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재 속에도 불씨는 있다
어느날 위산이 밤늦게 백장선사를 뵈러 갔다.
선사는 위산에게 말했다.
“화로의 불좀 돋우어 주지 않겠는가?”
위산이 말했다.
“불씨가 없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아까 불이 있는 것을 보았는데……..”
선사는 벌떡 일어나 손수 재를 헤쳐서 불씨를 찾아내어 들어보이며 말했다.
“이것이 불씨가 아니고 무엇인가?”
위산은 그 자리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위산은 백장에 집어 든 불씨를 보는 순간 일상의 미혹에 감추어져 있는 불성을 보았다.
그러나 백장은 깨달음의 길에 들어선 제자에게 다시 세밀한 충고를 다하고 있다.
그대의 깨달음은 잠시 나타난 갈림길이다.
경전에서도 “불성을 깨닫고자 한다면 마땅히 시절인연을 관찰하라”라고 설하지 않았는가?
시절인연이 이르면 미혹했다가 깨달은 것 같고 잃었던 일을 기억하여 본래 자기의 물건이요, 남에게서 얻은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리라.
그러므로 조사께서 말씀하시기를
“깨닫고 나면 깨닫기 전과 같고, 마음이 없으면 법도 없어진다.”라고 하였느니라.
이는 허망한 범부와 성인의 차별이 없고 본래부터 마음의 법이 원래 구족하게 갖추었기 때문이니라.
그대의 깨달음을 잘 보호하여 지니기를 바랄 뿐이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