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의 전생이야기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어머니를 부양하는 어떤 비구에 말씀하신 것이다.
『옛날 마가다왕이 왕사성에서 그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수도의 동북방에 사린디야라는 바라문촌이 있었다. 그 동북지방에 마가다의 밭이 있었다.
사린디야촌에 코샤고타라는 바라문은 거기서 천 카리사의 밭을 가지고 벼를 심었다.
벼가 영글면 튼튼한 울타리를 만들고 어떤 이에게는 50 카리사, 어떤 이에게는 60 카리사, 이렇게 500카리사의 밭을 그 하인들에게 주어 지키게 하고, 남은 500 카리사만은 임금을 내어 한사람의 머슴에게 주었다. 망지기는 거기에 초막을 짓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전지(田地) 동북방의 어떤 높은 산 위에 견면수(絹綿樹)의 큰 숲이 있고 거기 몇 백 마리 앵무새가 살고 있었다. 그때 보살은 그 앵무새 무리의 왕자로 태어났다.
그는 자라나자 모습이 아름답고 힘도 세며 그 몸은 수레바퀴 통처럼 컸다.
그런데 그 늙은 아버지는
「나는 이제 멀리까지 갈 수 없다. 네가 이 무리들을 보호해라.」
하고 그 지배권을 그에게 주었다.
그는 그 이튿날부터 부모에게는 먹이를 취하러 가지 못하게 하고 스스로 그 부하들을 데리고 설산으로 가서 야생(野生)의 벼 밭에서 벼를 한껏 먹고, 돌아올 때에는 그 부모가 만족할 만큼 벼를 가지고 가서 부모를 봉양하였다.
어느 날 앵무새들이 그에게 말했다.
「전에는 지금쯤이면 마가다의 전지에 벼가 영글었는데 지금은 어떻겠습니까.」
「그렇다면 가서 보고 오라.」하고 그는 두 마리 앵무새를 보냈다.
그들은 날아가 마가다의 밭에 내렸는데 그것은 마침 임금을 받고 망보는 그 사내 밭이었다.
그들은 벼 이삭 하나를 물고 견면수 숲으로 돌아와 그것을 보살 발아래 떨어뜨리면서
「저기 이런 벼가 있었습니다.」
고 하였다.이튿날 보살은 앵무새들을 데리고 거기 가서 그 밭에 내렸다.
그 망지기는 이리 저리 돌아다니면서 새들이 벼를 먹지 못하게 하려 하였으나 되지 않았다.
다른 새들은 벼를 먹고는 그대로 돌아갔으나 보살은 많은 벼이삭을 묶어 가지고 돌아가 부모를 먹였다. 이튿날부터 새들은 계속 거기만 가서 벼를 먹었다.
그래서 망지기는
「만일 이 새들이 며칠만 더 이렇게 계속해 먹으면 벼는 아무것도 없게 될 것이다.
바라문은 벼를 평가(評價)해 보고 그것을 내 빚으로 할 것이니 나는 미리 가서 알려야겠다.」
하고는, 벼를 한 움큼과 그럴 듯한 선물을 가지고 바라문을 찾아가 공손히 인사하고한 쪽에 섰다.
바라문이 벼농사의 형편을 물었을 때 그는
「예, 바라문님, 벼는 잘 영글었습니다.」
하며 다음 게송을 외웠다.
「그 밭의 벼는 잘 영글었으나
앵무새들이 와서 먹네 코샤여,
바라문이여, 당신께 알리나니
나는 그것을 막을 수 없네.
그 중에도 실로 한 마리 새
그것은 가장 아름다운 것
그 벼를 한껏 먹고는
다시 부리로 그것을 물고 가네.」
바라문은 이 말을 듣고 보살에 대해 애정을 일으켜 밭지기에게 물었다.
「너는 덫을 놓을 줄 아는가.」
「예, 압니다.」
그래서 바라문은 다음 게송으로 말했다.
「말털의 덫을 놓아라
그 새가 벼를 가져가는 것처럼
그것을 사로잡아
내게 가져오너라.」
이 말을 듣고 밭지기는 벼를 평가해 빚을 지지 않은 것만을 기뻐했다.
그는 돌아가 말털로 노를 꼬고는, 그 날은 어디쯤 그들이 내릴 것이라는 장소를 살펴 둔 뒤에 이튿날은 이른 아침에 항아리만한 바구니를 만들어 덫을 놓고 그들이 가까이 오는 것을 망보면서 초막에 앉아 있었다.
한편 앵무왕(보살)은 다른 앵무새들에게 둘러싸이어 가까이 갔으나, 그는 탐욕이 적기 때문에 어제 먹던 장소, 즉 덫을 놓아둔 장소에 마치 발을 들여놓는 듯 내렸다.
그는 그가 사로잡힌 줄을 알고는 생각했다.
「만일 내가 사로잡혔다고 소리를 치면 저 권속들은 놀라 먹이도 먹지 않고 달아날 것이다.
저들이 먹이를 다 먹을 때까지 참고 있자.」
그리하여 그들이 배불리 먹은 것을 알았을 때, 죽음의 두려움에 놀라, 큰 소리로 사로잡혔다고 세 번 외쳤다. 부하들은 다 달아났다. 보살은
「저처럼 많은 권속들 중에서 다시 돌아와 나를 돌보아주는 자가 없다.
대체 나는 전생에 무슨 나쁜 짓을 했는가.」
하고 탄식하며 다음 게송을 읊었다.
「하늘은 날으는 저 새들은
먹고 마시고 그리고 달아났다
나 홀로 이 덫에 치이었나니
나는 전생에 무슨 죄 지었던가.」
밭지기는 보살의 외치는 소리와 새들이 하늘로 달아나는 소리를 듣고는, 무슨 일인가하고 초막에서 나와 덫을 놓아 둔 장소에 가서 보살을 보고
「내가 그 때문에 덫을 놓았는데 꼭 그 새가 잡혔구나.」
하고 기뻐하였다.
그리고 보살을 덫에서 풀고 두 다리를 묶어 사린디야촌으로 돌아와 그것을 바라문에게 바쳤다.
바라문은 강한 애정을 느껴 보살을 두 손으로 꼭 쥐어 무릎에 놓고 다음 게송을 하였다.
「그런데 저 다른 새들 배보다
앵무여, 네 배는 너무 크구나
그 벼를 한껏 다 먹은 뒤에
다시 부리로 그것 물고 가다니
혹은 거기 어떤 창고를 채우느냐
혹은 앵무여, 내게 무슨 원한이 있는가
벗이여, 나는 묻노니 청컨대 말해 보라
어디다 그 벼를 쌓아 두는가.」
이 말을 듣고 보살은 꿈같은 인간의 소리로 다음 게송을 읊었다.
「나는 당신에게 원한도 없고
내게는 또 곡식 창고도 없네
그러나 나는 저 견면수 숲에 들면
빚을 갚아야 하고 빚을 주어야 하며
그리고 거기서는 보물을 쌓나니
코샤여, 당신은 그런 줄 알라.」
그래서 바라문은 다음 게송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대가 준다는 빚이란 무엇이며
그대가 갚는다는 빚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보물을 쌓는가 말하라
그래야 이 덫에서 벗어나리라.」
이런 질문을 받고 보살은 다음 게송으로 그것을 설명했다.
「그 날개 아직 자라지 않은
어린 새끼 내게 있네 코샤여
그들도 또 이렇게 나를 부양하리니
그러므로 그들에게 빚을 주는 것이네.
그리고 또 내게는 늙은 부모 있나니
아주 늙어빠져 기운 다 떨어졌네.
그들을 위해 부리로 물어 날라
전에 진 빚을 갚는 것인데.
거기에는 또 다른 새들이 있어 날개쭉지 다 닭아 몹시 약하네
공덕을 위해 그들에게도 주려 하나니
현자는 그 공덕을 보물이라 이르네.
내가 주는 빚이란 이런 것이요
내가 갚는 빚이란 이런 것이며
쌓은 보물이란 또한 그런 것이네
코샤여, 당신은 이렇게 알라.」
바라문은 보살의 이 법어를 듣고 기뻐하면서 다음 게송을 외웠다.
「참으로 이 새는 기특하여라.
참으로 이 새는 그 덕이 높네.
이 세상의 사람들 가운데도
이처럼 덕 높은 이 많지 않으리.
그러면 얼마든지 이 벼를 먹어라.
그대의 저 모든 권속과 함께
우리는 또 언제고 다시 만나자
앵무여, 너를 만나 나는 기쁘네.」
바라문은 이렇게 보살에게 청하고 마치 사랑하는 아들을 바라보듯 상냥한 기분으로 바라보면서 그 밭에서 차고를 벗기고는 백번이나 끊인 기름을 다리에 발라 주었다.
그리고 행운의 자리에 앉히고는 황금의 바루에 담은 꿀을 섞은 볶은 쌀을 먹이고 또 사탕물을 먹였다. 그리하여 보살은 바라문에게 분발하라 훈계하고 다시 다음 게송을 읊었다.
「나는 먹고 마셨네 당신 집에서
나는 유쾌 하였네 당신 곁에서
무기를 버린 이께 보시 행하고
또 늙은 부모를 잘 공양하라.」
이 말을 듣고 바라문은 마음으로 만족하고는 그 감홍을 다음 게송으로 외웠다.
「아아, 오늘 행복이 내게 왔네
새 중에서 가장 뛰어만 새를 본 내게
앵무의 아름다운 그 말을 들었거니
나는 이제부터 많은 공덕 쌓으리.」
바라문은 보살에게 천 카리사의 밭을 주었으나 보살은 그것을 거절하고 카리사만을받았다.
바라문은 경계의 돌기둥을 파내어 그에게 그 천지를 주고는 합장하고
「그대는 가라. 비탄에 빠져 있는 그 부모를 위로하라.」
하며 그를 놓아 주었다.
보살은 마음으로 만족하여 벼이삭을 물고 돌아가 부모 앞에 놓고
「어머니, 아버지 일어나십시오.」
고 하였다. 양친은 눈물지은 얼굴에 미소를 띄우면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른 앵무들도 모여와서
「임금님, 어떤 사정으로 놓여났습니까.」
물었다. 그는 그들에게 그 동안의 사정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한편 코샤는 보살의 교훈을 지켜 그 뒤로는 행실이 바른 사문 바라문에게 많은 보시를 행하였다.』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마치고
『그 때의 그 앵무 무리들은 지금의 내 교단이요, 그 부모는 대왕의 일족이며, 그 밭지기는 저 차이요, 그 바라문은 저 아난다이며, 그 앵무의 왕은 바로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본생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