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면왕이 법을 구한 인연

선면왕이 법을 구한 인연

부처님께서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실 때 조금도 피로하고 게을리 하지 않으시자, 여러 비구들이 물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밤낮없이 법요를 설하시되 몸으로나 마음으로나 도무지 피로함이 없고 게을리 하지도 않으시니, 어쩌면 그러시나이까.』

『한량없는 과거세 때 바라나시 나라에 선면왕이 있고 손다리왕 태자가 있었는데 그 나라가 풍부하고 안락하며, 인민들이 치성한지라, 저 총명하고도 지혜 있는 선면왕이 깊이 도덕을 좋아하여 항상 묘법을 구함으로써, 뭇 값진 보물을 네거리 복판에 비치해 두고 묘법을 구하는 예절한 마음으로 보시 하였다.

그 때 나찰이 외쳤다.

「나에게 뜨거운 피나 살고기를 공양하는 자에게 가르쳐 주리라. 나에게 바른 묘법이 있노라.」

때마침 태자 손다리가 이 말을 듣고 부왕에게 청하였다.

「무릇 법음(法音)은 듣기가 어려운 것이니 제가 이제 나찰에게 몸을 보시하여 마음대로 뜯어먹게 하겠사오니, 원컨대 부왕께선 묘법을 들으시옵소서.」

왕은 이에 태자가 그 광대한 마음을 내어 몸과 목숨까지도 아끼지 않음을 알고는, 곧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 오랜 겁 동안 은애(恩愛)에 얽매이어 끝없이 생사에 유전했으니, 이제 법을 듣기위해선 차라리 사랑하는 자식을 버리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허락하자, 태자는 곧 나찰에게 그 몸을 보시 하였는테, 나찰이 바로 왕 앞에서 태자의 몸을 찢어 마구 땅에 앉아 피를 마시고 살을 뜯어먹은 다음 그래도 만족하지 못한 것을 말함으로써 때에 왕의 부인이 이 광경을 보고 역시 생각하였다.

「나의 자식도 몸과 목숨을 보시했거늘, 어찌 나의 이 몸을 버리지 않으랴.」

곧 생각한바 그대로 왕에게 말하여 왕이 또 허락하자 부인은 나찰에게 몸을 보시하였는데, 나찰이 또한 몸을 받아서 앞서와 같이 먹었으면서도 아직도

「굶주리고 목마르다.」

라고 하면서 왕에게 말하였다.

「이제는 당신의 몸을 나의 먹이로 제공하시오.」

「나의 이 몸을 제공하는 것은 조금도 아깝지 않지만, 몸이 없어지고서야 어떻게 법을 들을 수 있겠소. 이제 그대가 먼저 나에게 법을 설해 준다면, 나도 몸을 버릴 용의가 있소.」

그때에 나찰은 왕의 그 설법과 신심을 알고 곧 왕을 위해 다음과 같이 게송을 읊었다.

「은애(恩愛)로 인하여 근심이 생기고

은애로 인하여 두려움이 있기 마련이니

그러므로 은애를 여의는 이라야

아주 근심과 두려움을 끊을 수 있네.」

나찰이 이 게송을 읊고 나서 제석천의 본래 몸으로 돌아가자, 태자와 부인도 홀연히 앞에 나타났으며, 왕은 법을 듣고 더욱 신심과 공경심을 낼 뿐더러, 다시 부인과 태자가 그대로 존재함을 보고서 기쁨에 넘쳐 스스로가 어쩔 줄을 몰랐느니라.

비구들아, 알아두어라.

그 때의 선명왕은 바로 나의 전신이었고, 그 때의 부인은 바로 지금의 야수다라의 전신이었다.

이와 같이 나는 과거세에 보살도를 닦을 때 처자까지도 애석하게 여기지 않았거늘, 어찌 오늘날 피로하다거나 게으름이 있을 수 있겠느냐.』

<찬집백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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