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나무의 전생이야기
이야기는 부처법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장자 출신인 릿사대덕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어느 날 사위성에 사는 30인의 친우 선남자들을 향과 꽃·옷들을 가지고, 부처님의 설법을 들으려고 여러 사람을 따라 제타동산 절에 가서, 적철수(赤鐵樹)와 시일리나무 등이 우거진 속에 앉아 있었다.
좋은 향을 피운 향실에서 부처님이 나와 법당으로 가시어 장엄한 불좌에 앉으시자 그들은 조사와 함께 법당으로 나아가 향과 꽃을 부처님께 공양하고, 바퀴 무늬가 있고 피어 있는 길상의 연꽃과 같은 부처님의 두발에 예배하고 한 쪽에 설법을 들었다.
그 때에 그들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우리도 출가하자」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부처님이 법당에서 나오려 하실 때 가까이 가서 예배하고 출가하기를 청하여 부처님의 승낙을 얻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아사리와 화상을 청하여 구족계를 받고 5년 동안 그 아사리와 화상 밑에서 두 개의 본전요목(本典要目)을 익히 배워 삼명(三明)을 얻은 뒤에, 옷을 꿰어 물을 들이고 사문의 법을 행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물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존재에 대한 근심과 생·노·병·사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생사에 헤매는 경계를 바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어떤 행처(行處)를 수행해야 할까를 가르쳐 주십시오.」
부처님은 그들에게 서른여덟 가지 행처 중에서 가장 이익이 많은 것을 가려 말씀하셨다.
그들은 부처님의 말씀하시는 행처를 듣고는 오른 어깨를 드러내어 부처님께 예배하고, 암자로 돌아와 아사리와 화상을 뵙고 가사와 바루를 가지고 사문의 법을 행하고 거기서 나왔다.
그 때에 그들 중에는 쿠툰비카풋타·탓사대덕이라는 비구가 있었는데, 그는 게으르고 끈기가 없으면서 탐욕이 많았다. 그는 생각하였다.
「나는 한적한 곳에 있을 수도 없고 좌선할 수도 없으며 탁발해 생활할 수도 없다.
나는 가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 나는 돌아와 버리자.」
그리하여 그는 부지런히 노력하기를 버리고 비구들을 따라가다가 이내 돌아오고 말았다.
그런데 그 비구들은 구살라국으로 돌아다니다가 어떤 변두리 촌 근처에 있는 한적한 곳에서 안거에 들어갔다.
3개월 동안 괴로이 수행하여 관찰의 비밀한 이치를 깨달고, 대지 고함소리 속에서 아라한과를 얻었다.
안거를 마치고 자자식(自恣式)을 행한 뒤에, 수행하여 얻은 공덕을 부처님께 알려드리려고 그 곳을 떠나 제타동산 절에 돌아왔다.
가사와 바루를 챙긴 뒤에 먼저 아사리와 화상을 만났고, 그 다음에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하고 자리에 앉았다.
부처님은 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인사를 마치고 그들은 수행하여 얻은 공덕을 부처님께 사뢰었다.
부처님은 그들을 칭찬하셨다.
탓사 대덕은 그들이 공덕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자기도 사문의 법을 말한 생각이 일어났다.
그 비구들은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한적한 곳에 있고 싶습니다.」
하여 부처님의 승낙을 얻고는 부처님께 하직하고 암자로 돌아왔다.
그 때에 탓사 대덕은 밤이 되어 부지런히 노력하여 얼른 사문의 법을 닦으려고 밤중에 평생 곁에 서서 졸다가 넘어져, 허벅다리를 부러뜨려 매우 고통하고 있었다.
그를 간호하기 위해 비구들은 출발할 수 없게 되었다.
부처님께 문안할 시간이 되어 그들이 갔을 때 부처님은 그들에게 물으셨다.
「비구들이여, 어제는<내일이면 출발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세존이시여, 그랬습니다. 그런데 저 탓사 대덕이 때 아닌 때에 빨리 사문의 법을 닦으려다가 잠에 못 이겨 넘어지는 바람에, 허벅다리 뼈를 부러뜨렀기 때문에 저희들이 출발하지 못했습니다.」
부처님은
「비구들이여, 평소에 부지런히 노력하지 않다가, 때 아닌 때에 갑자기 정진한 것이 원인이 되어 너희들의 출발을 방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생에도 저 비구는 너희들의 출발을 방해한 일이 있었다.」하고, 과거의 일을 말씀하셨다.
『옛날 건타라국의 득차실라에서 보살은 유명한 아사리가 되어 5백명의 바라문 청년들에게 학예를 가르처 주고 있었다.
어느 날 그 제자들은 숲 속에 들어가 나무를 줍고 있었다.
그 가운데는 게으른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큰 바라나나무를 보고는 마른 나무인 줄 알고
「잠깐 누웠다가 저 나무에 올라가 가지를 꺾어 떨어뜨려 가지고 가자.」
하고, 옷을 벗어 펴고 누워 코를 골면서 자고 있었다.
다른 청년들은 섶을 묶어 가지고 돌아갈 때 그 청년의 등을 발로 차서 깨워 놓고 떠났다.
그는 일어나 두 눈을 비비면서 아직 잠이 덜 깬 채 나무에 올라가, 가지 끝에 눈을 찔렀다.
한 손으로 눈을 가리고 한 손으로 생나무 가지를 부러뜨려 떨어뜨리고 나무에서 내려와, 그것을 묶어 가지고 빨리 돌아와 쌓아 둔 섶 위에 두었다.
마침 그날, 그 지방의 어떤 부자가
「내일은 바라문회를 열자」하고 그 아사리를 초대했다.
그 스승은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내일은 저 어느 마을에 가야 하는데 아무 것도 안 먹고는 갈 수 없다.
아침 일찍 젖죽을 끓이게 해서 너희들 몫과 내 몫을 다가져오너라.」
그래서 그들은 아침 일찍 젖죽을 끓이려고 사비(寺婢)를 깨워 젖죽을 끓여 달라 하였다.
사비는 맨 위에 있는 생나무를 가져왔기 때문에, 아무리 불어도 불은 붙지 않고 그 동안 해가 떴다.
너무 늦어 출발할 수 없다 생각하고 스승에게 갔다.
「어찌 된 일이냐.」
「스승님, 출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왜 그러냐.」
「게으른 한 청년이 우리와 함께 나무하러 갔었는데 나무 밑에서 자다가 급히 나무에 올라가 눈을 다치고 생나무를 꺾어 와서 우리가 쌓아 둔 나무 위에 두었습니다.
죽을 끓이는 사비는 마른 나무라 생각하고 그것을 가져 왔기 때문에 해가 오르도록 불을 붙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출발에 지장이 생겼습니다.」
스승은 이 말을 듣고
「미련한 놈의 저지른 일 때문에 이런 지장이 생겼다.」하고 다음 게송을 읊었다.
「먼저 해야 할 일을
나중에 하려는 사람은
바라나무를 섶으로 꺾는 것처럼
뒤에 가서 고통을 남기느니라.」
부처님은 설법하신 뒤,
「그 때에 그 눈을 다친 비구는 지금의 허벅다리를 다친 비구요,
그 청년들은 지금 내 제자들이며 그 바라문의 스승은 바로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본생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