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의 원심

노파의 원심

인간사의 온갖 고통과 재액(災厄)은 모두가 스스로 지어서 받는 것인데,

이것은 탐·진·치의 3독이 사람들의 마음을 가려있기 때문이다.

이 3독을 여의지 못하면 과보를 받게 된다는 것은 불변의 철리라 하겠으니, 옛날 세 명의 불량하고 어리석은 이가 있었는데, 그들은 끝내 자작자수의 업보를 받았다는 법문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부처님 재세시의 일이다.

세존께서 어느 날 죽림(竹林)정사에서 설법하고 계셨는데, 어떤 사람이 헐레벌떡하며 달려오더니,

「세존이시여, 지금 왕사성내에 일대 괴사(怪事)가 벌어졌습니다.」

하고 숨을 몰아쉬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한다.

모여 있던 대중의 시선이 그 사람에게로 집중되어 쑤군쑤군하고 있었지만 부처님께서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은 채로 침착하게 말씀하되

「너는 흥분하지 말고 차근차근하게 말을 하여 보아라.」

고 하였다. 달려온 사람이 말을 잇되

「세존이시여, 어떤 상인 하나가 성으로 들어가는 길에 성문 앞에서 출생한 지 일년도 못되는 암송아지가 그 사람을 뿔로 떠받아 죽였습니다. 그래서 유혈이 낭자하와 보기에도 참혹하였습니다.」

라고 말하였다.

이 소의 주인은 마침 낮잠을 자다가 꿈속에서 소에게 받쳐죽는 끔찍한 꿈을 꾸다가 깨어보니 과연 이런 참상을 눈앞에서 보게 되였던 것이니 그는 이 송아지를 팔아 버리려고 하였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지를 않았다.

그런데 한 장사꾼이 와서 싼값으로 팔면 사겠다는 것이었으므로 그는 이때라 하고 주는 대로 돈을 받고 팔아버렸다.

송아지를 사서 끌고 가던 이 장사아치는 마침 목이 말라서 송아지를 길가에 매어놓고 강가에서 물을 마시려는 찰나였다.

이때 송아지는 비호같이 달려와서 헐값으로 사간 사람을 뿔로 받아 죽었으니 강물은 벌겋게 물들었던 것 이다.

죽은 사람들의 권속들이 이 송아지를 잡아 죽여 가죽을 벗기고 사지를 갈라서 팔았으나, 고기를 사는 사람은 있었지만 소머리를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역시 헐값으로 팔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마침 한 상인이 나타나 싼값으로 이 소머리를 사가는 것이었다.

소머리를 산 상인은 새끼줄로 소머리를 얽어서 등에 지고 가다가 피곤하여 소머리를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그 밑에서 앉아 쉬고 있었는데 바로 그때 새끼줄이 풀리면서 소머리가 머리 위에 떨어져 죽었다.

결국 송아지 한 마리가 사람 셋을 죽인 셈이다. 일대 괴사가 아닐 수 없었다.

이러한 까닭으로 나라의 임금도 괴이한 일이라 해서 세존에게 의문을 풀어보려는 뜻으로 행차하였다. 「세존이시여, 듣건대 성중에 송아지 한 마리가 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일대괴사가 돌발하였는데 어찌된 일입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시었다.

『여래도 들어서 알고 있다. 여래는 듣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이에 대해 여러 대중들에게 설법을 하기로 하였던 참이다.

송아지에 받쳐서 죽은 세 사람의 상인은, 그들의 전생에 3인이 한패가 되어 시골로 돌아다니면서 장사를 하던 장돌뱅이었다. 이들 3인은 심보가 불한당 같은 이들이었다.

어느 날 이들이 장사를 다니다가 날이 저물어, 여관을 찾아도 없고 주막도 없고 하여 한 노파의 집을 찾아가서 사정 이야기를 하되,

「하룻밤만 재워주면 후한 사례를 할 터이니 허락해 주십시오.」

하고 애걸하다시피 간청하였다.

노파는 집도 좁고 누추함을 말하여 사양하였지만, 사정도 딱하고 또 내심으로는 오랫만에 푼돈이나 만져보게 되나 하는 생각으로 응낙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노파는 이웃집에 돌아다니면서 침구도 마련하고 먹을 음식도 구해다가 이들을 극진히 대접하였다. 이렇게 해서 3인은 조석의 식사와 잠을 잘 자게 되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노파가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이틈을 타서 그들은 뺑소니를 치고 달아나고 있었다.

괘씸하고 분함을 참지 못한 노파는 기를 쓰고 그들의 행방을 찾아서 쫓아갔다.

「여보시오, 숙박비를 내고 가시오.

남의 집에서 잠을 잤으면서 인사말 한마디도 없이 그냥 가는 범이 어디 있소.」

그런데 이들은 오히려 거짓된 흉계를 꾸며서 말하기를

「이 노파가 망령이 들었는가. 우리가 떠나올 때에 노파가 하도 불쌍해서 후하게 대우하여 열 냥씩 30냥을 거두어 내고 깎듯이 인사말을 하고 왔는데 무슨 돈을 또 내란 말이오.」

하였다.

노파는 기가 막혀

「이 날도둑 같으니라구. 너희들이 30냥은 고사하고 단돈 서푼이나 내었느냐. 이놈들아, 언제 30냥을 냈단 말이냐.」

하고 노발대발 꾸짖었다.

그러나 이들은, 세 사람이 보는 자리에서 돈도 주고 고맙다는 치하의 말도 하였다면서

<만약 그런 억지의 말을 한다면 우리가 할멈을 죽여버리겠다.>고 눈을 부라리는 것이었다.

분심이 하늘까지 치솟고 핏덩어리가 튀어오르는 것 같은 심정이었지만 강약이 부동인지라 노파는 물러서며 저주하였다.

「이놈들아, 잘 먹고 잘 살아보아라. 그러나 너희들을 용서치는 않으리라.

금생이 아니면 내생 내 후생에라도 또는 짐승의 몸으로 태어나서라도 네놈들의 원수를 갚고야 말 것이다.」

그 후 노파는 늙어서 한명에 세상을 떠났으나 원심을 품고 죽었으므로 뒷날 암송아지로 태어나서 원한을 풀었던 것이다.』

이것은 부처님의 법문이었으니 3세인과는 만고의 진리임을 설법하였다.

이러한 세존의 법문을 들은 임금과 4부대중은 가슴깊이 새겨듣고 감명을 받았다.

악인악과(惡人惡果)의 인과법칙이 참으로 불변의 것임을 깨닫고 모두가 물러갔다.

몸과 입과 마음으로 악을 짓지 말며

세간의 모든 중생 괴롭히지 말라.

바로 현전에 욕심과 색이 공한 줄 생각하면

무익한 고통을 마땅히 멀리 여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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