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님 친견기

관세음보살님 친견기

옛날에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하기 위해 3년동안

토굴에 안거하여 정진하신 젊은 스님이 한 분 계셨습니다.

정진이 얼마나 극진한지 3년 만에 어떤 보살님의 응답이 있었습니다.

‘금강상 어느 모처에 가면 누가 있을 것이니 그를 만나보라’

스님은 다음 날 만행준비를 하여 금강산으로 갔습니다.

골짜기 골짜기 모처에 도착하니 어느 노인네 한분이 계셨습니다.

“영감님,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하고 싶은 데 어디로 가면 되죠”

“저 산꼭대기에 가면 어떤 영감이 있을 거야. 그 영감에게 물어봐”

그 노인의 말을 듣고 그 산꼭대기를 기어기어 올라가니 너무나 아리따운 처자가 우물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스님이 ” 여보시오, 낭자. 목이 말라서 그러니 물 한바가지만 주시오”

청하니 그 처자가 부끄러운 모양으로 버들잎 몇개 띄워 바가지를 내밀었습니다.

스님이 물을 한모금 마시기도 전에 어디선가 매서운 매 한대가 머리로 날아드는 것이 아닙니까.

정신이 아찔하여 고개를 들어보니 백발에다가 염소수염을 한시골 노인네가 ” 젊은 중놈이 어느 수작이냐. 앙” 하는 것이 아닙니까.

스님은 아프기도하고 화도 났으나 꾹 참고 물었습니다.

“영감님, 제가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자 하는데 어디에 가면 보살님을 볼 수가 있겠습니까?”

“관세음보살이라 관세음보살… 음, 그러면 저 나무짐을 지고 따라 오너라”

이 영감이 했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장정이 매는 나무짐의 두배나 되는 짐을 매고 그냥 걸어도 코가 닿을 듯한 비탈길을 따라 올랐습니다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자 하는 바램에 묵묵히 따라 나섰지요.

산꼭대기에 이 영감과 딸로 보이는 아리따운 처자의 집이 있었습니다.

짐을 풀고 방안으로 따라 들어가니 영감님이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하고자 한다… 음… 그러면 내 딸과 먼저 성혼을 하게..”

성혼, 스님은 그말 듣고 커다란 방망이로 한대 맞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출가하여 10여년을 수도하고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자

3년동안 토굴에서 용맹정진했는데 파계를 하고 성혼을 하라니….

“영감님, 그것은 도저히 안되겠습니다. 제가 미천한 비구라서…”

“예끼 이놈아, 친견… 흥, 당장 집어치워라, 이놈아!”

하고는 획 돌아서버리는 것이 아닙니까.

스님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친견하기로 결심하고 물 한그릇 떠놓고 성혼식을 올렸습니다.

스님은 지나간 날이 스쳐가면서 주루룩 눈물이 흘렀습니다.

식이 끝나고 합방에 들어갔는데…

‘비록 파계는 했지만 이 선은 넘지말아야 겠다’고 결심한

스님의 가슴에 이 처자의 손이 닿았습니다.

심장이 빨라지고 하늘이 노래지는 듯한 느낌….

주최 못할 욕망에 이끌려 온몸이 열기로 들떠 있었지만 꾹 참아냈습니다.

그런데 이럴수가… 온몸이 얼려 버렸습니다. ????

그렇게 합방의식을 치르고 다음날 “영감님, 성혼도 치루었는데 이제 친견을 좀…”

말이 떨어지자마자 머리에 불똥이 튀면서 날아든 뭉둥이 세례…

“당장가서 나무해라, 이놈아… 중놈이 파계해놓고 무슨 자랑이라고…”

스님은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이미 건너버린 강을 되돌이킬수 없었습니다.

1년을 꼬박 험난한 산길을 나무짐해서는 시장까지 나가서 팔고 쌀을 사서

이 부녀를 부양했습니다. 1년 후 “영감님, 저 친견 좀…” 또다시 달아든 몽둥이 세례….

3년을 부양한 스님은 결심했습니다.

“못된 영감, 3년을 부려먹고도 친견은 커녕 몽둥이 세례만 주다니… 어차피 파계한 몸… 어디서 구르나 여기보다 낳겠지…” 그렇게 스님은 떠날 결심을 하고

영감과 아내에게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영감이나 아내는 잡을 기색도 하지않고 잘가라는 둥 건강하라는 둥 이런 투의 얘기만 던지는 것이 아닙니까.

‘괘씸한…, 정이라곤 눈꼽만치 없는 냉혈한들…’이런 말들을 꼽씹으면서

미련없이 돌아섰습니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 옛날 그 모처에 그 노인네가 앉아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 관세음보살님은 잘 친견했는가!”하고 묻는 것이 아닙니까.

“관세음보살요… 관세음보살은 털끝도 안보이고 3년 동안 죽으라 머슴살이만 했소이다..”

“머라꼬… 아리따운 처자와 괴팝한 노인네가 없었단 말인가…”

“그들이야 물론 있었죠… 인정머리없는 인간들… 다신 저쪽으로 고개도 돌리기 싫소..”

“아니 머시라고… 그 처자가 관세음보살이여… 그 영감은 문수보살이고…

여보게 3년동안 그분을 모셨는데 자네는 그것을 몰랐단 말인가…”

“머시라고요. 그러면 당신은…”

“나, 나는 보현보살이지…” 하고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답니다.

생각해 보니 자신이 흘려버렸던 영감이나 아내가 하는 말이 그대로 경전이었다는 생각이 비로소 들었습니다.

스님이 급히 다시 산꼭대기로 올라가보니 사람도 집도 사라지고

덩그러니 집터만 남아 있지 않겠습니까…

스님은 회한의 눈물을 흘리고 그 자리에 토굴을 열어 다시 수도생활을 하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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