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이 된 여승

뱀이 된 여승

안공이 암천의 태수로 있었을 때의 일이다.

금성산 보광사에 대선사라는 법계가 높은 어느 승려가 있었는데 안공을 자주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서로 이야기가 나눌 만하여 두 사람은 친속하게 지냈다.

그 승려는 시골 여자를 데려다 아내로 삼고 몰래 드나들었다.

그런데 그 스님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아내를 남긴 선사의 마음은 뱀이 되어 아내의 방을 떠나려 고 하지 않았다.

부인은 가련하게 생각하여 이를 항아리 속에 놓아두었다.

그러나 그 뱀은 항아리에서 나와 아내의 품으로 들어가 그녀의 허리를 감고 머리는 가슴에 기대었다.

꼬리 중간에는 음경과 같은 혹이 있어서 그 곡진한 정다움이 마치 생전과 같았다.

이 소문을 들은 안공은 그 여인을 불러 물어보니 그 소문은 사실이었다.

그리하여 안공은 항아리를 가지고 오게 해 승려의 이름을 부르자 뱀이 머리를 내밀었었다.

안공은 이를 보고 큰 소리로

「아내를 그리워하여 뱀이 되었으니 승려의 도리가 과연 이와 같으냐?」

하고 꾸짖으니 뱀이 머리를 움츠리고 항아리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하여 안공은 남몰래 상자를 마련해 두었다가 승려의 아내에게 뱀에게<사또께서 새함을 주어 몸을 편안하게 해줄 터이니 빨리 나와요>하고 말하게 했다.

치마를 상자 속에 펴주니 항아리에서 나와 상자 속으로 옮겨가자 건장한 아전 두 세 명에게 시켜 뚜껑을 덮고 못을 박았다.

이를 안 뱀이 날뛰고 뒹굴며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나오지 못했다.

안공은 이를 수장(水葬)하기 위해 승려의 이름을 쓴 명기(銘旗)를 만들어 선두에 서게 하고 또 수십 명의 승려들이 북과 바라를 울리고 불경을 외우면서 따라가서 상자를 강물에 띄워 보냈다.

이와 같이 정중하게 장례를 치렀기 때문에 그 후 그 아내에게는 아무런 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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