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활(等活)의 전생 이야기

등활(等活)의 전생 이야기

이 전생 이야기는 부처님이 죽림정사에 계실 때 악우(惡友)와 사귄 아사세왕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아사세왕은 부처님의 원적(怨敵)이요, 또 그 스스로는 비법(非法)으로 계율을 깨뜨린 제바달다와 친하였기 때문에, 드디어 진실이 아닌 그 거짓 인격을 너무 믿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땅에 떨어진 그의 명성을 회복시켜 주려고, 많은 국고금을 내어 상두산(象頭山)에다 장엄한 정사를 지었다.

그뿐 아니라 그의 모함하는 말을 따라, 법왕(法王)이자 동시에 이미 수다원과를 얻어 초학성자(初學聖者)의 지위를 이르러 성문성중(聲聞聖衆)들의 반열에 참여한 부왕을 죽임으로써, 스스로 수타원의 종자를 없애고 큰 화를 당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는 그 죄로 말미암아 땅이 갈라져 제바달다를 삼켜 버렸다는 말을 듣고는, 땅이 갈라져 그 마저 삼켜 버리지나 않을까하여 큰 공포에 사로잡혀, 왕이면서 왕으로서의 위안조차 얻을 수 없었다.

그는 편히 잘 수도 없고 다만 무서움에 떨고 있었다.

그는 항상 대지가 갈라져 아비지옥에 떨어지는 듯, 또 대지에 그 몸이 삼켜지는 듯, 쇠창에 찔리는 것만 같이 느껴져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실로 상처를 입은 닭처럼 두려워 떨면서 잠시도 안정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그는 부처님을 찾아뵈옵고 그 죄를 참회하고 그 가르침을 직접 받으려하였으나, 그 죄의 무거움이 너무 부끄러워 얼른 부처님께 가까이할 수도 없었다.

그 때 마침 왕사성에는 캇터카의 야제(夜祭)가 열리었다.

거리마다 아름다운 등불을 장엄하여 마치 지상의 천국이 나타난 것 같았다.

왕은 많은 대신과 사제들에 둘러싸이어 옥좌에 앉아 있었다.

왕은 옥좌 가까이서 왕을 모시고 앉아 있는 기바를 보고 마음속으로

「나는 저 기바와 함께 부처님께 나와 부처님을 뵈옵자.

그러나 나는 기바더러 같이 가자하거나 또 부처님께 나를 인도하라고 할 수도 없다.

여기 좋은 방법이 있다.

이렇게 우리가 가장 존경하고 숭앙할만한 사문이나 바라문은 누구일까. 그 주가 이 죄 많은 마음에 귀의하고 숭앙하는 생각을 일으켜 번민하는 내 가슴을 위안해 줄 수 있을까」

고 물으면, 이들은 각기 제 스승의 이름을 들어 찬탄할 것이다.

그 때에는 그와 함께 부처님께 갈 수 없을 것이다.

그 때에 어떤 대신은 불란가섭의 이름을 찬미하고 어떤 이는 말가리구사리, 어떤 이는 아기다시사흠바라의 이름을, 어떤 이는 사부타가전변의 이름을, 어떤 이는 산야이비라리불의 이름을, 또 어떤 이는 니건자의 이름을 찬미 하였다.

왕은 이들의 답을 듣고도 잠자코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마음속으로 기바 대신의 답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바는 왕이 과연 자기 답을 기대하고 있는 가를 끝내 기바에게 물었다.

「기바여, 너는 왜 그렇게 잠자코 있는가.」

그 때에 기바는 공손히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계신 곳을 향해 합장하고 멀리서 예배하고는

「대왕님, 저 응공·등정각자(부처님)는 그 제자 천 2백 50인과 함께 지낸 암마라 동산에 계십니다.

또 그 부처님은 이런 뛰어난 명성이 들리고 있습니다.」

하면서 아라한의 아홉 가지 공덕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그는 세상에 난 이후 처음으로 모든 예언을 초월한 부처님의 위상(威相)을 설명한 뒤에

「대왕님, 저 부처님을 존중하고 그 설법을 듣고 의심되는 것을 여쭈어 보십시오.」

하였다. 왕은 매우 기뻐하면서 기바에게 상거(象車)를 준비하라고 명령하였다.

상거는 이내 준비 되었다.

왕은 왕으로서의 위엄을 보이면서 암마라 동산으로 향하였다.

맑은 항피로 가득한 정사에서 많은 비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부처님을 멀리서 예배하고, 또 고요하기 큰 바다와 같은 비구들을 도처에서 보고는

「아아, 나는 일찌기 이런 위의 있는 모습을 본 것이 없다.」

하고 먼저 그 엄숙한 위의에 감격하여 합창경례하면서 찬탈하고, 다음에는 부처님께 예배하고 한 편에 앉아 사문과(沙門果)에 대해 질문하였다.

그 때에 부처님은 이배독송(二徘讀誦)의 의식을 행하고 사문과경을 말씀하셨다.

왕은 이 설법에 의해 기쁜 마음을 금하지 못하고 부처님의 용서를 빌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경례하고 물러갔다.

왕이 떠난 뒤에 조금 있다가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저 왕에게는 선과(善果)의 뿌리가 이미 끊어졌다.

비구들이여, 만일 저 왕이 그 왕위를 빼앗기 위해 착한 그 부왕의 목숨을 끊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 자리에서 욕심을 끊고 온갖 악을 떠나 법안(法眼)을 얻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제바달다를 친하였기 때문에 대지를 범했기 때문에 수타원과를 잃고 만 것이다.」

이튿날 비구들은 법당에 모여

「법우들이여, 아사세왕은 계율을 깨뜨리고 악업을 짓는 제바달다를 친하여 부왕을 죽이는 큰 죄를 짓고 마침내 수타원과를 잃었다. 왕은 제바달다 때문에 멸망했다.」

하며 서로 이야기하고 있을 때 부처님은 거기 오셔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바라문족의 큰 부호의 집에 태어났다. 그는 성장하자 득차시라에 유학하여 온갖 학예를 배우고 돌아와, 바라나시의 유명한 아사리가 되어 5백인의 청년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 청년들 중에 산지바라는 한 청년이 있었다.

보살은 그에게 죽은 사람을 살리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는 살리는 법은 배웠으나 해주(解呪)의 법은 배우지 못했었다.

어느 날 그는 다른 청년들과 함께 제 법력(法力)을 자랑하면서 어떤 숲 속으로 들어가 호랑이 한 마리가 죽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다른 청년들을 향해

「여러분, 나는 지금 이 죽은 호랑이를 살리리라.」

고 장담하였다. 다른 청년들은 어떻게 그런 일이 될 수 있겠는가고 하였다.

「여러분, 잘 보아 주시요, 나는 지금 이것을 꼭 살리겠소.」

청년들은 그러면 살려 보라하고 모두 나무 위로 올라갔다.

산지바는 무언가 주문을 외우면서 조약돌을 집어 그 죽은 호랑이를 세게 때렸다.

호랑이는 곧 살아나 맹렬한 형세로 달려들어 산지바의 목을 물어 죽이고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산지바도 거기 쓰러졌다.

그리하여 그들은 나란히 쓰러져 죽어있었다.

청년들은 숲에서 나와 그 아사리(보살)에게 가서 그 사정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아사리는 제자들에게

「악업을 지어 계율을 깨뜨리면서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이는 항상 그런 화를 당한다.」

하고 다음 게송을 읊었다.

나쁜 사람 친하고

나쁜 사람 돕는 이는

호랑이에게 산지바처럼

마침내 스스로를 죽이고 만다.

보살은 이 게송으로 청년들에게 설법하였다.

그리고 보시 등 선행을 닦다가 죽어서는 그 업보를 따라 날 곳에 났다.

부처님은 이 설법를 마치고

「그때의 그 죽은 호랑이를 살린 청년은 지금의 저 아사세왕이요, 그 유명한 아사리는 바로 나였다.」

고 말씀하셨다.』

<본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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