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 열매의 전생이야기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제바달다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 수도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매, 그 왕의 사제(司祭)의 일가(一家)는 어떤 무서운 병으로 전멸하고, 오직 외아들 하나만이 방벽(防壁)을 부수고 도망갈 수 있었다.
그는 득차시라로 가서 세상에 이름 높은 스승 밑에서 3 베다와 기타의 학문을 배웠다.
그리하여 학문을 마친 그는 여러 나라를 행각하려고 스승을 하직하고 떠나 여러 곳으로 돌아다니다가 어떤 국경의 거리에 이르렀다.
그 부근에는 천민(賤民) 전타라족의 큰 마을이 있었는데 보살은 그 때에 거기 사는 뛰어난 현자였다.
그는 철 아닌 과일을 얻는 주문을 알고 있었다.
그는 아침 일찍 삼태기를 메고 그 마을을 나왔다.
그리하여 숲 속에 있는 알라나무로 가서는 일곱 걸음 떨어진 곳에 서서 그 주문을 외우면서 물 한 그릇을 그 나무에 쏟았다.
그러자 곧 썩은 잎이 나무에서 떨어지고 새 잎이 나며 꽃이 되었다.
또 떨어져서는 열매가 열고, 그것이 이내 익어 맛나고 양분이 있어, 마치 천상의 과일인 듯 나무에서 떨어졌다.
그는 그것을 주워 모아 먹을 만큼 먹고는 나머지는 삼태기에 가득 담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그것을 팔아 집안을 꾸려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젊은 바라문은 보살이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늘 생각하였다.
「저런 일이 될 수 있는 것은 반드시 주문의 힘일 것이다.
나도 저 사람을 가까이하여 세상에 둘도 없는 그 주문을 배우고 싶다.」
그래서 보살이 알라 열매를 얻어 오는 방법을 엿보아 그것을 완전히 알았다.
그러나 그 주문은 몰랐다. 그리하여 보살이 아직 숲에서 돌아오기 전에 그는 모르는 체 보살의 집에 가서 그 아내에게 물었다.
「스승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숲 속에 갔습니다.」
그는 보살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거기서 있었다.
조금 있다가 보살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마중 나가 메고 있는 삼태기를 손수 받아 집 안에 가져다 두었다. 보살은 그를 잘 관찰하고 그 아내에게 가만히 말했다.
「저 사내는 주문을 배우려고 여기 온 것이다.
그러나 저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므로 주문 같은 것은 결코 통하지 못할 것이다.」
한편 그 사내는 생각했다.
「나는 이 스승을 섬기면서 저 주문을 배우리라.」
그리하여 그는 그로부터 보살의 집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 일을 도왔다.
땔 나무를 해 오기도 하고 쌀을 찧어 밥도 지으며 세숫물을 떠오기도 하고 혹은 발도 씻어 주었다.
어느 날 보살은 그에게
「어이 젊은이, 네 발을 얹을 발 베개 하나 만들어 주지 않겠는가.」
고 했다. 그러나 별로 만들 만한 물건이 없어 그는 밤새껏 그 허벅다리 위에 보살의 발을 얹고 앉아 있기도 했다. 그 뒤 보살의 아내가 아이를 낳았을 때에는 모든 것을 다 보살폈다.
어느 날 그녀는 보살에게 말했다.
「여보, 저 젊은이는 가문이 좋습니다. 그런데 다만 주문 하나를 배우기 위해 우리 일을 갖가지로 돌보아주는 것입니다.
저이에게 주문이 배워 질런지 어떨지는 별 문제로 하고 그 주문을 한번 가르쳐 주어 봤으면 합니다.」
보살은 승낙하고 그에게 주문을 가르친 뒤에 그에게 말했다.
「이것은 세상에 둘도 없는 주문이다.
너는 이로써 막대한 재산도 얻을 것이요, 이름도 세상에 크게 들릴 것이다.
그런데 왕이나 대신들이 너에게 네 스승이 누구냐고 물을 때에는 결코 내 이름을 숨겨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만일 천민 전타라에게서 이 주문을 배웠다는 것을 부끄러워하여, 어떤 대가(大家)의 바라문이 스승이라 말하면 이 주문의 효력은 영원히 사라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당신 이름을 숨기겠습니까. 누가 묻더라도 나는 당신에게 배웠다고 말하겠습니다.」
하고 보살을 하직했다.
그리하여 그 전타라촌을 떠나 주문을 외우면서 바라나시의 수도로 들어갔다.
그는 거기서 암라 열매를 팔아 큰 부자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왕의 동산의 동산지기가 그에게서 암라 열매를 사서 그것을 왕에게 바쳤다.
왕은 그것을 먹고는 동산지기에게 물었다.
「너는 어디서 이처럼 훌륭한 암라 열매를 얻어 왔느냐.」
「대왕님, 어떤 젊은 사내가 철지난 그것을 팔고 있기에 나는 그 자에게 샀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는 그것을 이리 가져오도록 그에게 이야기해 두어라.」
동산 지기는 그 명령대로 했다. 그 뒤로 그 사내는 암라 열매를 궁성으로 바로 가지고 갔다.
그래서 왕은 그를 근시(近侍)로 삼고 그는 왕을 섬기게 되어 많은 재산을 얻고 차츰 왕의 신임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왕은 그에게 물었다.
「너는 지금이 제 철도 아닌데 어디서 이런 빛깔도 향기도 맛도 모두 좋은 암라 열매를 얻어 왔느냐.
이것을 네게 준 것은 용이냐, 금시조냐, 하늘 사람이냐 대체 누구냐.
혹은 이것은 어떤 주문의 힘으로 된 것이냐」
「대왕님, 아무도 그것을 내게 주지 않았습니다. 나는 세상에 둘도 없는 주문을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완전히 그 주문의 힘으로 된 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언젠가 그 주문의 힘을 보고 싶구나.」
「좋습니다. 대왕님, 언제고 그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튿날 왕은 그와 함께 동산으로 나가 그에게 그것을 보이라고 명령했다.
그는 명령을 받고 암라 나무 가까이 가서 일곱 걸음 떨어진 곳에 서서는 그 주문을 외우고 물을 나무에 쏟았다.
그러자 곧 암라 나무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열매를 맺어 큰 우박처럼 나무에서 떨어졌다.
사람들은 옷을 뒤흔들면서 박수갈채를 보낸다.
그리고 그에게 물었다.
「젊은이야, 그처럼 세상에 둘도 없는 그 주문을 너는 누구에게서 배웠느냐.」
그는 만일 자기가 천민 전타라에게서 배웠다고 대답하면 그것은 창피스러운 일이요, 또 사람들도 자기를 욕할 것이다. 이제는 이 주문을 잘 알았으니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명성이 높은 어떤 스승을 끌어대자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는 거짓으로
「득차시라에서 명성이 높은 어떤 스승에게서 배웠습니다.」
고 하였다. 이리하여 그는 참 스승을 배반했다.
그 때 곧 그 주문의 힘은 사라졌다.
그러나 아무 것도 모르는 왕은 매우 기뻐하면서 그와 함께 성내로 돌아왔다.
그래서 또 어느 날 왕은 암라 열매가 먹고 싶어, 그와 함께 동산으로 나가 상서로운 석대(石臺) 위에 앉아 그에게 알라 열매를 가져오라 하였다.
그는 명령을 받고 암라 나무 가까이 가서 일곱 걸음 떨어진 곳에 서서는 주문을 외우려 했다.
그러나 주문의 힘은 벌써 없어졌다.
그런 줄을 안 그는 빨개진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왕은
「저 사내는 전에 많은 종자들 앞에서 암라 열매를 가지고 와서 내게 주었다.
마치 두터운 구름이 내리는 비처럼 그 열매를 떨어지게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저럴까. 완전히 굳어진 것처럼 서 있지 않는가. 대체 저것은 무슨 일인가.」
고 생각했다. 그러하여 다음 게송으로 그에게 물었다.
「너는 일찍 나를 위해 가져왔나니 범행자여
작고 크고 할 것 없이 그 수많은 암라 열매를
그런데 지금은 주문을 외우는데도 바라문이여
그 열매는 하나도 네게 나타나지 않는 구나.」
이 말을 듣고 그는
「만일 내가 오늘은 열매가 열지 않는다고 하면 왕은 반드시 노할 것이다. 그러면 오늘은 거짓말로 속이자.」
하고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기다리리, 저 숙요(宿曜)의 좋은 운행(運行)을
찰나도 순간도 지금은 내게 맞지 않는다.
만일 숙요의 운행이 찰나라도 잘 맞으면
나는 많은 암라 열매 가져올 수 있으리.」
왕은
「전에는 이 사내는 숙요의 운행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왜 저런 말을 하는가.」
하고 다음 게송을 외웠다.
「너는 전에는 숙요의 운행을 말하지 않았다
전에는 찰나와 순간의 맞고 안 맞음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 많은 암라 열매 가져왔나니
그것도 빛깔 좋고 향기 높고 맛도 있었다.
전에는 그 주문 외우면 바라문이여
그 나무의 많은 열매 네게 나타났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주문 외워도 되지 않구나
오늘의 네 행동, 그것은 무엇인가
그것이 진실인가.」
이 말을 듣고 그는 거짓말로 왕을 속일 수는 없다.
만일 내가 진실로 말하면 왕은 반드시 나를 처벌할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할 수 없다.
나는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 생각하고 다음 게송을 외웠다.
「어떤 전타라 출신이 그 주문을 법다이
내게 가르쳐 주면서
또 그 주문의 성질을 내게 일러주었나니
<내 이름 내 성을 묻는 이 있더라도 부디 거짓으로 숨기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이 주문은 너를 버리리라>고
그 사람이 누구냐고 대왕님이 물었을 때에
나는 삿된 마음에 덮히어 거짓을 말했나니
<이것은 어떤 바라문의 가르친 주문이라>
고 이제 나는 주문 잃고 가엾은 몸 되어 울고 있을 뿐」
이 말을 들고 왕은
「이 나쁜 놈, 이런 보물에 주의하지 않다니, 이런 둘도 없는 보물을 손에 넣었다면 거기 그 출신의 높낮음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하고 성을 내어 다음 게송을 외웠다.
「에란다, 푸치만다
또는 파리바다카, 그 어떤 나무라도
꿈을 찾는 사람이 거기서 꿈을 발견했다면
그것은 그에 있어서 최상의 나무이네.
찰제리·바라문·폐사·수타
전타라·보갈사 그 어느 종족이라도
그 사람에게서 바른 법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그는 그대 있어서 최상의 사람이네.
막대기로 또 매로 저 자를 쳐라, 여러 사람들
저 천한 마음 가진 자의 목덜미 잡아 마구 때려라
갖가지 고생 겪어 얻은 둘도 없는 보배를
스스로 잘난 체하여 모두 잃어버린 저 사내를.」
신하들은 이 명령을 받고 그를 때리면서
「너는 이전 스승에게 가서 사과해야 한다. 그리하여 그 주문을 다시 얻은 때에는 여기 돌아와도 좋다.
그러나 다시 얻지 못하고는 결코 여기 와서는 안된다.」
하고 그를 쫓아 버렸다.
그는 이제 의지할 곳이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이제 스승님밖에 의지할 곳이 없어진 이 몸, 나는 스승님께 가서 사과하자. 그리하여 다시 한 번 청해 주문을 배우자.」
하고 슬픔에 잠기어 그 마을로 갔다. 오는 것을 보고 보살은 그 아내에게 말했다.
「그대, 저 자를 보아라 저 불량한 자는 주문을 잃고 다시 오지 않는가.」
그는 보살에게로 가서 인사하고 한쪽에 앉았다.
「왜 또 왔는가.」
「스승님, 나는 거짓말로 스승님을 배반하고 떠났기 때문에 큰 파멸을 당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그 스승의 훈계를 어긴 일을 낱낱이 말하였다.
그리고 다시 주문 배우기를 청하면서 다음 게송을 외웠다.
「마치 평지라 생각하고 걸어가다가
함정에, 구덩이에
또는 큰 나무뿌리가 썩어서 된 구멍에
떨어지는 것처럼
혹은 밧줄이라 보고 가까이 갔는데
그것이 검은 뱀인 것처럼
장님이 빛을 보지 못하여 불을 밟고 드는것처럼
이렇게 나도 스승님께 실수하는 죄를 범하였나니
지혜로운 사람은 주문 잃은 자를
다시 한 번 믿고 가르쳤다고」
그리하여 보살은
「어이, 너 그것은 무슨 말이야. 장님도 미리 타일러 주면 구덩이 같은 데를 주의해 걸어가지 않는가.
나는 너에게 미러 훈계해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너는 이제 와서 무엇 때문에 엉엉 울며 내게 왔는가.」
하고 다음 게송을 외웠다.
「나는 네게 법다이 주문 주었고
너는 또 법다이 그것 받았다
나는 진심으로 그 주문의 성질까지 일렀나니
법다이 행했으면 그것은 너를 떠나지 않았으리
온갖 고생으로 얻은 그것을, 이 우치한 자여
지금 인간 세상에서 얻기 어려운 그것을
그것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가던 그것을
무지한 자여,
거짓말하여 그 모든 것 다 잃어 버렸구나.
미련한 사람, 미혹한 사람, 은혜를 잊은 사람
거짓말하는 사람, 자제(自制)하지 못하는자
그런 자에게
이런 거룩한 주문, 나는 주지 않으리
그 주문 어디서 오라, 너는 떠나라
나는 불쾌 하나니.」
이렇게 보살은 그를 쫓아버렸다. 그는
「나는 이제 살아 무엇하랴.」
하고 숲 속에 들어가 가엾게도 죽어버렸다.』
부처님은 이 법화를 마치시고
『그 때의 그 은혜를 등진 자는 지금의 저 제바달다요, 그 왕은 저 아난다이며, 그 천민 전타라족은 바로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본생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