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전생이야기

물의 전생이야기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번뇌를 항복받은 일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가시국의 어느 마을에 두 사람의 친구가 물병을 가지고 밭에 나가 그것을 밭 귀퉁이에 두고 밭을 고르면서 목이 마르면 가서 그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들 중의 한 사람이 물을 마시러 갔다가 자기 물을 마시지 않고 다른 사람의 물을 마셨다.

저녁때가 되어 그는 밭에서 나와 몸을 씻고 서서

「나는 오늘 몸이나 입 등으로 나쁜 짓을 하지 않았는가.」

하고 반성하다가 남의 물을 훔쳐 먹은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그는 두려워 떨면서

「이 탐욕이 자꾸 불어가면 나는 나쁜 세계에 떨어질 것이다. 나는 이 번뇌를 억제해야 한다.」

고 생각하고는 물을 훔쳐 마신 일을 염두에 두고 더욱 관념을 수행하여 벽지불의 지혜를 얻게 되었다. 그리하여 얻은 그 지혜를 두루 생각하면서 서 있었다.

그때에 다른 한 사람은 몸을 씻고 일어나 그에게

「자, 여보게 이제 우리는 돌아가자.」

그는

「그대는 돌아가게. 나는 집에 일이 없네. 나는 벽지불이 되었네.」하였다.

「벽지불이란 그대 같은 사람인가.」

「그러면 벽지불이란 어떤 것인가.」

「벽지불은 두 손가락 길이의 머리털로 가사를 입고 북방 설산의 난다무라카 굴속에 살고 있는 사람이지.」

그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그 찰나에 그 속인의 모습은 없어졌다.

그리고 그는 새빨간 겹옷을 입고 번갯불 같은 허리띠를 매고 빨간 가사 한 자락을 벗어 올리고 구름 빛깔의 분소의를 두 어깨에 걸고 검은 찰흙의 바루를 왼쪽 어깨에 매달았다.

그는 공중에 서서 설법하고는 하늘 높이 올라 난다무라카 동굴에 내렸다.

또 가시국의 어느 마을에서 어떤 지주(地主)가 가게에서 쉬고 있다가 어떤 사람이 그 아내를 데리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 아내의 뛰어난 미모를 보고는 5관을 방종하여 바라보다가 그는 생각하였다.

「만일 이 탐욕이 왕성해지면 나는 나쁜 세계에 떨어질 것이다.」

하고 두려워 떨면서 관념의 수행을 더욱 쌓아 벽지불의 지혜를 얻었다.

그러하여 공중에 서서 설법한 뒤에 난다무라카 동굴로 갔다.

또 가시국의 어느 마을의 주민으로서 부자 두 사람이 길을 가다가 어떤 숲 입구에서 숨어 기다리던 도적을 만났다.

도적은 그 아들을 붙잡아 아버지에게 돈을 가지고 와서 아들을 데리고 가라 하고 아버지를 놓아 주었다. 또 와서 아우를 데려가라 하고 형을 놓아 주었다.

또 어떤 스승과 제자를 잡아 그 제자에게 돈을 가져와 스승을 데려가라 하고 제자를 놓아 주었다.

그 제자는 학문을 좋아하기 때문에 재물을 가지고 가서 그 스승을 찾아왔다.

그때에 어떤 부자는 거기 도적들이 잠복해 있음을 알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너는 나를 보고 아버지라 하지 말라, 나도 너를 아들이라 하지 않으리라.」

하고 이렇게 서로 의논해 두었다.

그래서 도적에게 붙잡혔을 때 도적은 그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서로 어떤 관계가 되는가.」

「우리는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하고 일부러 거짓을 말했다.

그들이 숲에서 나와 저녁때에 몸을 씻고 서 있다가 아들은 자기의 계덕(戒德)을 반성하여 거짓말한 것을 생각하고

「이 악행이 증대해가면 나는 나쁜 세계에 떨어질 것이다.

나는 이 번뇌를 억제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고 관념의 수행을 더욱 쌓아 벽지불의 지혜를 얻었다.

그리하여 공증에 서서 아버지에게 설법한 뒤에 난다무라카 동굴로 갔다.

또 가시국의 어느 촌락에 사는 어떤 지주(地主)는 살생을 금하고 있었다.

그 희생(犧牲)을 바치는 제사 때에 사람들은 모여와 그에게

「지주님, 지금은 희생제 때이니까, 우리는 사슴과 돼지를 잡아 야차신에게 공양할까 생각합니다.」

고 하였다. 그러자 지주는

「지금까지의 너희들 습관대로 하라.」

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많은 생명을 죽였다.

그는 그것을 보고

「이 사람들이 이처럼 살생하는 것은 내말 한마디 때문이다.」

고 후회하여 창에 기대서서 관념의 수행을 더욱 쌓아 벽지불의 지혜를 얻었다.

그리고 공중에 서서 설법한 뒤에 난다무라카 동굴로 갔다.

또 가시국의 어느 촌의 어떤 지주는 술 팔기를 금하고 있었다.

때에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지주님, 이전에는 이 시기가 되면 주제(酒祭)라는 것이 있었는데 우리는 어쩌면 좋겠습니까.」

고 하므로 그는

「그대들은 조상 때부터 하는 그대로 하는 것이 좋다.」

하였다. 사람들은 제사를 마친 뒤에 술을 마시고 싸움이 일어났다.

손이나 발을 부러뜨리기도 하고 머리를 깨기도 하며 흑은 귀를 찢기도 하여 벌을 받기 위해 그들은 모두 붙잡혔다. 지주는 그것을 보고

「내가 승낙하지 않았더라면 저들은 저런 고통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하고 후회하여 관념의 수행을 더욱 쌓아 벽지불의 지혜를 얻었다.

그리고 공증에 서서

「너희들은 게으르지 말라.」

고 설법한 뒤에 난다무라카 동굴로 갔다.

그 뒤 그들 다섯 사람의 벽지불은 행걸하기 위해 바라나시의 어떤 집 앞에 내려서서 복장을 정돈하고 훌륭한 걸음걸이로 탁발하면서 왕궁의 문 앞에 이르렀다.

왕은 그들을 보자 깨끗한 신심을 일으켜 왕궁으로 불러들여서는 그들의 발을 씻어 주고 향유(香油)를 바른 뒤에 갖가지 맛난 음식을 대접하였다.

그리고 왕은 한쪽에 앉아

「대덕님네, 여러분이 아직 젊은데 출가한 것은 갸륵한 일입니다.

아직 젊어 출가한 여러분은 애욕에서 여러 가지 환난을 보았겠지요.

여러분의 출가한 동기는 무엇이었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들은 다음 게송으로 각기 대답하였다.

「벗으로서 그 벗이 주지 않는

그 물을 나는 훔쳐 마셨네

그 때문에 그 뒤에 나는 내가 저지른

그 나쁜 일을 미워하고 뉘우쳐

다시는 결코 그런 짓 않겠다고

그 때문에 나는 출가하였네.」

「남의 아내를 보고 내게는 욕심이 일어났네

그 때문에 그 뒤에 나는 내가 저지른

그 나쁜 일을 미워하고 뉘우쳐

다시는 결코 그런 짓 않겠다고

그 때문에 나는 출가하였네.」

「대왕님, 숲 속에서 여러 도적은

우리 아버지를 붙잡아 결박했네

나는 그들의 물음을 받고

알면서 거짓으로 대답하였네.

그 때문에 그 뒤에 나는 내가 저지른

그 나쁜 일을 미워하고 뉘우쳐

다시는 결코 그런 짓 않겠다고

그 때문에 나는 출가하였네.」

「소마 제전이 거행되었을 때

사람들은 생명을 많이 죽였다.

그들에게 나는 살생을 승낙했다

그 때문에 그 뒤에 나는 내가 저지른

그 나쁜 일을 미워하고 뉘우쳐

다시는 결코 그런 짓 않겠다고

그 때문에 나는 출가하였다.」

「곡주(穀酒)와 과일 술과 또 벌꿀 술

처음부터 그것을 마시는 사람

그들은 지금 쓸데없이 많이 마셨네

그들에게 나는 술 마시기 승낙했네

그 때문에 그 뒤에 나는 내가 저지른

그 나쁜 일을 미워하고 뉘우쳐

그 때문에 나는 출가하였네.」

그들은 차례로 이런 게송을 읊었다.

왕은 그들 각각의 답을 들고

「대덕님네 당신에게는 그 출가가 적당한 것입니다.」

하고 찬사를 보내었다.

왕은 그들의 설법을 듣고 깨끗한 신심을 일으켜 의복과 약품을 주어 그들을 보내었다.

그들도 또 왕에게 사례하고 거기서 떠났다.

그 뒤로 왕은 물욕을 떠나 거기에 집착하지 않았다.

갖가지 맛난 음식은 먹어도 연자와는 이야기하거나 보지도 않고 왕실에 들어가 앉아도 욕심이 없으며, 흰 벽을 바라보고 갖가지 선정을 닦아 곧 선정을 일으켰다.

그는 선정을 얻자 애욕을 꾸짖어 다음 게송을 읊었다.

「실로 애욕이란 미워해야 할 것이다

심한 나쁜 향기에 많은 가시 거기 있다

그러한 그 애욕에 나는 빠져 있으면서

이러한 안락을 일찍 얻지 못했다.」

그때에 그 첫째 왕비는

「이 왕은 벽지불의 설법을 듣고 내게 불만을 가져 나와는 이야기도 하지 않고 침실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곧 왕을 사로잡아야 한다.」

생각하고 왕실 문 앞으로 가서 거기서서 왕이 애욕을 나무라는 감회 깊은 게송을 듣고

「대왕임, 당신은 애욕을 나무라고 계시지마는 애욕의 즐거움만한 즐거움은 없습니다.

이 말을 듣고 보살은 그녀에게

「이 나쁜 여자야, 그 따위 말이 있느냐.어째서 애욕에 쾌락이 있단 말이냐.

실로 애욕이란 고통으로 변하는 것이다.」

하고 꾸짖으며 다음 게송을 읊었다.

「애욕은 맛이 쓰고 그것은 고통이다.

애욕보다 더 심한 고통은 없다.

그들은 저 지옥에 떨어지나니

견고한 자비 없는 칼,

혹은 단도(短刀)에 가슴 찔리는

그것보다 애욕은 더 고통이다.」

보살은 이렇게 설법하였다. 그리고 대신들을 모으고는

「대신들, 이 나라는 그대들이 다스려라. 나는 출가하리라.」

하고 많은 인민들이 울며 슬퍼하는 가운데 일어나 공중에 서서 교훈을 주었다.

그리고 허공을 날아 북방의 설산으로 가서 기분 좋은 곳에 암자를 짓고 선인 생활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범천 세계에 났다.』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마치고

『그 때의 왕후는 저 라후라의 어머니이며, 그 왕은 곧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본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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