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한 꿈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 계시면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실 때의 일이다.
넓은 들 근처에 꽃이 피고, 과실 나무가 우거져서 사철 봄과 같이 평화롭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을이 있었다. 이 마을 근처에 五백 마리의 원숭이를 거느린 원숭이 왕이 두 곳에 살고 있었다.
그 중의 한 원숭이 왕이 어느 날 밤에 자기가 거느리고 있는 五백 마리 원숭이가 다른 원숭이 왕을 펄펄 끓는 가마솥에 던져 넣는 꿈을 꾸고 소름이 끼치는 심정으로 꿈에서 깨었다.
너무나 괴이하고 기분 나쁜 꿈이었으므로 마음에 걸려서 이튿날 아침 부하 원숭이들을 한 곳에 모아 놓고,
『나는 어젯밤에 이런 불길한 꿈을 꾸었는데, 대체 이것이 길몽이냐 흉몽이냐, 어쩌면 이 고장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너희들의 거리낌 없는 의견을 듣고 싶다.』
하고 말하였다.
원숭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왕님의 말씀대로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원숭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 원숭이왕은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로 결심하였으나, 동족인 또 한쪽의 원숭이왕에게도 한번 그 사정을 알리고 떠나는 것이 우정이라 생각하고 꿈 이야기와 부하의 의견을 섞어서 그 원숭이왕에게 털어 놓았다.
그런데 그 원숭이왕은,
『꿈같은 것을 믿다니, 미신도 이만 저만이 아니로구만. 그러나 자네가 그것을 궂이 믿고 이주하려거든 자네 마음대로 하게나. 나는 평생 여기를 떠나지 않겠네.』
하고 결국 한 패가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것은 자기들에게 덕이 된다 생각하고 꿈꾼 원숭이 왕의 권유를 물리치고 거기에 주저 앉아 살기로 하였다.
꿈을 믿고, 가까운 장래에 자기들의 신상에 무엇인가 커다란 화가 닥쳐올지도 모른다고 느낀 원숭이왕은 부하 五백 마리의 원숭이들을 데리고 그 날 안으로 다른 곳으로 이주해 버렸다.
그로부터 며칠 동안은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갔다. 그런데 이때 마을에 한 천한 여자가 있어 볶은 보리를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한 마리의 양이 와서 그 보리를 먹으려 하였으므로 여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불붙은 장작개비를 집어들고 양을 힘껏 때렸다.
양은 몸에 불이 붙은 채 놀라서 국왕의 궁전 코끼리 집으로 뛰어들었다. 그 코끼리 집에는 마른풀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으므로 양의 몸뚱이에 붙은 불꽃이 그 마른풀에 튀어 풀도 나무도 한꺼번에 훨훨 타올랐다. 코끼리집안에 있던 많은 코끼리들은 모두 화상을 입었다.
코끼리 지기는 이것을 보고 큰일 났다고 황급히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자기의 코끼리들이 화상을 입었다는 소리를 듣고, 곧 의사를 불러,
『코끼리가 데었으니 급히 손을 써라.』
하고 명령하였다.
이 때, 의사는 언젠가 근처에 살고 있는 원숭이들에게 자기의 논밭이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일이 있으므로, 원숭이에게 앙갚음을 하는 것은 이때라 생각하고,
『왕님, 이 코끼리의 상처는 원숭이의 기름을 바르면 즉석에서 낫습니다. 그러니, 근처에 살고 있는 원숭이들을 잡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고 청하였다. 왕은 곧 신하를 불러 원숭이를 잡아다가 그 기름을 짜라고 명하였다. 왕명을 받은 신하는 사냥꾼을 불러 원숭이들을 잡아 오라고 명하였다.
사냥꾼들은 사방으로 원숭이를 찾아다니다가 마침내 꿈을 믿지 않고 그곳에 머물러 살고 있던 넓은 들의 五백 마리의 원숭이와 그 왕을 모조리 잡아 국왕 앞에 끌고 왔다. 국왕은 의사를 불러다가 그 기름을 짜라고 명하였다.
논밭이 큰 피해를 입어 늘 괘씸하게 생각하고 있던 의사는 참혹하게도 원숭이들을 산채로 지글지글 끓는 가마솥에 던져 넣었다. 이리하여 다른 곳으로 옮긴 원숭이왕이 꾼 꿈은 바른 꿈으로 나타났다.
꿈을 믿고 다른 곳으로 이주한 원숭이왕의 한 무리는 이 엄청난 큰 재난을 면할 수가 있었는데, 그것은 다만 꿈을 믿었기 때문만이었을까.
꿈을 믿은 원숭이왕은 지금의 석존이시다.
<毘奈耶破僧事第二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