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쥬다이카 장자

부자 쥬다이카 장자

석존께서 왕사성의 영취산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실 때의 일이다.

당시, 쥬다이카라는 큰 부자의 장자가 있었다. 창고는 언제나 차서 넘치고, 금은에는 부족함이 없으며, 하인과 하녀도 일을 잘하고, 무엇 하나 부자유한 것이 없다.

따라서 그 생활은 국왕을 능가할 만큼 호화로운 것이었다. 어느 째, 그 집 식구가 흰 천으로 된 수건 하나를 뜰 안 물가에 놓아 말렸다.

그것이 바람에 날려 국왕의 궁전 앞에 가서 떨어졌다. 그 때 마침 국왕은 많은 신하들을 모아 놓고 국정에 대하여 의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신하 중에 그 장자도 있었다. 국왕은 궁전 뜰에 하늘에서 내려온 한 장의 이상한 흰 헝겊을 보고, 어떻게 된 일이냐고 그 까닭을 물었다. 그랬더니, 신하들은 입을 모아,

『이것은 굉장한 길조(吉兆)입니다. 우리 나라가 바야흐로 크게 일어나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하늘이 이 흰 헝겊을 내려주신 것입니다.』

하고, 아는 체 하여 말했으므로 다른 사람들도 크게 기뻐하였다. 그러나, 그 장자만은 그저 잠자코 있었다.

왕은 쥬다이카에게 물었다.

『이 경사스러운 길조를 만나 다른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는데, 그대는 왜 잠자코 있는가?』

그는 미안하다는 듯이 대답하였다.

『나는 절대로 거짓을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이 흰 헝겊은 제가 매일 쓰고 있는 것으로서 몸을 닦는 수건입니다. 못 가에서 말리고 있었는데, 바람에 불려 궁전 앞에 떨어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잠자코 있었던 것입니다.』

왕과 다른 신하들도 이 소리를 듣고 객쩍은 얼굴들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의 일이다. 역시 국왕 앞에 많은 신하들이 모여 국정을 의논하고 있는데, 커다란 수레바퀴 같은, 아홉 빛깔의 한 송이 금화(金華)가 궁전 앞에 너울너울 춤을 추면서 떨어져 왔다.

왕은 그 훌륭한 금화를 보고 신하들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 신하들은 입을 모아,

『이번이야말로 길조입니다. 틀림없이 우리 나라가 크게 일어날 것이므로 하늘이 이 금화를 내려 주신 것이올시다.』

그렇게들 말하면서 기뻐하였다. 장자도 또한 같이 있었는데, 그는 이번에도 또 잠자코 아무 말도 안하고 있었다. 그래서 왕은 장자에게 물었다.

『이 경사스러운 길조를 만나 다른 사람들은 모두들 기뻐하는데, 그대만은 왜 가만히 있는가?』

장자는 또 미안하다는 듯이 대답하였다.

『저는 절대로 거짓을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이 금화는 시들어 떨어진 저의 후원의 꽃인데, 바람에 불려 궁전 앞에 떨어진 것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가만히 있었던 것입니다.』

국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재미가 없었다.

『나는 二천명의 신하들을 데리고 너희 집에 놀러 갈 터이니, 곧 그 준비를 하라.』

장자는 태연한 얼굴로,

『어서, 당장이라도 와 주십시오. 제가 인도해 모시겠습니다. 저의 집에서는 사람의 손을 빌지 않고 저절로 의자가 배치되고, 또 사람 손을 빌지 않고 저절로 음식이 차려집니다.

또 그 음식은 사람 손을 빌지 않고 저절로 손님 앞에 날라집니다. 또 잡수시고 난 설거지도 사람 손을 쓰지 않고 저절로 됩니다. 二천명쯤의 손님 접대는 언제든지 할 수 있습니다.』

왕은 당장 二천명의 신하를 거느리고 장자의 안내로 그의 집으로 갔다. 왕의 일행은 그 집 남쪽 문으로 들어갔다. 그 문안에 참으로 귀엽게 생긴 소년이 있어 왕의 일행을 마중하였다.

그 소년이 너무도 귀여워서 왕은 장자에게,

『귀여운 소년이로구나. 그대 아들인가, 아니면 손자인가?』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장자는,

『저는 거짓을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이 아이는 우리 집 문지기입니다.』

왕의 일행이 감탄하면서 한참 가니, 중문에 이르렀다. 그 문안에 한 소녀가 있어 일행을 마중하였다.

그녀는 앞서의 미소년 못지 않게 예쁜 소녀였다. 하도 예뻐서 왕은 또 장자에게,

『예쁜 소녀로구나, 그대의 딸인가, 아니면 며느리인가?』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또 장자는,

『저는 거짓을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이 아이는 우리 집 하녀입니다.』

이리하여, 일행은 더 가서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 집은 백은(白銀)으로 벽을 하고, 수정으로 마루를 하고 있었다. 왕은 집안을 들여다보고 놀라 외쳤다.

『야, 집안에 물이 흘러 넘치고 있구나!』

왕은 들어가기를 망설일 정도였다. 장자는 물이 흘러 넘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벽의 백은과 마루의 수정이 어울려 서로 비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앞에 서서 왕을 인도하였다.

왕이 안에 들어가 보니, 거기에는 황금 의자와 백옥 책상이 놓여 있는데, 왕이 거기에 앉으니, 백二십 겹의 장막 뒤로부터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쥬다이카 부인이 조용히 나타나 왕 앞으로 가서 공손히 인사를 하였다. 보니, 그 부인의 눈에서 눈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다. 왕은 장자에게 물었다.

『그대의 부인은 나에게 인사를 하면서 눈물을 떨어뜨리고 있는데, 웬일이냐?』

이에 장자는,

『저는 절대로 거짓을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사실은 대왕님 몸에 연기 기운이 있어서 그 때문에 눈에서 눈물이 난 것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서민은 기름불을 켜고, 대신은 촛불을 켜고, 왕은 옻불을 켠다. 옻에는 연기가 없다. 나는 왕이다. 내 몸에는 연기 기운은 없을 것이다.』

그랬더니, 또 장자는 대답하였다.

『저는 절대로 거짓을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저의 집에는 명월주(明月珠)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을 전당에 걸어 두면 밤도 낮과 조금도 다름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저의 집에서는 불이라는 것은 켜지 않습니다. 왕께서는 불을 피우고 연기 속에 계시므로 연기 기운이 몸에 배어 있는 것입니다.』

집 앞 동산에는 十二층의 높은 누각이 솟아 있었다. 장자는 왕을 이 누각 위에 모셨다. 왕은 이 누각 맨 위에 올라가서, 동쪽을 보고는 서쪽을 잊어버리고, 남쪽을 보고는 북쪽을 잊어버리고, 이리하여 내려갈 것을 잊어버리고, 잠깐 사이에 한 달을 지내 보냈다. 대신들은 걱정이 되어 왕에게 여쭈었다.

『처리해야 할 국정이 왕궁에 잔뜩 쌓여 있습니다. 어서 빨리 돌아가 주십시오?』

그러나 왕은 돌아가려 하지 아니하였다.

『조금 더 기다려라.』

뒤뜰에는 흐르는 샘이 있고, 목욕하는 못이 있으며, 과일나무가 있고, 꽃나무가 있다. 왕은 뒤뜰에 가서 못에서 목욕하고, 달기 이를데 없는 과일을 따먹기도 하면서, 여기에서 또 한달을 보냈다.

대신들은 더욱 걱정이 되어 왕께 아뢰었다.

『재판을 해야 할 백성이 청사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발, 빨리 돌아가 주십시오?』

왕은 그래도 아직 돌아가려 하지 아니하였다.

『조금 더 기다려라.』

장자는 왕을 너무 오래 머물러 있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생각하고 금은과 진귀한 보물을 왕께 바치고, 二천명의 신하를 한꺼번에 마차에 태워 왕궁으로 보내었다.

왕은 왕궁에 돌아가자마자 당장 여러 신하를 모아 회의를 열었다. 왕은 우선 입을 열어 여러 신하들에게 물었다.

『쥬다이카는 나의 백성이다. 그런데 그 부인이며, 그 집이며, 나 이상의 사치를 하고 있다. 나는 그를 쳐서 그의 재산을 몰수하려 하는데 어떠냐?』

여러 신하들은 입을 모아 대답하였다.

『몰수하는 것이 지당합니다.』

이에, 왕은 四만의 대군을 거느리고 종을 치고, 북을 울리며 쥬다이카의 집을 백 수십 겹으로 둘러쌌다.

그랬더니 이 장자의 문에서 한 사람의 역사(力士)가 나타나 손에 금공이를 들고 四만 대군을 향하여 한번 휘두르니, 그렇게 많던 대군도 사람과 말이 함께 한꺼번에 쓰러져 팔다리를 다치고, 허리를 삐고, 주정뱅이처럼 머리가 어지러워 설 수도 걸을 수도 없게 되었다.

이 때 장자는 나는 수레를 타고 공중으로 올라가 큰 소리로 왕의 군사에게 물었다.

『제군들은 모처럼 왔는데 왜 땅에 누워 있느냐?』

『당신을 치기 위하여 왕은 우리들을 보내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의 집 문에서 한 사람의 역사가 나타나 공이를 휘두르니 四만의 군사가 한꺼번에 쓰러져 버리고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장자는 다시 물었다.

『제군들은 일어나고 싶은가?』

그들은 입을 모아 말하였다.

『제발, 일으켜 주십시오.』

그랬더니, 장자는 구름 속에서 대신목(大神目)으로 한번 보니, 四만의 대군은 한꺼번에 일어서게 되어, 날 살려라 하고 흩어져 달아나 버렸다.

왕은 이 광경을 보고, 깊이 참회하고 사자를 보내어 쥬다이카를 불러서 자기의 잘못을 사죄하였다.

그는 왕을 자기 수레에 태우고 함께 부처님을 찾아가 뵈었다. 왕은 석가모니께 물었다.

『세존이시여, 쥬다이카는 나의 신하입니다. 전세에서 어떤 공덕을 쌓았기에 금세에 그 부인도 그 집도 나의 것 이상으로 훌륭하게 되었습니까?』

석가모니께서는 왕을 향하여, 쥬다이카의 숙업(宿業)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시었다.

『쥬다이카 장자는 보시의 공덕으로 말미암아 현재 하늘나라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옛날 五백명의 상인이 많은 보물을 가지고 험한 길을 지나갈 때, 어느 깊은 산 속에서 앓고 있는 한 도사를 만났다. 그 五백 상인 중의 한 사람이 그 병든 도사에게 풀짚을 꾸리어 자리를 깔아 주고, 물과 간장을 주고, 쌀을 주고, 촛불을 마련하여 후하게 공양하였다. 공양이 끝난 그는 그 공덕에 의하여 하늘나라의 즐거움을 얻고 싶다고 기원하였다.

그 때문에 지금 그 과보를 받은 것이다. 그 때에 보시한 사람이 지금의 쥬다이카 장자다. 그 때의 병든 도사는 지금의 이 몸이요, 그 때의 五백의 상인은 지금의 五백의 아라한이다.』

석존께서 이 이야기를 끝마치자 왕을 비롯하여 많은 신하들은 모두 보리심을 일으켜, 공손히 석존께 감사의 인사를 하고 물러갔다.

<佛說樹提伽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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