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원숭이와 뿔 없는 용(별주부전 원전)
옛날 큰 바다에 뿔 없는 용이 살고 있었다. 그의 부인이 임신 중 원숭이의 간을 먹고 싶어 하였다.
그 때 숫 용은 아내의 얼굴이 누렇게 되고 야위어 가는 것을 보고 참다못해 바다 밖으로 나왔다.
사방으로 헤매다가 어느 우담바라 나무 밑에 이르러 한 원숭이가 열매를 따먹고 있는 것을 보고 꾀었다. 「그대는 어찌하여 그런 위험한 나무에 몸을 의지하고 먹이를 구하는가?」
「이가 이런 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
「사양하는 바사타여, 저기 저 바다 건너에는 여러 가지 향기로운 과일들이 풍부하게 널려있다.
그대가 만일 그 곳에 간다면 그렇게 큰 힘을 들리지 않고도 먹을 것을 얻으리라.」
「그러나 나는 물은 건널 수 없다.」
「나의 등에 엎혀라. 그리하면 순식간에 갈 수 있다.」
이리하여 원숭이는 그 용의 등에 엎혀 바다 속을 헤어갔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과일나무의 향기로운 동산은 보이지 않고 푸른 바다만 깊어 갔다.
「용이여, 어찌하여 그대의 약속한 것이 보이지 않는가?」
「바사타여, 사실은 나의 아내가 임신중인데 그대의 간을 먹고 싶어 하여 그대를 꾀어 데리고 가노라.
그대는 이제 모든 것을 체념하고 내 아내의 좋은 약이 되어주기 바란다.」
당황한 원숭이는 꾀를 내었다.
「그대의 마음은 참으로 착하다. 그러나 내 간을 빼어 그 나무위에 걸어놓고 왔으니 어떻게 하나-?
우리가 다시 그것을 가지고 오자.」
어리석은 용왕은 그 지혜 있는 원숭이의 말을 듣고 곧 방향을 바꾸어 나무 있는 곳으로 왔다.
원숭이는 나무위로 올라가 종내 내려오지 않았다.
「바사타여, 어찌하여 내려오지 않는가?」
「이 어리석은 용이여, 네 계교가 비록 있으나 마음은 어리석고 참으로 좁구나.
이 세상 어느 누가 간을 빼놓고 다니는 것을 보았는가. 그대의 꽃동산에 아무리 좋은 과실이 있다 하여도 차라리 우담바라 거친 열매만 같지 못하네.」
마치 용은 날아가던 새가 기름덩이 같은 돌을 먹으려다 결국 그 맛을 볼 수 없어 주둥이만 버리고 돌아가듯 바다 속으로 돌아갔다.
그 때의 용은 파순이고 원숭이는 부처님이었다.< 오분율삼>
이 설화는 일찍이 우리나라에 유행한「별주부전」과 매우 내용이 흡사하다.
별주부전에서는 원숭이가 토끼로 각본 되고 용이 거북, 용의 부인이 용왕으로 바뀌어 있을 뿐이다.
별주부전의 원형은 곧 이 원숭이와 용의 설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니 뜻있는 이의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