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광의 전생이야기
이 전생 이야기는 부처님이 죽림정사에 계실 때, 제바달다가 상두산에 있으면서 부처라고 자칭하고 있는데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갈기 긴 사자로서 설산의 황금 굴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유연히 몸을 일으켜 동굴을 나와 사방을 둘러보고 한 소리 높이 외치고는 먹이를 찾아 멀리 내달았다.
조금 가다가 물소 한 마리를 만나 물어 죽이고는 그 맛난 살코기만 먹고 산을 내려와, 어느 호수 가에 가서 맑은 물을 한껏 마시고 다시 제 동굴로 향하였다.
그 때에 먹이를 찾던 승냥이 한 마리가 갑자기 그 사자와 마주쳤다.
승냥이는 달아날 수 없었으므로 덮어놓고 사자 발아래 엎드렸다.
「승냥이여, 왜 그러느냐.」
「나는 당신 종이 되고 싶습니다.」
사자는
「그러면 좋다. 나를 섬겨라. 나는 네게 맛난 고기를 먹여 주리라.」
하고 그 승냥이를 데리고 황금 굴로 돌아왔다.
그 뒤로 승냥이는 언제나 사자 왕이 먹다 남은 고기를 얻어먹으며 살아갔다.
그는 며칠 동안에 누우면서 승냥이에게 명령하였다.
「승냥이야, 너는 저 산꼭대기에 서서 산기슭에서 놀고 있는 코끼리며 말·소며 그밖에 무엇이건 네가 먹고 싶은 짐승을 보거든 곧 내게 와서, 나는 어떤 짐승 고기가 먹고 싶다고 말하고 경례한 뒤에는
「부디 당신의 그 위광을 보여 주십시오.」하고 내게 말하라. 그러면 나는 그것을 잡아 그 고기를 먹고 너에게도 나누어 줄 것이다.」
승냥이는 산꼭대기에 서서 그가 먹고 싶은 짐승이 발견 되면 곧 황금 굴로 돌아와 사자 왕에게 알리고 그 발아래 엎드려 인사했다.
그러면 사자는 번개처럼 달려가, 비록 그것이 정기에 가득 찬 코끼리라 하더라도 그것을 죽여 맛난 고기를 먹고 그 나머지를 승냥이에게도 나누어 주었다.
승냥이는 실컷 그것을 먹고 제 집에 돌아와 언제나 유쾌하게 잤다.
때가 지남에 따라 승냥이는 차츰 그 마음이 교만해졌다.
「나도 훌륭한 네 발을 가지고 있다. 왜 날마다 남의 덕으로 살아가서 되겠는가,
지금부터는 나도 내 힘으로 코끼리며 그 밖의 짐승을 잡아 그 살을 먹고 싶다.
온갖 짐승의 왕인 사자도, 당신의 위광을 보이라는 말에 의해 정기에 가득 찬 코끼리도 잡아 그 고기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하고 사자에게 가서 말하였다.
「사자왕님, 나는 오랫동안 당신이 잡은 코끼리 고기를 얻어먹기만 하였습니다.
그러나 나도 이제 내 힘으로 코끼리 한 마리를 잡아 그 고기를 먹어보고 싶습니다.
당신이 앉아 계신 그 황금 굴에 나를 앉혀 주십시오. 그리고 당신은 산기슭에 놀고 있는 코끼리를 보거든 곧 내게 와서 「승냥이님 위광을 보이십시오.」라고 한 마디만 해 주십시오.
이 이상의 희망은 내게 없습니다. 이것은 내 일생의 소원입니다.」
그 때 사자왕은 이렇게 말하였다.
「승냥이야, 코끼리를 죽일 수 있는 것은 사자 족 뿐이다.
코끼리를 죽여 그 살을 먹을 수 있는 승냥이는 미안하지만 이 세계에는 한 마리도 없다.
너는 아주 틀린 희망은 버리는 것이 좋다. 내가 잡은 코끼리를 고기나 먹고 가만이 있거라.」
이렇게 훈계하였으나 그는 그 욕망을 버리지 않고 재삼 간청하였다.
사자왕은 할 수 없이 그 요구를 들어 주었다. 그리고 말하였다.
「그러면 내 황금 굴에 들어가 앉아 있거라.」
사자는 산기슭에서 정기에 가득한 코끼리를 발견하고 곧 동굴로 달려 들어가 승냥이에게
「승냥이님, 곧 위광을 보이십시오.」
하였다.
승냥이는 황금 굴에서 유유히 나와 사방을 곁눈질해 보고 세 번 외치고는 코끼리 이마의 성징(性徵)을 겨누어 달려들었다. 그러나 빗나가 그 발아래 떨어졌다.
코끼리는 오른발을 들어 그 머리를 밟아 그 두개골은 산산 가루가 났다.
그리고 코끼리는 발로 그 시체를 한 자리에 모아 놓고 그 위에 똥, 오줌을 갈겼다.
그리고 한 소리 높이 외치면서 깊은 숲 속으로 달려갔다.
「자, 승냥이여, 네 위광 보아라.」
하면서 다음 게송을 읊었다.
네 두개골은 가루가 나고
네 머리도 부서졌으며
네 가슴뼈도 다 부서졌다
지금이야 말로 네 위광 보일 때다.
보살은 이렇게 게송을 읊었다.
부처님은 이 설법을 마치시고
「그때의 그 승냥이는 지금의 저 제바달다요, 그 사자왕은 바로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본생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