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자수대나경(太子須大拏經)

태자수대나경(太子須大拏經)

서진(西秦) 사문 성견(聖堅)이 명을받들어 한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 기원(祇洹) 아난빈지아람(阿難邠坻阿藍)에 계시면서 무앙수(無央數) 비구와 비구니, 우바새와 우바이의 4부제자(四部弟子)와 더불어 그 중앙에 앉아 계시었다.

이 때 부처님께서 웃으시며 입 속에서 5색(色) 광명을 내시었다.

아난은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정제하고 손을 모으고 무릎을 세우고 꿇어앉아[長跪] 부처님께 여쭈었다.

“제가 부처님을 모셔온 지 20여 년 동안 일찍 부처님의 웃음이 오늘과 같음을 보지 못하였사오니, 이제 부처님께서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부처님을 생각하십니까? 홀로 뜻이 있으시나이까? 듣기를 원하옵나이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시었다.

“내가 또한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부처님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과거 무앙수 아승기겁(阿僧祇劫) 때에 단바라밀(檀波羅蜜)을 행한 일을 생각하였노라.”

아난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것이 단바라밀을 행한 일이나이까?”

부처님은 말씀하시었다.

“지난 옛적 가히 헤아리지 못할 겁 때 큰 나라가 있었으니 이름은 섭파(葉波)였으며, 그 왕의 이름은 습파(濕波)였다.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며 백성을 그릇되지 않게 하였다.

왕에게는 4천의 대신이 있었으며 60의 소국(小國)과 8백의 취락(聚落)을 거느렸고 크고 흰 코끼리 5백 마리가 있었다.

또한 왕에게는 2만 명의 부인(夫人)이 있었으나 끝내 아들이 없자, 왕이 스스로 모든 신(神)과 산천(山川)에 기도하고 제사하여 부인이 곧 임신하였음을 깨달았다.

왕이 몸소 부인을 보살펴 평상과 침구와 음식을 모두 섬세하고 부드러운 것으로 갖추었으며 만(滿) 10개월에 이르러 곧 태자를 낳았다.

궁중의 2만 부인이 태자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다 기뻐하여 젖이 저절로 나왔다. 이 까닭으로 곧 태자를 수대나(須大拏)라고 이름하였다.

네 명의 유모(乳母)를 두어서 태자를 양호(養護)하였는데, 그 중에는 태자를 젖먹이는 이, 태자를 안아주는 이, 태자를 목욕 시키는 이가 있었고, 또 태자(太子)를 데리고 다니며 놀아주는 이가 있었다.

태자 나이 16세에 이르자 글쓰기와 산수와 활쏘기와 말 달리기와 모든 예(禮)와 풍악을 모두 갖추어 구족하였다. 또한 태자는 부모를 받들어 섬기기를 천신(天神) 섬기듯 하였고, 왕은 태자를 위하여 별도로 집을 세워 주었다.

태자는 어려서부터 항상 천하의 백성과 나는 새와 기는 짐승에게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중생으로 하여금 항상 그 복을 얻기를 원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색하고 탐하여 보시하기를 즐기지 아니하며 어리석고 의혹되어 스스로 속이어 자기에게도 이익이 없지만, 지혜 있는 이는 세간에 살면서 보시가 덕이 됨을 알고 보시하는 보살을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부처님과 벽지불(辟支佛)과 아라한(阿羅漢)이 함께 칭예(稱譽)하는 바가 되는 것이다.

태자의 나이 장성(長成)하니 대왕이 태자를 위하여 비(妃)를 들이었다. 비의 이름은 만지(曼坻)니 국왕의 딸이라 단정함이 둘도 없으며 묘한 유리와 금과 은과 여러 보배와 영락으로 그 몸을 꾸미었다.

태자는 아들 하나와 딸 하나를 두었는데, 태자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단바라밀(檀波羅蜜)의 일을 지으리라’ 하였다.

태자는 왕에게 여쭈었다.

‘성 밖으로 나가서 노닐며 구경코자 하나이다.’

왕이 바로 들어주어 태자는 곧 성을 나갔다.

그러자 천왕석(天王釋)은 내려와 가난하고 귀먹고 눈멀고 벙어리인 사람으로 변하여 길 가에 있었다. 태자는 보고 바로 수레를 돌려 궁으로 돌아와서 크게 근심하고 즐겨하지 아니하였다.

왕은 태자에게 물었다.

‘나가서 놀다가 돌아와서 무슨 까닭으로 즐겨하지 않느냐?’

태자는 여쭈었다.

‘제가 마침 나가서 놀다가 모든 가난하고 귀머거리에다 눈멀고 벙어리인 사람을 보았나이다. 이 까닭으로 근심하나니 제가 부왕께 한 가지 원을 빌고자 하온데 부왕께서 마땅히 들어주실 것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왕은 태자에게 대답하였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네가 구하는 바에 있어서는 너의 뜻을 저버리지 아니하겠노라.’

태자는 말하였다.

‘대왕의 창고 안에 있는 보배를 네 성문 밖과 저자 한가운데 두고 보시하되 구하는 대로 그 사람의 뜻을 어기지 않기를 원합니다.’

왕은 태자에게 말하였다.

‘네가 하고자 하는 대로 하여 너를 어기지 아니하겠노라.’

태자는 곧 옆의 신하에게 수레로 보배를 실어내 성문 밖과 시장 가운데 두고 보시하되 사람이 구하는 대로 그 사람의 뜻을 어기지 말라고 하였다.

그러자 팔방과 위와 아래가 태자의 공덕을 들어 알지 못하는 이가 없었으니, 사방 먼 데의 인민이 백 리로부터 온 이와 천 리로부터 온 이와 만 리 밖으로부터 온 이도 있었다.

음식을 얻고자 하는 이에게는 밥을 먹였으며, 의복을 얻고자 하는 이에게는 옷을 주었으며, 금과 은과 보배를 얻고자 하는 이에게도 뜻대로 주어서 얻고자 하는 것에 있어서 그 뜻을 거스르지 아니하였다.

이 때 적국(敵國)에 원수가 있었는데 태자가 희사하기를 좋아하여 구하는 것이 있으면 보시하되 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아니 한다는 것을 듣고 바로 모든 신하와 모든 도사를 모아 함께 의논하였다.

‘섭파국 왕에게 연꽃 위로 다니는 흰 코끼리가 있어 이름이 수단연(須檀延)인데, 힘이 세고 잘싸워서 언제나 여러 나라와 서로 싸우면 이 코끼리가 항상 이기니, 누가 능히 가서 청하겠는가?’

모든 신하는 함께 말하였다.

‘능히 가서 얻을 이가 없나이다.’

그 중에 도사 여덟 사람이 왕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저희가 가서 청하겠사오니 마땅히 저희에게 비용과 양식을 주십시오.’

왕은 바로 주면서 말하였다.

‘능히 코끼리를 얻는다면 내가 너희에게 중한 상(賞)을 주겠노라.’

도사 여덟 사람은 바로 떠나 지팡이를 가지고 멀리 산천(山川)을 건너 섭파국에 나아가서 태자의 궁문에 이르러 지팡이를 걸고 한 다리를 들고 문을 향하여 섰다.

이 때 문지기가 들어가 태자에게 여쭈었다.

‘밖에 도사가 있는데 모두 다 지팡이를 걸고 함께 한 다리를 들어 머물러서 스스로 말하기를 (일부러 먼 데로부터 왔는데 청할 것이 있다)고 하나이다.’

태자는 듣고 매우 기뻐하여 바로 나와 맞아서 앞으로 나아가 예배하기를 아들이 아버지를 뵙는 것과 같이 하고 서로 위로하여 물었다.

‘어느 곳에서 왔으며 여행 길에 근고함이 없었으며 무엇을 구하려고 한 다리를 들었는가?’

도사 여덟 사람은 말하였다.

‘저희는 태자께서 희사를 좋아하여 보시하되 구하는 것에 있어서 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아니한다는 것을 들었나이다. 태자의 이름이 팔방에 들리어 위로 창천(蒼天)에 사무치고 아래로 황천(黃泉)에 이르기까지 보시의 공덕을 가히 헤아릴 수 없어 먼 데나 가까운 데서 노래하고 외워서 들어 알지 못하는 이가 없나이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태자께서는 진실로 허망하지 아니하다)고 합니다. 이제 천인(天人)의 아들을 위하여 천인이 말한 것은 마침내 거짓된 것이 아닐 것입니다. 이제 태자께서 진실로 능히 보시하되 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신다면 태자께 연꽃 위로 다니는 흰 코끼리를 요구하고자 하나이다.’

태자는 바로 그들을 데리고 코끼리의 우리에 이르러 그들로 하여금 한 코끼리를 취하여 가게 하였다.

도사 여덟 사람은 말하였다.

‘저희는 바로 연꽃 위로 다니는 흰 코끼리 수단연을 얻고자 하나이다.’

태자는 말하였다.

‘이 큰 흰 코끼리는 부왕께서 몹시 아끼시는 것으로, 보기를 나와 다름 없이 보나니 그대들에게 주지 못하겠노라. 만일 그대들에게 준다면 곧 부왕의 뜻을 잃으리니, 혹 이 코끼리 때문에 죄에 걸려 나는 나라 밖으로 쫓겨날 것이다.’

태자는 곧 스스로 생각하였다.

‘내가 전번에 서원하기를 보시하는 것에 있어서 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않겠다고 하였는데 이제 주지 아니한다면 나의 본래 마음을 어김이다.

만일 이 코끼리로 보시하지 아니 한다면 어디로부터 마땅히 위없는 평등도(平等度)의 뜻을 얻겠는가. 허락하여 주어서 나의 위없는 평등도의 뜻을 이루겠노라.’

그리하여 태자는 허락하여 말하였다.

‘좋다. 원하는 대로 주겠노라.’

곧 좌우(左右)에 명령하여 코끼리에 금 안장을 입히어 지체 없이 이끌고 나와 태자는 왼손에 물 그릇을 들어 도사의 손을 씻게 하고 오른손으로는 코끼리를 이끌어다가 주었다.

여덟 사람은 코끼리를 얻고 곧 태자를 축원하였다. 축원한 뒤에 흰 코끼리에 모두 올라 타고 기뻐하면서 갔다.

태자는 도사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빨리 가라. 왕께서 만일 아시면 곧 쫓아서 빼앗을 것이다.’

그러자 도사 여덟 사람은 곧 서둘러 가버렸다.

나라 안의 모든 신하들은 태자가 흰 코끼리를 원수에게 보시하였다는 것을 듣고 크게 놀라고 두려워서 평상에서 떨어져 근심하고 즐겨하지 아니하여 생각하였다.

‘국가(國家)에서 다만 이 코끼리를 믿어 적국을 물리치는데’.

그리고 모든 신하는 왕에게 가서 여쭈었다.

‘태자께서 나라의 적을 물리치는 보배 코끼리를 원수에게 보시하였나이다.’

왕은 듣고 깜짝 놀랐다.

신하들은 다시 왕에게 여쭈었다.

‘왕께서 천하를 얻은 것은 이 코끼리가 있었던 까닭입니다. 이 코끼리는 60마리의 코끼리 힘보다 나은데 태자가 적에게 주었으니 장차 나라를 잃을까 두렵사오니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태자가 이와 같이 자기 멋대로 창고 속의 것을 보시하여 날로 비게 하니 신(臣)들은 나라와 그의 처자까지도 모두 다른 사람에게 내어줄까 두렵나이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더욱 크게 즐겨하지 아니하였다.

왕은 한 신하를 불렀다.

‘태자가 진실로 흰 코끼리를 가져다 적에게 주었느냐?’

신하는 왕에게 대답하였다.

‘진실로 주었나이다.’

왕은 신하의 말을 듣고 다시 크게 놀라서 평상으로부터 떨어져서 번민으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다가 찬물로 씻고서 한참 후에야 다시 살아났으며 2만 부인도 또한 모두 즐겨하지 아니하였다.

왕은 모든 신하와 함께 의논하였다.

‘마땅히 태자를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그 중에 한 신하가 있다가 말하기를, ‘다리로 코끼리의 우리에 들어갔으니 마땅히 그 다리를 끊고, 손으로 코끼리를 이끌어 왔으니 마땅히 그 손을 끊고, 눈으로 코끼리를 보았으니 마땅히 그 눈을 뽑아야 하나이다’ 하였고, 어떤 이는 마땅히 그 머리를 끊어야 한다고 하여 모든 신하가 함께 의논하는데 각기 말하는 것이 이와 같았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몹시 근심되어 모든 신하에게 말하였다.

‘아이가 크게 도를 좋아하여 사람에게 보시하기를 기뻐해서 그런 것인데, 어떻게 잡아 가두겠는가.’

그 중에 한 대신이 있어서 모든 신하의 의논이 마땅치 않음을 비난하기를 ‘왕에게 오직 이 한 아들이 있어서 몹시 사랑하고 중히 여기는데 어떻게 형벌을 주어 죽이려고 마음을 내는가’ 하고, 대신은 왕에게 여쭈었다.

‘신은 감히 대왕으로 하여금 태자를 잡아 가두라고 하지 못하겠사오니, 다만 쫓아서 나라를 나가게 하여 시골 산 속에다 12년 가량 두어서 그로 하여금 잘못을 뉘우치게 하소서.’

왕은 곧 이 대신의 말을 따라 곧 내인을 보내어 태자를 불러 물었다.

‘네가 흰 코끼리를 원수에게 주었느냐?’

태자는 왕에게 말하였다.

‘진실로 주었나이다.’

왕은 태자에게 물었다.

‘네가 이제 무슨 까닭으로 나의 흰 코끼리를 가져다 적에게 주면서도 나에게 말도 하지 않았느냐?’

태자는 말하였다.

‘먼저 이미 부왕께 요청함이 있었나니, 모든 보시하는 것에 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아니하겠습니다 하였으므로 이에 왕께 여쭈지 아니하였나이다.’

왕은 말하였다.

‘먼저 청한 것은 스스로 보배를 이른 것인데 흰 코끼리는 어찌 끼워 넣느냐?’

태자는 아뢰었다.

‘이것도 모두 왕께서 소유한 것들인데 어찌 코끼리만 그 가운데 들지 아니하겠나이까?’

왕은 태자에게 말하였다.

‘빨리 나라를 떠나거라. 너는 꼼짝말고 단특산(檀特山) 가운데서 12년을 지내야 한다.’

태자는 왕께 여쭈었다.

‘감히 대왕의 명령을 거스르지 않겠사오니 원하옵건대, 다시 7일 동안만 보시하여 저의 작은 마음을 펴게 하시면 나라를 나가겠나이다.’

왕은 똑바로 앉아 말하였다.

‘네가 보시를 너무 하여 나라의 창고를 비게 하였으며 나의 적을 물리치는 보배를 잃게 한 까닭에 너를 쫓는 것이므로, 다시 머물러 7일 동안 보시함을 얻지 못할 것이니 빨리 나가거라. 너의 말을 들어주지 아니하겠노라.’

태자는 왕께 여쭈었다.

‘감히 대왕의 명령을 거스르지 아니하겠사오나 이제 저의 사재(私財)가 있사오니 원하옵건대 보시를 다하고 이에 가겠사오며 감히 다시 국가의 재물과 보배를 번거롭게 아니 하겠나이다.’

2만 부인이 함께 왕의 처소에 나아와서 태자를 머물러 7일 동안 보시하고 나라를 나가게 함을 청하였다.

왕은 바로 허락하였다.

태자는 곧 좌우로 하여금 널리 사방에 알려 그 재물을 얻고자 하는 이는 모두 궁문으로 오도록 하고는 말하였다.

‘사람에게 있는 재물은 항상 가히 보존치 못하는 것이어서 모이면 마땅히 무너지고 흩어지는 것이다.’

사방의 인민이 모두 문으로 나아오자, 태자는 음식을 베풀고 보배를 뜻대로 보시해 주어서 가게 하였다. 그리하여 7일 만에 재물이 다하니, 가난한 이가 부(富)를 얻어 만민(萬民)이 기뻐하였다.

태자는 그의 아내에게 말하였다.

‘빨리 일어나 나의 말을 들으시오. 대왕께서 이제 나를 쫓아 단특산 속에서 12년 동안 있게 한답니다.’

비(妃)는 태자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일어나서 태자에게 말하였다.

‘무슨 허물이 있으시길래 왕께서 그러하시나이까?’

태자는 말하였다.

‘내가 보시를 너무 하여 나라의 창고를 비게 하고 힘센 흰 코끼리를 보시하여 원수에게 주었으므로 왕과 옆에 신하가 이런 까닭에 성내어 함께 나를 내쫓는 것입니다.’

만지(曼坻)는 말하였다.

‘원하건대 나라가 풍족하여 대왕과 모든 옆의 신하와 관리와 백성의 크고 작은 이로 하여금 부(富)와 즐거움이 끝이 없게 하소서. 저는 다만 태자를 따라서 마땅히 노력(努力)하여 함께 산 속에서 부지런히 도를 구하겠나이다.’

태자는 말하였다.

‘사람이 산속 두려운 곳에 있으면 환난이 있을까 염려되며 범과 이리와 사나운 짐승이 크게 두려운데, 당신은 고고하게 즐거움만 익혔는데 어떻게 능히 이를 참을 수 있겠소. 그대가 궁중에 있으면 옷은 가늘고 부드러우며 자는 데는 곧 휘장을 두르고 음식은 달고 감미로워서 입에 맞는 대로 하는데, 산 속에 있으면 눕는 것은 풀 자리요, 먹는 것은 과실과 풀 열매니 당신이 어떻게 능히 이를 즐길 수 있겠소. 또한 바람과 비와 우레와 번개와 안개와 이슬이 많아서 사람을 놀라게 하고 차면 매우 차고 더우면 매우 더워서 나무 사이에로는 가히 의지할 데가 못 되며 더욱이 땅에 질리(蒺)와 조약돌과 독벌레가 있는데 당신이 어떻게 능히 이를 참을 수 있겠소.’

만지는 말하였다.

‘제가 마땅히 이 가늘고 부드러운 것과 휘장 장막과 달고 맛난 것을 위하여 태자와 이별하겠나이까? 저는 마침내 서로 멀리 떠나지 아니하고 마땅히 태자를 따라가겠나이다. 왕이란 것은 번(幡)으로 표지[幟]를 삼으며 불이란 것은 연기로 표지를 삼으며 부인이란 것은 남편으로 표지를 삼는 것입니다. 저는 다만 태자를 믿사오니 태자는 저의 하늘인 바 태자께서 나라에 계시어 사방의 여러 사람에게 보시할 적에는 제가 항상 태자와 함께하였지만, 이제 태자께서 멀리 가시니 만일 사람이 와서 비는 이가 있으면 제가 마땅히 어떻게 응하겠나이까? 사람이 와서 태자께 구함을 들을 때면 제가 마땅히 죽기를 생각할 것이니 어찌 의심하겠나이까?’

태자는 말하였다.

‘내가 보시를 좋아하여 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아니하므로 어떤 사람이 나에게 와서 아이를 요구하든지 그대를 요구하는 이가 있으면 내가 아니 주지 못하리니, 그대가 만일 나의 말을 순종치 아니하여 곧 나의 선한 마음을 어지럽게 하려면 모름지기 가지 마시오.’

만지는 말하였다.

‘태자께서 보시하는 대로 따라 게으르지 아니하여, 보시에 있어 이 세간 어느 누구도 태자를 따라올 수 없게 하겠습니다.’

태자는 말하였다.

‘그대가 능히 그렇게 한다면 매우 좋소.’

태자는 비와 그 두 아이와 더불어 함께 어머니의 처소(處所)에 이르러 하직 인사를 하고 가려고 그 어머니에게 여쭈었다.

‘원하옵건대 자주 대왕께 간하여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인민을 삿되고 그릇되지 않게 하소서.’

어머니는 태자의 이별의 말이 이와 같은 것을 듣고 곧 느껴 슬퍼하며 옆 사람에게 말하였다.

‘나의 몸이 돌과 같고 마음이 강철(剛鐵)과 같아서 대왕을 받들어 섬기되 일찍이 허물이 있지 아니하였으며, 이제 오직 한 아들을 두었는데 나를 버리고 가니 내 마음이 어찌 찢어져 죽지 않겠는가?
나뭇잎 같던 뱃속의 아이를 밤낮으로 길렀는데, 길러 겨우 크자마자 나를 버리고 가니 모든 부인들이 다 시원하겠노라. 왕께서 다시 나를 공경치 아니할 것이니까. 하늘이 나의 원을 어기지 아니할진댄 아들로 하여금 빨리 나라로 돌아오게 하소서.’

태자는 비와 그 두 아들과 더불어 함께 부모께 예를 올리고 떠났다.

2만의 부인이 진주(眞珠)를 각각 한 꿰미씩 태자에게 주었으며, 4천의 대신이 칠보로 꽃을 만들어 태자께 받들어 올렸다.

태자가 궁중의 북쪽 성문을 나와서 칠보 구슬 꽃을 모두 사방 인민에게 보시하니 즉시에 모두 다하였다.

관원과 백성 크고 작은 이 수천만 사람이 다함께 태자를 보내면서 모두 가만히 의논하여 말하기를, ‘태자는 선한 사람이다. 이 나라의 신이신데 부모가 어찌 이 보배로운 아들을 쫓는가’ 하며 보는 이가 모두 함께 애석하게 여기었다.

태자는 성 밖의 나무 아래 앉아서 전송하는 이를 하직하고 이로부터 돌아가라고 하였다. 관원과 백성 크고 작은 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돌아갔다.

태자는 비와 두 아이와 더불어 함께 수레를 스스로 이끌고 갔다. 앞으로 앞으로 가다가 이미 성에서 멀어져 나무 아래 쉬는데 바라문이 와서 말을 요구하였다.

태자는 곧 수레를 어거하는 말을 주고 두 아이는 수레 위에 놓고 비는 뒤에서 밀게 하고 자기는 멍에 안에 들어가서 끌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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