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관스님이 무애하다
옛날 지리산 선운사(禪雲寺)중 설파화상은 희성스님의 제자로 19세에 출가, 내외경전에 다 통달하였다. 특히 화엄경을 많이 읽고 강하되 오랫동안 옷을 입어도 옷에 때가 잘 묻지 않으므로 사람들이 그를 일러 화엄이구보살(華嚴離橋菩薩)이라 하였다.
하루는 길을 떠나 주막에 머물게 되었는데, 왠 총각 한 사람이 찾아와 주모에게
「배가 고프니 우선 술과 돼지고기를 조금 주시오.」
하며 술과 고기를 먹더니 저녁식사를 한 후 담배를 열대나 넘게 피우고 방에 들어 가 앉았다.
스님은
「세상에 불쌍한 사람도 많다.」
하고 측은한 생각으로 방에 들어가 잤다.
그런데 밤이 으슥하여 그 총각은 일어나더니 화엄경 한부질을 오자 하나 없이 유수와 같이 읽어 내렸다.
설파스님은 놀라 급히 일어나 그 총각이 유숙하는 방문 앞에 가서 절하고 말하였다.
「소승이 너무 우매하여 보살님을 알아 뵙지 못했습니다.」
총각은 그저 말없이 경만 읽더니 온 방안에 광명이 곽 차자 그만 나가려 하였다.
「원컨대 성호를 알고자 합니다.」
「중원 청원산 대화엄사에 사는 징관(澄觀)입니다.」
하고 나가 그만 간 곳이 없었다. 그래서 설파화장은 주모께 물었다.
「지금 그 분이 종종 오십니까?」
「3, 4개월 만에 한번씩 왔다 갑니다.」
설파화상은 자기의 수행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것을 느끼고 열심히 공부하여 더욱 훌륭한 스승이 되었다.
<佛心과 修行功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