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성전 이야기
이 전생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고민하는 비구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옛날 부라후마닷타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건타라국 득차시라의 바라문 집에 태어났다.
지각이 났을 때에는 벌써 세 가지 <베다>와 여러 가지 학예에 조예가 깊어 당시의 유명한 아사리였다.
그 때에 바라나시의 어떤 바라문은 아들을 낳았다.
그의 생일날에 그 양친은 불을 피우고, 또 그 뒤에도 불을 끊지 않았다.
그 아들이 열여섯 살 되었을 때 양친은 그에게 말하였다.
「아들아, 우리는 네 생일날에 불을 피우기 시작해 지금까지 끊이지 않았다.
네가 장차 참으로 범천 세계에 가서 나고 싶거든 이 불을 가지고 숲 속에 들어가 화신(火神)에 공양하고 범천에 나기를 힘써라. 그리고 가정에 있고 싶으면 득차시라의 저 유명한 아사리에게 가서 공부한 뒤에 가정을 다스리도록 하라.」
그 아들은
「나는 숲 속에 가서 화신을 섬길 수 없습니다. 집에 있으면서 가정을 다스리겠습니다.」
고 하였다.
그리하여 부모를 하직하고 스승에 대한 사례로 천금을 받아 갖고 탁카실라로 가서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실은 그 양친은 아들이 가정 생활하는 것을 찬성하지 않고 숲 속에 보내 화신을 섬기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 어머니는 아들에게 여자의 죄악을 보여 그를 숲 속에 보내려 생각하고는
「저 현명하고 많이 아는 아사리는 내 아들에게 여자의 죄악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하고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아, 그러면 너는 저 <혐오의 성전>도 배웠느냐.」
「어머님, 그것은 배우지 못했습니다.」
「아들아, 너는 혐오의 성전도 배우지 않고 어떻게 공부를 마쳤다고 할 수 있겠느냐.
다시 가서 그것을 배우고 오너라.」
아들은
「그리하겠습니다.」
하고 다시 탁카실라를 향해 떠났다.
그런데 그 스승에게는 120세의 노모(老母)가 있었다.
스승은 손수 그 어머니를 목욕시키고 음식을 떠먹이는 등 갖가지로 보살폈다.
사람들은 그것을 비웃었다. 스승은
「그러면 나는 지금부터 숲 속으로 들어가 거기서 어머니를 보살피며 지내리라.」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어느 고요한 숲 속으로 들어가,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을 가려 선인들이 사는 초막을 짓고 타락이며 쌀 등 살림살이를 운반한 뒤에 그 어머니를 모시고 가서, 거기서 어머니를 보살피면서 살고 있었다.
이 젊은이는 득차시라로 가보았으나 스승은 없었다.
사람들에게 물어 스승의 간곳을 알고는 그 숲으로 찾아가 스승에게 경례하고 서 있었다.
스승이 물었다.
「그대는 왜 이처럼 빨리 돌아왔는가.」
「나는 아직 스승님에게서 <혐오의 성전>을 배우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체 누가 그대에게 <혐오의 성전>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던가.」
「스승님, 어머님이 말씀했습니다.」
보살(스승)은 생각하였다.
「혐오의 성전이란 없는 것이다.
아마 저 어머니가 이 아들에게 여자의 죄악을 보이려 한 것일 것이다.」
그리하여 보살은
「좋다. 그러면 너에게 혐오의 성전을 보여 주리라.
너는 오늘부터 내 대신, 어머니를 목욕시키고 음식을 먹이는 등 갖가지로 보살펴다오,
그리고 어머니의 손발이며 머리며 등을 어루만지면서
<할머님, 당신은 늙었으면서도 이처럼 몸이 아름다우신데 젊었을 때 어떠했겠습니까>
하고 칭찬하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
또 어머니의 손을 씻고 향수를 바를 때에는 그 손이 곱다고 칭찬하라.
이렇게 한 뒤에 어머님이 그대에게 하는 말이 있으면 부끄러워할 것도 없고 숨길 것도 없이 내게 알려라. 그렇게 하면 그대는 혐오의 성전을 배우게 될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배우지 못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그 때부터 스승의 명령대로 하였다.
그리하여 그가 되풀이해 칭찬하였으므로 그 노모는 생각하였다.
「이 젊은이는 나와 즐겁게 지내고 싶어 하는구나.」
그 눈멀고 늙어빠진 여자에게도 애욕(愛欲)이 일어났던 것이다.
노모는 어느 날, 젊은이의 아름답다는 칭찬을 받았을 때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나와 함께 즐겁게 지내고 싶으냐.」
「할머님, 나도 그러고 싶지만 우리 스승님은 매우 엄격하십니다.」
「너도 그러고 싶다면 내 아들을 죽여 버리려므나.」
「나도 스승님에게서 여러 가지 교훈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단순히 애욕을 위해 스승을 죽이겠습니까.」
「만일 네가 나를 버리지만 않는다면 내손으로 죽이겠다.」
이와 같이 여자란 음탕하고 추잡한 것이다.
이처럼 늙은 여자도 애욕을 일으키고 번뇌에 휘몰리면 그러한 효자까지도 죽이게 되는 것이다.
그는 이 사실을 전부 보살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보살은
「젊은이여, 그대는 그 사실을 내게 잘 이야기 하였다.」
하고, 그 어머니의 수명을 점쳐 볼 때 그날이 바로 죽을 날임을 알았다.
「그리고 젊은이여, 그러면 지금부터 나는 어머니를 시험해 보리라.」
하고, 우둠바라 나무 하나를 베어 자기와 똑같은 크기의 목상(木像)을 만들고는 옷을 입혀 침대 위에 눕히고 거기에 실을 매고는 도끼와 길잡이 실 끝을 어머니에게 드리라고 하였다.
그는 가서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저 스승을 죽이라 하였다.
이때 할머니는
「너는 나를 버리지는 않겠지.」
하고 곧 가서 목을 쳤다.
그 때에 아들이
「탕」
하는 소러를 듣고 가서
「어머님, 무얼 하십니까.」
하니 노모는 속았다 생각하고 큰 소리로 외치면서 그 자리에 거꾸러져 죽었다.
그리하여 보살은 죽은 노모를 화장에 붙이고 그 불이 꺼진 뒤에, 숲 속의 꽃을 꺾어 던져 전송하였다.
그리고 젊은이를 데리고 초막의 입구에 맞아 그에게 말하였다.
「젊은이의 혐오의 성전이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여자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대 어머니가 혐오의 성전을 배우라 하여 그대를 내게 보낸 것은 여자의 죄악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지금 그대는 여자의 죄악을 분명히 보았다.」
보살은 이렇게 그를 훈계하고 집으로 보냈다.
젊은이는 거기서 스승을 하직하고 부모에게로 돌아왔다. 그 어머니는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혐오의 성전을 배웠느냐.」
「예, 배워왔습니다.」
「그러면 너는 지금 어찌 하려느냐 세상을 등지고 화신을 섬기겠느냐.
그렇잖으면 가정생활로 일생을 보내겠느냐.」
「어머님, 나는 분명히 여자의 죄악을 보았습니다. 가정생활은 필요 없습니다.
나는 집을 떠나겠습니다.」
하고 출가하여 도를 닦았다.
그리고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그 때의 그 어머니는 카아필라아니요, 그 아버지는 마하가섭이며 그 바라문의 제자는 아난다요 그 스승은 나였느니라.』
<본생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