께서는 어찌 의심하십니까.”
“`관음경’에 보면 관음보살이 각각 그의 형상을 응하여 제도시킬 자는 각각 그 형상을 나투어 설법하신다고 했는데 이 조개는 비록 관음상은 나투었으나 설법이 없으니 어찌된 일입니까?”
“폐하께서는 이 조개에서 관음상이 나온 것을 아무 사람이나 볼수 있는 흔한 일이라 생각하십니까.” “아니요. 관음보살의 신통변화겠지요.” “그러시다 면 폐하께서는 관음보살의 설법을 듣고 계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법문을 들은게 아니면 어찌 믿사 오리까. 귀로 듣고 믿으나 눈으로 보고 믿으나 견문이 한가지 아니겠습니까. 관음보살은 설함이 없이 설하시는(無說而說)것이 온즉 폐하께서는 들리지 아니하여도 들은 것으로 생각하시어서(不聞而聞)이 되셔야 합니다.”
문종황제는 한 소식을 얻은 듯 크게 기뻐하며 어느 절에든지 관음상을 모시라 명하였다. 자신도 그후 조개에서 나온 관음상을 산관음이라 하여 원불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