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왕과 도마뱀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설법을 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떤 곳, 심산(深山)에 두 마리의 거북왕이 각기 배하(輩下)를 데리고 살고 있었다. 한 마리의 왕은 같은 심산에 떼지어 사는 도마뱀이 큰 나무에 올라가서는 떨어지고, 떨어져서는 다시 기어 올라가기를 거듭하고 있어 평안한 날이 없음을 보고, 이런 곳에 사는 것은 실로 위험한 일이다. 언제 우리를 위에도 이런 재난이 덮쳐 돌는지도 모른다.
빨리 여기를 도망쳐 안정한 곳을 구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배하의 무리들을 이끌고 이곳을 떠났다. 다른 거북왕은 전에 거북왕의 진정어린 권고를 듣지 않고 고집을 부려 이산에 머물렀다.
그로부터 열흘 뒤, 코끼리왕이 배하를 거느리고 이산에 들이닥쳐 큰 나무 밑에서 피로를 풀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와 같이 도마뱀은 큰 나무에 올라가서는 떨어졌다. 그 중의 한 마리가 코끼리왕의 귓속으로 떨어졌으므로 왕인 큰 코끼리지만 놀라고 괴로워 울부짖었다. 배하의 군상(群像)은 놀라고 허둥대어 그저 장난으로 이쪽 저쪽을 종횡(縱橫)으로 뛰어다닐 뿐이었다.
가엾은 것은 거북이들이었다. 놀라움과 노기로 뛰어다니는 코끼리떼 때문에 모두 밟혀죽고 말았다. 위험을 피하자고 권하는 말에 귀도 기울이지 않고 눌러 앉았던 한편의 거북왕은 죽음에 앞서 도리어 거꾸로 먼저 거북왕에게 원한을 품었다.
『이런 일이 있을 것을 미리 알고서 이것, 이것이라고 분명히 가르쳐주지도 않고, 자기만이 위험에서 피해갔다. 나는 지금 죽는다. 너는 살아 남아서 속이 편하겠지만, 미래(未來) 영겁(永劫)이 원한을 잊지 않고 다시 살아서 너를 만나는 대로 반드시 때려잡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라고 온갖 노여움과 원한을 남긴 채 죽어갔다. 자기의 어리석음과 고집을 깨닫지 못하고 죽어간 것을 가엾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거북왕은 데바닷다의 전신이다. 위험을 미리 점친 거북왕 쪽은 석존의 전신인 보살행(菩薩行)의 한 단면상이다.
<六度集經 第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