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우와 왕이상공

화우와 왕이상공

송 대의 병자년 화우(華友)라고 하는 사람이 항상 금강경을 읽었다.

그런데 그 해원나라 군사가 전쟁을 일으켜 쳐들어오므로 하루는 피난 가고자 하면서 부처님 앞에 나아가 경을 읽고 기도하였다.

그런데 그날 밤 금강신장이 꿈에 나타나 말했다.

「너는 전생에 살인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지금 황주 땅에 태어나 군대에 입대하여 있다.

성명을 왕이라 부르는데, 너는 그에게 마땅히 죽을 것이다. 피난을 가도 소용없다.」

하였다. 화우는 꿈을 깨어 체념한 뒤 그저 경만 읽었다.

며칠 후 적군이 마을에 들어왔는데 두 병사가 화우집에 들어와 결박 지으려 하였다.

화우가 태연히 얼굴색도 변치 않고

「왕이 상공」

하고 부르니 한 병사가 깜짝 놀래며,

「네가 나의 이름을 어떻게 아느냐?」

물었다.

그는 꿈 이야기를 하고,

「나는 어차피 너에게 죽을 몸이니 내가 이 경을 다 읽고 나면 이 자리에서 죽여다오.」

하였다.

너무나도 희한한 일이라,

「부처님이 일러 주셨으니 어찌 내가 너를 해할 수 있겠느냐? 다시는 이런 원한을 맺지 말자.」

하고 나가 버렸다.

화우는 이후로 계속 금강경을 독경하다가 홀연이 앉아서 죽었다 한다.

<金剛經靈驗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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