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과 장안

정장과 장안

석존께서 탄생하신 시대보다 훨씬 이전의 일이다. 그런 시대에, 광명장엄(光明莊嚴)이라는 나라에 운뢰음숙왕화지여래(雲雷音宿王華智如來)라는 부처님이 계셨다.

그 때의 국왕은 묘장엄(妙莊嚴)이라 부르고, 왕비를 정덕(淨德)이라 일컫는데, 이 부부 사이에 정장(淨藏), 정안(淨眼)이라는 두 아들이 있었다.

이 형제는 오랫동안 보살의 도를 닦아서 육바라밀(六波羅蜜)에 정통하고, 신통력을 갖추었으며, 복덕과 밝은 슬기를 터득했을 뿐 아니라, 더욱 나아가서 갖가지 선정(禪定)에도 모두 이르러 달통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운뢰음불은 묘장엄왕을 교화하려는 의도와 미혹한 많은 사람들에 대한 자비심이어서 언젠가 법화경은 설법하였다.

이 일을 전해 들은 정장, 정안의 형제는 어머니 정덕부인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진심으로 운뢰음불을 찾아 뵐 것을 권하였다.

『어머님, 운뢰음불께 찾아가 뵙도록 해 주셔요. 저희들도 모시고 가서 함께 운뢰음불을 가까이하고, 공양, 예배를 하고 싶습니다. 이 부처님은 지금 대중 속에서 세상에도 고마우신 법화경을 설법하고 계십니다. 아무쪼록 가 뵙도록 해 주십시오.』

『아, 그래. 그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구나. 그러나 너희들의 아버지는 외도(外道)를 믿고 바라문의 가르침에 깊이 몰두하고 계시는 것은 잘 알고 있을 터인데, 그러니까, 둘이서 아버지에게 잘 말씀드려 억지로라도 모시고 가도록 해.』

『어머님, 저희들은 이전에 벌써 법왕의 제자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런 사도(邪道)의 집안에 태어나게 되었습니까?』

『너희들은 외도에 헤매고 계시는 아버님을 가엾이 여기어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아버님께 보이는 것이 어떻겠는가. 그리하면, 아버님의 마음도 자연히 맑아져서, 우리들이 운뢰음불을 찾아뵈는 것을 허락해 주실 거야.』

형제는 어머니의 간절한 희망에 따라, 또는 아버지를 생각하는 일념에서, 곧 서른다섯길쯤 되는 공중에 뛰어 올라가 갖가지 신통변화를 나타내었다.

공중을 자유자재로 걸어 다니는가 하면 곧 멈추고, 앉는가 하면 눕고, 그런가하면 몸 위에서 물을 뿜어내고, 몸 아래에서는 불을 뿜어내고, 또 몸 위에서 불을 내고 몸 아래에서 물을 내고 혹은 공중에 큰 몸을 나타내었다가 다음 순간에는 작은 몸이 되고, 또 작은 몸에서 큰 몸이 되고, 공중에서 사라져 없어졌는가 하면 다음 순간에는 땅위에 나타나고, 혹은 물처럼 땅속으로 잦아 들어갔는가 하면, 이번에는 물위에 나타나 땅위를 걷듯이 물을 밟고 걸어 다니는 것이었다.

두 형제가 열심히 나타낸 신통변화는 부왕의 마음이 맑히어 왕은 일찍이 보지 못한 신통변화에 감탄하여 새삼스럽게 두 아들에게 손을 모았다.

『너희들의 스승님은 누구이시냐. 너희들은 누구의 제자냐?』

『대왕님, 지금 막 운뢰음불이라고 부처님이 칠보 보리수 아래의 법좌(法座) 위에 계시면서, 세상의 모든 대중을 위하여 법화경을 설법하고 계십니다. 그 부처님이 저희들의 스승이며, 저희들은 그 부처님의 제자들입니다.』

『오, 그러냐. 그러면 나도 너희들이 스승님을 만나보기로 하자.』

정장과 정안의 형제는 꿈이 아닌가 기뻐하며 어머니에게로 가서 또 두 손을 모았다.

『어머님, 아버님의 마음이 맑아졌습니다. 대왕께서는 이미 외도를 버리시고, 불법을 믿으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상도(無上道)를 구하는 마음까지 일으킬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저희들과 함께 운뢰음불께 가자고 말씀하였습니다. 어머님, 이제는 저희들이 이 부처님께 가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리고 출가의 몸이 되어 불도에 전심할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형제는 다시 비로서 거듭 출가를 원하였다.

『어머니시여, 원컨대 우리들의

출가의 뜻을 이루게 하소서.

중이 되어 부처님을

따라 모시고 배우리이다.

부처님은 진장 우담화(優曇華)의

꽃보다도 만나기 힘드옵니다.

때는 지금이오니 어머님이시여,

출가를 허락해 주시옵소서.』

『너희들이 말한 대로 부처님을 만나 뵙는 것은 좀처럼 힘드는 일이요, 더욱이 출가하기를 열망하고 있으니, 나는 기꺼이 허락해 주노라.』

형제는 오랫동안 숙원이 이루어졌으므로 매우 기뻐하였다. 그리하여, 새로이 부모에게 거듭 청하였다.

『아버님, 그리고 어머님이시여, 출가의 희망을 들어 주시어 무어라 드릴 감사의 말씀이 없습니다. 이제 모시고 가겠사오니, 빨리 운뢰음불을 찾아가 뵙고 공양을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앞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부처님을 만나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비유해서 말한다면 천년에 한 번 핀다는 우담화를 만났다고나 할까, 큰 바다에 떠 있는 애꾸눈의 거북이, 물 위에 떠 있는 나무조각의 구멍을 만난 것이라고나 할까요.

우리들은 전세의 인연이 남보다 두터웠기 때문에, 세상에 나오신 부처님을 만나뵙게 되어, 이 이상의 기쁨은 없습니다. 자, 한시바삐 운뢰음불 계시는 곳에 모시고 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형 정장은 먼 옛날부터 중생을 구제하는 도법에 도달하고 있었다.

또 아우 정안은 오래 전부터 법화의 도리에 달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양친으로부터 출가의 소원이 허락되자마자, 그 공덕으로 말미암아 묘장엄왕의 후궁의 八만 四천의 사람들은 모두 법화경의 수행을 감당할 수 있는 몸들이 되었다.

이윽고, 묘장엄왕은 많은 신하들을 거느리고, 정덕부인은 추궁의 궁녀와 온 친족을 데리고, 두 왕자는 四만 二천명을 이끌고, 위의를 갖추고 부처님 계시는 곳으로 가 그 발에 절하였다.

운뢰음불은 왕을 위하여 설법을 하고, 왕을 인도, 격려하였다. 대왕은 진심으로 순종하여 부인과 함께 백천냥의 값어치가 있고 진주 목걸이를 목에서 풀러서 운뢰음왕불 위에 던져 공양으로 바치었다.

그런데, 그 진주는 공중에서 보배의 덩으로 변하고, 그 덩 안에는 보배의 마루가 깔려 있고, 거기에는 백천만의 천의(天衣)가 깔려있는데, 그 위에 운뢰음불이 앉아서 대 광명을 비추고 있었다.

묘장엄왕은 이 불가사의한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가 마음속으로,

(아, 부처니은 얼마나 훌륭하신 모습이냐. 참으로 미묘 제일의 모습이시다.)

하고 생각하였다.

이윽고, 운뢰음불을 대중에게 말씀하시었다.

『너희들은 내 앞에서 손을 모아 진심으로 예배하고 있는 묘장엄왕을 볼 것이다. 얼마 아니하여, 대왕은 내 설법에 의하여 수행자가 되고 불법에 정진하여 바라수왕(婆羅樹王)이라는 부처가 될 것이다.

그 부처가 사는 나라는 대광(大光)이라고 하여, 그 국토는 지세가 평탄한 것처럼 정의와 평화의 빛으로 빛날 것이다.

또한 그 부처 밑에 많은 보살들과 성문(聲聞)이 있어 불도에 정진할 것이다. 대왕은 공양의 공덕으로 이러한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두 왕자 때문에 외도를 버리고 불도를 믿게 된 묘장엄왕는 왕위를 아무에게 물려주고, 부인과 두 아들, 그리고 여러 일가들과 함께 출가하여 도를 닦는 몸이 되었다.

그 뒤 八만 四천년 동안 정진의 생활을 계속하고, 법화경을 수행하여 더욱더 공덕을 체득하였다. 어느 때, 높이 서른다섯길쯤 되는 공중에 올라가서 공손하게 운뢰음불 앞에 꿇어앉아,

『석존이여, 저의 두 아들은 이미 불사를 성취하였습니다. 그들은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저의 그릇된 마음을 버리고 불법 속에 안주(安住)시키어, 세존을 받들어 뵙는 인연을 얻게 해 주었습니다.

생각하면 두 아들은 저에게는 거룩한 스승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들은 전세에 심은 선근에서 자라나, 저를 가엾이 생각하는 나머지 일부러 저의 집에 와서 태어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진정 네말대로다. 선남 선녀는 전세에 심은 선근의 공덕으로 말미암아 미래 영겁에 고승(高僧)을 가질 수가 있는 것이다. 그 고승은 스스로 불사(佛事)를 하고, 사람을 가르치고, 격려하며 기쁘게 하여, 마침내는 무상도(無上道)로 인도해 주는 것이다.

당신은 이 두 아들의 과거의 인연을 알 수 있겠는가. 그들은 이미 전세에서 갠지스강의 모래보다도 더 수없이 많은 여러 부처를 공양하여, 진심으로 법화경을 지니고, 옳지 못한 소견을 가진 사람을 불쌍히 여겨 올바른 견해로 인도하고 있는 것이다.』

운뢰음불의 설법이 끝나자, 묘장엄왕이 공중에서 땅위로 내려왔다. 그리하여, 여래의 지혜, 여래의 광범, 여래의 공덕, 그밖의 불덕(佛德)의 갖가지 모습을 극구 칭찬하고, 옳지 못한 소견, 거만함, 노여움 같은 것으로부터 영원히 떨어질 것을 맹세하며,열심히 합장 배례하는 것이었다.

묘장엄왕은 지금의 화덕보살(華德菩薩)이며, 정장은 약왕(藥王), 정안은 약상보살(藥上菩薩)이다.

<法華經第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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