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속의 철인

동굴속의 철인

측천무후가 도인에 관한 소리를 들었다. 스승 없는 도인 제자 없는 도인―

그런 도인이 한계령 높은 고을에 화로를 앞에 놓고 고구마로 연명을 한단다.

이 소식을 들은 측천무후는 측은한 생각도 들고 공경하는 마음도 나서 대신에게 명령하였다.

「여봐라, 저기 가서 이 도인을 모셔 오너라.」

국무대신이 사마행거(四馬行車)를 동원하여 비호처럼 날아갔다.

그런데 아무도 없는 후미진 골짝 작은 길거리에 조그마한 초막을 치고 이글거리는 화로를 앞에 놓고 고구마를 먹고 있는 노인이 있었다.

수염은 고실아져 노랑 냄새가 진동하고 언제 세수하였는지 황두(黃豆)같은 눈꼽이 디룽디룽 발등을 깰까 두렵다.

콧물 눈물이 줄을 지어 상구대통(上口大通)으로 들어가는데 뭉개뭉개 김이 나는 고구마를 어찌나 맛이 있게 먹는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침을 꿀컥 삼켰다.

사자가 앞에 다가서며,

「측천무후의 특사가 왔습니다.」

「그래 어떻단 말이냐?」

「스님을 자상궁(紫上宮)으로 모셔 오라는 분부이십니다.」

「자상궁, 하하, 자상궁―. 나에겐 궁전이 따로 없다.」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이놈들아, 자리를 비켜라. 빛이 가리워진다.」

하고 호통을 쳤다.

한 고을의 군수만 지나가도 고을 나무들이 사시나무 떨 듯 한다는데 한 나라의 국무대신이 왔는데도 스님은 오히려 호령이 산을 무너뜨릴 지경이다.

하는 수 없이 사람들은 돌아섰다.

측천무후가 물었다.

「뭐라고 하시더냐?」

「빛이 가리워지면 어둡고 춥다 하시더이다.」

측천무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금란가사(錦蘭架裟)에 어시발우(御時鉢盂)로 천지에 그림자를 드리운 국사 왕사도 적지 않았건만, 우리 중국에 이런 도인이 계신다면 결코 나라가 어둡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다시는 건드리지 아니하였다.

도인을 정치가 해(害)하는 일이나 도인을 권력이 구속하는 세상은 그림자 때문에 망한다.

참된 자유 거룩한 진리는 걸림 없는 데서 만이 나온다.

측천무후는 그 뒤로부터 자기의 그림자가 세상을 어둡게 만들까 두려워했으며 그의 아들들의 정치에 그림자가 끼지 않도록 숨은 도인 역을 하였다. 빛은 소금보다 더 강하다.

<禪思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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