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제녹왕(難提鹿王)의 전생 이야기
이 전생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그 어머니를 부양하고 있는 어떤 비구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옛날 구살라왕이 구살라국 사기다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사슴으로 태어났다.
그는 성장하여 이름을 난제라 하였는데, 그는 도를 지키고 행실을 삼가 하면서
항상 그 부모를 잘 부양하고 있었다.
그 때 그 구살라왕은 사슴사냥을 좋아하였다.
백성들에게 농사일은 조금도 시키지 않고 많은 신하들의 호위를 받으며 날마다 사슴 사냥을 나갔다.
사람들은 모여,
「여러분, 우리 왕이 우리 일을 방해하여 우리 생활은 위협을 받을 뿐이다.
우리는 저 안사나숲 궁원(富苑)을 둘러 문을 만들고 물길을 파고 풀을 심자,
그리하여 우리는 두 막대기나 몽둥이를 들고 숲에 들어가 잡목과 잡초를 두드려 거기 있는 사슴을 몰아내어, 마침 목장의 소처럼 그들을 위하여 궁원으로 몰아넣고 그 문을 잠그고는 왕에게 그 사실을 알리자.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 일에 종사하면 좋지 않겠는가.」
하고 의논하였다. 일동은 모두 찬성하였다.
그러하여 궁원의 모든 일을 준비한 뒤에 그 숲으로 들어가 여러 유순에 걸쳐 그것을 포위 하였다.
그 때 난제는 어떤 조그만 숲 그늘에서 그 부모와 함께 누워 있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방패와 창 등 갖가지 무기를 들고 그 숲을 포위하고는, 또 어떤 사람이 사슴들을 찾아 그 숲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난제는 그들을 보자,
「이제 나는 내 목숨을 바쳐 부모님을 구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 부모 곁으로 가서 가만히 말하였다.
「어머님, 지금 저 사람들은 이 숲으로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저들에게 발견될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나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부모님 생명은 가장 귀중합니다. 나는 부모님을 위해내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나는 숲 끝에 섰다가 사람들이 숲을 두들기기 시작할 때 뛰어나가 달아나겠습니다.
그러면 그들은 <이 조그만 숲에는 사슴 한 마리쯤밖에 없을 것이다> 생각하고 더 깊이는 들어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 잘 주의해 계십시오.」
하고 그 부모의 승낙을 얻고는, 한 소리 높이 외치면서 그 덤불에서 나와 달아났다.
그들은 과연 그 조그만 덤불에 한 마리 사슴밖에 없으리라 생각하고 더 깊이 들어가지 않았다.
난제는 달아나 다른 사슴들 속에 섞이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쫓아 모두 궁원 안에 몰아넣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왕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제각기 흩어져 집으로 돌아갔다.
그 뒤로 왕은 자기 혼자 가서 한 마리씩 사슴을 쏘아 잡아 두고 사람을 시켜 그것을 가져오게 하였다. 사슴들은 그 순번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 차례에 당한 사슴이 한쪽에 가만히 서 있으면 왕은 그것을 활로 쏘아 잡는 것이었다.
난제는 침착하게 물을 시며 풀을 적고 있었다.
그러나 그 차례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리하여 많은 시일이 지나갔다.
그 부모는 그가 보고 싶어
「내 아들 난제 녹왕은 큰 코끼리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다.
만일 그가 살려고만 생각한다면 울타리를 뛰어넘어 우리를 만나러올 것이다.
그에게 누구를 보내 보면 어떨까.」
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어느 길가에서 있을 때, 지나가는 어떤 바라문을 만나 물었다.
「현자님, 당신은 지금 어디로 가시는 길입니까?」
「나는 지금 사기다로 가는 길이다.」
「그렇다면 저희 아들 난제에게 이런 소식을 전해 주십시오.」
그는 그러자 승낙하고 사기다로 갔다. 그 이튿날 궁원으로 가서 난제 녹왕의 거처를 물어 찾았다.
그랬더니 난제는 달려와 그 곁에 서서
「내가 난제입니다.」
고 하였다. 바라문은 그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 하였다.
난제는 이 말을 듣고
「바라문님, 만일 내가 가려고만 한다면 이 울타리를 넘어서라도 꼭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왕에게서 갖가지 먹이를 얻어먹고 많은 은혜를 지고 있습니다.
또 이런 사슴들과 오랜 동안 같이 살았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내 힘을 다해 그 은혜를 갚지 못하고 간다는 것은 기분 나쁜 일입니다.
그래서 내 차례가 왔을 때 나는 왕에게 그 은혜를 갚고 즐겁게 돌아가려 합니다.」
이 말을 듣고 바라문은 돌아갔다.
그 뒤에 그의 차례가 된 날에는 왕은 많은 신하를 데리고 궁원으로 갔다.
보살은 한쪽에 가만히 서 있었다. 왕은 그를 쏘려고 활 시울에 화살을 대었다.
보살은 다른 사슴처럼 죽음이 두려워 달아나지 않고 태연히 자비로 교도하는 태도를 보이며, 기꺼이 그 몸을 내맡기고 엄연히 서 있었다.
왕은 그 인자한 품위에 억압되어 활을 쓸 수가 없었다. 보살은 외쳤다.
「대왕님, 왜 활을 쏘지 않습니까. 빨리 쏘십시오.」
「사슴의 왕이여, 나는 활을 쓸 수 없구나.」
「대왕님, 덕이 있는 자의 위덕을 아셨습니까.」
왕은 보살의 말에 감격되어 활을 놓고
「이 무심한 나뭇조각까지도 그대의 덕을 느끼어 알았거늘 하물며 감정이 있는 인간인 내가 어찌 그것을 모르겠는가. 나를 용서하라 나는 네 목숨을 건져 주리라.」
고 하였다. 보살은
「대왕님, 당신은 내 목숨을 살려주셨습니다. 그러면 이 궁원에 있는 다른 사슴들은 어쩌시겠습니까?」
「나는 그들도 다 살려 주겠다.」
고 하였다. 이리하여 보살은 저 옛날의 용수 녹왕처럼 그 숲에 있는 모든 사슴과 공중에 나는 새 물에 노는 고기까지 모두 그 몸의 안전을 얻게 하고 왕에게는 5계를 지키게 하고는
「대왕님, 왕이 된 이는 악법을 부수고 왕의 10법을 실시하여 사섭법으로 나라를 다스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고 다음 게송을 읊었다.
「보시와 지계(持戒)와 사리(捨離)와
정의와 유화(柔和)와 정진과
성내지 않기와 해치지 않기와
욕을 참기와 어리석지 않기
이런 선법을 잘 지니어
친히 그 몸에 체현(體現)하면
인자한 마음은 그 몸에 생기고
선한 마음이 스스로 늘어난다.」
보살은 이렇게 말하고 며칠 동안 왕의 곁에 있으면서 그 나라의 모든 중생들의 생명의 수호를 선언하면서 금북을 치고 돌아다녔다.』
부처님은 다시 전생과 금생을 결부시켜
『그 때의 그 부모는 지금의 저 대왕의 가족이요, 그 바라문은 사리불이며, 그 왕은 아난다요, 그 녹왕은 바로 나였다.』
고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