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여래의 광배를 잘라서
일본 선종의 개척자이며 『흥선호국론』의 저자인 에이사이(榮西, 1141~1215)선사가 어느 해 겨울 건인사(建仁寺)에 머물고 있을 때, 한 낭인이 병들고 굶주린 모습으로 선사를 찾아왔다.
에이사이는 낭인을 몹시 돕고 싶었으나 그 자신 역시 가진 것은 삼의일발(三衣一鉢)로 청빈한 생활을 하는 처지라 어떻게 손을 써 볼 여지가 없었다.
선사는 궁리 끝에 법당으로 들어가서 약사여래상의 금박 광배를 잘라내어 낭인에게 주며 말했다.
“이것을 팔아서 뭐라도 먹고 기운을 내어 약을 구해서 병을 치료한 뒤,힘을 내어서 무슨 일이라도 열심히 하게. 어쨌든 한 때의 방편은 되지않겠나?”
이를 본 제자들이 놀라며 말했다.
“가난한 이를 돕는 것은 훌륭한 일입니다.
그러나 너무 불경스럽지 않습니까?”
선사는 말했다.
“무엇이 지나치다는 말인가?
그대들은 단하선사가 목불을 불태웠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나는 불상을 불태우지도 않았으며 다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행했을 뿐이다.
부처님의 마음이란 대자비심이라고 경전에서도 설하고 있다.
아까와 같은 불쌍한 중생을 만약 부처님께서 보셨더라면 자신의 팔을 분지르고 다리를 꺽어서라도 도움을 주셨을 것을 광배 정도가 무엇이 아까워서 그렇게 소란들을 피우는가?”
제자들은 선사의 단호한 자비심 때문에 고개를 숙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선사를 찾아왔던 낭인은 관리로 입신하여 선사가 베푼 자비심을 백성들에게 그대로 펴면서 선사의 열렬한 후원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