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은 듯이 사라진 병
의심하지 않는 강고한 믿음과 간절한 염원, 그리고 성실함이 깃들 때 갇혔던 마음의 감옥에서 해방될 수 있다. 이형업(55. 공덕성)보살은 기도를 통해 자기 벽을 허물고 대승보살의 길을 열어가는 불자다. 경남 하동 출신인 이씨는 20대부터 일찍 불가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10여년전 창원 이사를 계기로 우연히 수강한 불교의 교리와 불교문화 전반을 이해하면서 불교에 눈뜨게 된 것이다. 부처님 말씀을 하루 하루 배울수 있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환희였다.
2년쯤 지났을까. 날마다 좋은날만 있을 것같은 그에게 그 환희심 못지 않는 아픔이 함께 찾아오고 있었다. 평소 건강체질이었던 이씨는 어느날 우연히 공중 목욕탕에서 쓰러진후 뼈분리증이라는 ‘사형선고’를 언도받아야만 했다.
‘뼈분리증’. 첨단과학시대를 열어가는 현대의학도 그 치유방법을 개발하지 못한 죽음의 병. 전국의 명의를 찾아나선 해만 꼬박 2년. 그러나 그 어떤 명의와 명약으로도 완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자신이 인정하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철사로 허리를 고정시켜 꼬박8개월간 물리치료를 받아도 차도는 커녕 얼굴은 부어오르기만 했다. 허리충격 때문에 딱딱한 음식은 가까이 할 수도 없거니와 이제 잠도 서서 자야 할 정도로 병세가 날로 심각해졌다. 막역한 친구마저 하나씩 그의 곁을 떠나자 그는 절규했다. “부처님, 왜 저에게 이토록 가혹한 형벌을 내리십니까. 이제 새롭게 맺은 불법의 인연을 잘 가꾸려는데, 저보고 죽으란 말씀입니까.” 남에게 상처한번 주지 않고 살아온 삶이 저주스럽기만 했다.
방황의 악순환속에서 기력을 잃고 쓰러지려는 순간이었다. 죽음앞에 이른 그에게도 희망은 찾아왔다. “한오라기의 집착과 탐욕마저 버릴때 모든것을 얻을 수 있다”는, 어느날 그에게 찾아온 한 스님의 법문은 기울대로 기운 그 절망적인 삶에 실오라기 같은 생명의 빛을 안겨줬다.
“그래, 죽을 목숨, 모두 버리기로 하자, 모든 것을 부처님께 맡기고 마지막 여생을 불법을 여는데 쓰기로 하자” 이후 그는 무서운 결단을 내린다. 사력을 다해 기도에 들어간 것이다.
1천배 2천배 3천배… 불지사 4층 법당을 그는 4년간 하루도 걸르지 않고 찾았다. 울면서 한 계단 한 계단 몇 시간에 걸쳐 오르면 부서질것 같은 몸을 힘겹게 가누며 기도에 임했다.
처음에는 3배하기 조차 힘든 기도가 하루 하루 지나면서 3천배까지 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온전히 버리기로 한 원력대로 자신의 기도보다 “병이 나아 자신 만큼 절망에 빠진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껴안는 사회적 삶으로 변화될 것”을 염원했다. 어느날 기도속에서 그토록 애절하게 부여잡던 부처님과 관세음보살님 그리고 주지 정인스님이 집으로 찾아왔다.
너무도 감격스러워 어쩔줄 모르는 그를 세워둔채 스님은 방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바람이 들어왔네”라며 가사로 바람을 막은후 홀연히사라졌다. “스님, 스님” 꿈이었다. 이후 거짓말처럼 몸이 가벼워지기 시작하면서 그의 병은 완치됐다.
이씨는 현재까지 단한번도 끄트리지 않은 인등으로, 복지시설 양로원 교도소등 세상의 그림자를 밝히며 희망을 키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