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의 세계

광명의 세계

석존께서 라자가하의 영취산 산중에서 천 명의 제자와 함께 계셨을 때의 일이다.

그 곳에는 미륵(彌勒), 문수(文殊), 관음(觀音), 세지(勢至) 등의 보살을 상좌로 하는 팔만 사천의 보살들이 부처님을 모시고 있었고, 또 수 많은 천인의 일단(一團)이 시종하고 제석천과 대범천왕도 사만의 천인과 함께 시립하고 있었고 비마싯타라ㆍ아수라왕, 로겐ㆍ아수라왕, 칸키 아수라왕, 마리ㆍ아수라왕 네 명의 아수라왕은 백천의 아수라의 일족을 거느리고 부처님을 모시고 있었으며 난다, 우바난다 수천(水天), 만나시 지지(支持), 무네츠오오 소메이 복마(伏魔), 월상(月上) 등을 상좌로 하는 육만 이천의 용왕과 지국(持國), 증장(增長), 광목(光目), 다문(多聞)의 사천왕은 금비라(金毘羅), 침모(針毛), 부동(不動) 등 수많은 야차를 거느리고 엄숙하게 부처님을 모시고 있었다. 그 가운데 라자가하의 왕과 백성들은 공양을 하고 있었다.

석존께서는 이들의 공양을 받으신 후, 수도자와 천인들의 호위를 받으시면서 라자가하의 아사세왕의 궁전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석존께서는 신통력으로 오색 빛을 내시고 아름다운 음률을 흐르게 하시며 하늘에서는 희고 붉은 연꽃을 일행의 머리위로 내리게 하셨다.

또한 석존의 발자국에는 신기하게도 수레바퀴만한 연꽃이 피어났고, 은빚의 줄기, 금빚깔의 잎, 유리(유리)의 대(台)가 있어서 꽃잎 하나 하나에는 보살이 안좌하고 있었다.

이 보살들은 연꽃과 더불어 라자가하성을 들며 석존을 찬미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복되게 구원하시는,

위덕도 높으신 부처님은,

세상을 건지시는 영도자시니,

모두들 영접해 모실지어다.

하늘 나라에 살기를 원하는 사람,

생노병사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

번뇌와 고통을 씻어버리고 싶은 사람,

모두 공양하라, 존귀한 부처님께,

실로 뵙기 힘든 부처님께선,

더욱 더욱 정진하고 신통하셔서,

사람을 가엾게 여기시고 세상을 구원하려,

라자가하성에 오심이로다.

허구한 그 오랜 세월동안,

음식, 의복, 재물과,

처자와 왕위까지도 버리시고,

득도의 길로 나셨음에야,

수족과 눈 귀,

혹은 머리와 코까지도,

구도를 위하여 희생하시고,

쌓으신 공덕은 참된 지혜로다.

베푸심과 계율이 어김없으니,

온 세상 천지에 다시없는,

부처님은 성내로 오심이로다.

수도 수행에 정진하사,

중생을 구원하려고,

선정(禪定)에 드시어 도통을 하신,

부처님은 성내로 오심이로다.

끝없는 하늘과 같이,

무한한 지혜는 비할바 없어,

쌓으신 공덕이 한없이 깊으신,

부처님은 성내에 오심이로다.

번뇌와 고통의 울타리를 깨시는,

지혜는 부동하고 청정도 하며,

오묘한 가르침을 우리에게 주시는,

부처님은 성배로 오심이로다.

사람들아, 무슨 송원이 있다면,

삼십이상(三十二相), 장엄한 부처님께선,

들어주시고 풀어 주시리라.』

라자가하성과 그 부근의 마을 사람들은 보살들이 부르는 부처님 예찬(禮讚)의 노래를 듣고 제각기 금, 은, 향로, 장식품 등을 공양물로 헌납(獻納)하고 여러 가지 악기를 울리면서 열심히 부처님에 자비심의 발현을 빌며 부처님의 입성을 환영하였다.

그 때 석존은 성내에 막 들어 서시려고 왼발로 성문을 미시었다. 그러니까 성내의 대지는 진동하여 길한 조짐이 나타나서 어디서인지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들려오고 하늘에서는 오색의 꽃이 춤추듯 내려와서 장님은 눈을 뜨고 귀머거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으며 미친 사람은 제 정신이 들고 헐벗은 가난한 사람은 옷과 재물이 생기고 굶주린 사람은 배불리 먹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도 자연히 이 풀리고 너그러워져서 탐욕, 노여움, 어리석음, 질투심이 눈이 녹아내리듯 없어져 자비심이 절로 생기고 성내 사람들은 마치 부모, 자식 같이 마음이 화합하여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맞추어 이렇게 석존을 칭송하는 것이었다.

『온 세상의 구세주로 우러러 모시는

부처님 이제 입성하셨도다.

성중은 그로 인하여 편안함을 얻었고,

맹인은 앞을 보고, 벙어리는 말하며,

미치광이는 제 정신을 차렸고,

헐벗은 자는 옷을 얻으니,

굶주림과 목마름도 가시고,

가난한 자는 재물이 생겼도다.

천신들은 하늘에서,

찬미하고 공경하며,

꽃을 뿌리고 즐거움을 북돋우니,

성내의 대지는 진동을 하고,

보는 사람은 공덕에 힘입어,

탐욕, 노여움, 어리석음, 질투는 자취를 감추고,

인색함과 시기와 교만도 사라져서,

자비심은 물결쳐 한량없도다.

석존이 이와 같이 입성하시니,

신하들은 평화롭고 기쁨에 차다,

아름다운 음악은 사방에 흘러,

향기는 퍼지고 백화는 내려서,

지금 성중 모든 사람에게,

지극하신 은혜를 베푸시니,

여래의 무궁한 신통력이야말로,

기이하고 신기로운 극치가 아니더냐.』

그 무렵, 성내에 자이카구라는 장자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는 석존의 입성을 전해 듣고 멀리서 우러러 뵈오니 석존의 훌륭하신 모습과 선정력(禪定力―참선하여 삼매경에 이름)으로 전신이 조화를 이룬 풍모에 정하여 금시 석존께 대한 존경심과 신앙심이 생겨서 두 손 모아 합장하며 석존께 아뢰었다.

『세존님, 보살인 자가 어떠한 도를 닦으면 깨달음을 얻어서 부처님이 될 수가 있겠습니까?』

석존께서는 그를 교화시킬 때라는 것을 아시고 여러 가지로 설법을 하시었다.

『보살은 한 가지 법을 성취하면 무상의 깨달음을 열 수 있다. 그 한 가지 법이라는 것은 보살이 모든 인류에게 평등하게 넓고 넓은 연민의 정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탐욕이라든가 노여움, 번뇌를 버리시고 집에서는 몸가짐을 바르게 해서 매사에 깊은 주의를 해야 한다. 삭발 출가를 하였다면 스스로 근신할 것이며 자기의 이로움을 쫓아서는 아니된다. 출가 수도함에 있어서 부족한 점이 없으면 가히 진실의 도리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귀를 기울여 열심히 석존의 설법을 들은 자이카쿠는,

〈모든 것은 생겨나지도 않고 멸(滅)하는 것도 아니다. 항상 불변이다.〉

라는 진리를 깨닫고 마음에 희열을 느끼며 어느 정도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신통력을 터득하여 하늘 높이 올라갈 수도 있었다. 이 석존의 설법을 들은 이 천명의 사람들은 불심(佛心)을 갖게 되었고 일만 사천의 천인은 번뇌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이 때 석존께서는 미소를 띠우시고 파랑, 노랑, 빨강, 보라, 흰빛의 오색광을 내시면서 온 세계를 비추시고 그 빚은 석존을 세 번 맴돌며 머리로부터 석존의 몸안으로 들어갔다. 옆에서 석존을 모시고 있던 아난은 석존을 예찬하며 읊었다.

『자유 자재하심으로 능통하시는,

가장 으뜸이신 위대한 지도자,

모든 지혜로운 사람은 말하여 보라,

석존님의 미소짓는 인연을,

어떻게 과거를 아시고 미래를 아시고,

다시 진리의 구슬로서 현세를 풀으시는가를,

사람의 마음에는 상, 중, 하의 차별이 있다.

이것을 떠나서 도통의 언덕에,

이르는 길을 명시함이니,

수없이 많은 제천들은 한데 모여서,

세존을 예배하고 합장을 하며,

지성껏 깊이 믿어 모시니,

들리어 주소서 오묘한 가르침을,

도를 닦는 제천의 여러분을,

스님, 비구니, 선남 선녀의 많은 분들,

듣고자 하는 사람들은,

구름 같이 모여 있도다.

공양을 바치고 구도를 맹세하는,

뜻을 가진 자 모두가 함께,

우러러 받드니,

세존님, 우리들의 갈 길을 가르쳐 주소서.』

아난의 찬미가 끝나자 석존께서는 다시 설법을 하시었다.

『아난, 조금 전에 자이카구가 승천하는 것을 보았겠지?』

『네, 보았습니다.』]

『자이카구는 먼 훗날에 성불하여 적정 조복 음성여래(寂靜調伏音聲如來)라고 불리어질 것이다.』

석존께서는 설법을 마치신 다음 서서히 아쟈세왕의 궁전으로 발길을 옮기시었다. 여러 제자들도 뒤를 따랐다.

아쟈세왕은 석존의 일행을 맞이하여 여러 가지 음식과 공양물을 손수 올리고 비단 금의를 몸소 석존께 입혀드리고 자기는 아랫자리에서 다시 예배하였다.

『세존님, 노여움, 원망 그밖의 잘못과 무지(無知)는 어떻게 해서 생기며 또 무엇으로 비유할 수 있는 것입니까?』

『그것은 모두가 자기와 자기 이외의 경계(境界)에서 오는 것이다.』

석존께서는 아쟈세왕에게 대단히 깊고 오묘한 철리(哲理)를 설교하시고 지(智)와 무지의 같고 다름을 자세히 설명하여 주셨다.

아쟈세왕은 석존의 깊고도 친절한 가르침을 듣고 매우 만족 했다.

『세존님의 설법은 한없이 거룩한 것입니다. 저는 법을 모르고 오래 사느니보다는 일찍 죽더라도 법을 듣는 것을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앞으로도 다시 설법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석존께서는 왕의 간절한 청을 받아 주시고 이윽고 영추산으로 환어하시고 발을 씻고 자리에 앉으셔서 명상의 세계로 잠겨 드시었다. 얼마 후 설법을 하기 위하여 명상에서 깨시었는데 구수(具壽―수계 득도를 거친 중의 통칭) 및 다른 제자들도 모두 명상에서 깨었다.

그 때 문수, 미륵, 사자용맹 뇌음보살(獅子勇猛雷音菩薩) 등은 각기 자기의 일족을 거느리고 영추산으로 모이고 있었고 아쟈세왕도 많은 신하를 데리고 영추산으로 왔다. 또 라자가하성의 사람들도 영추산으로 와서 석존의 발에 예배하고 귀의할 뜻을 표했다.

이 때, 사리붓타는 천천히 일어서며 왼쪽 옷을 벗고 왼쪽 무릎을 꿇고 합장하며 석존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앞서 라자가하성에서 자리카구에게 보살도에 대하여 대략 설교 하셨사온데 좀 더 자세히 보살도에 대하여 설법하시고 보살이 득도(得道)함에 소홀한 점이 없도록 하여 주십시오.

그래서 보살도를 닦는 사람이 부처님과 같은 깨달음의 지혜를 터득하여 번뇌와 더럽혀짐을 깨끗이 씻고 외도를 교화할 수 있도록 말씀을 들려 주시기 바랍니다.』

이 때 석존께서는 다시 신통력으로 시방 세계를 백천리 광명으로 비추시었다. 그 하나 하나의 광명은 여러 부처님의 나라에서 다시 백천의 광명으로 변하여 빛났으므로 해와 달의 빛도 그 빛을 잃고 말았다. 또 그 광명은 모든 천룡(天龍), 야차, 마니(魔尼), 뇌화(雷火)의 빛을 빼앗고 말았다.

그리고 지옥과 시방 세계의 모든 산, 개울 수목, 심산유곡(深山幽谷)까지도 부처님의 광명은 한결 같이 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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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은 엄숙한 목소리로 많은 세계의 모든 것을 훈계하시었다.

그런데 이세계에서 동쪽으로 먼 곳에 보편 세계(普遍世界)라는 나라가 있었다.

이 나라에는 길상 적왕여래(吉祥積王如來)라는 부처님이 계셔서 현재도 존명(存命)하고 계시다. 이나라에는 성문이나 연각등의 이름은 못들어 보고 단지 청정(淸淨)의 수행을 쌓고 있는 보살만이 국내에 많이 있었다.

그 하나 하나의 보살에게는 각각 백천에 보살의 일족이 따르고 있었다. 이 보편 세계에 법용보살(法勇菩薩)이라는 수도자가 있어서 길상 적왕여래의 설법을 듣고 높은 하늘에서 몸을 숨기고 설법을 하고 있었다. 법용보살의 설법을 들은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법은 오로지 목소리만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몸은 보지않고 목소리만 듣고 깨달음을 열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각설, 석가여래가 비치신 대광명과 훈계하시는 말씀을 들은 법용보살은 곧 길상적왕여래에게 달려가서 예배하고 묻기를,

『어찌된 인연으로 이러한 대 광명이 나타나고 훈계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입니까?』

『그것은 이러한 까닭이다. 이 곳으로부터 멀리 서쪽에 사바 세계라는 나라가 있다. 그 곳에 계신 부처님을 석가여래라고 일컫는다. 그 부처님은 현세에 계시면서 시방 세계의 모든 보살을 사바 세계에 모여 놓고 설법을 하시기 위하여 전신의 털구멍에서 대 광명을 발산하시며 훈계하는 말씀을 하시고 계신 것이다.』

『아, 그렇습니까? 그러면 제가 그 석가여래가 계시는 사바 세계로 가서 친히 예배 공양드리고 아울러 여러 보살님과 만나서 설법을 듣고자 하옵는데 어떻겠습니까?』

『그것은 좋은 일이다. 곧 가도록 하라.』

길상 정왕여래의 승낙을 얻은 법용보살은 여러 보살들과 함께 사바세계로 갔다. 사바세계로 가는데 걸린 시간은 젊은이가 팔꿈치를 구부렸다 펴는 정도의 극히 짧은 시간이었으나 법용보살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자기는 신통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 신통력으로 석가여래를 친히 뵈옵고 예배하고 공양하리라.〉

그는 즉시 명상에 잠기면서 신통력을 발휘하였다. 그 때문에 산천 대천세계는 절묘한 꽃으로 덮이고 꽃은 쌓여서 무릎을 가릴 정도였다.

동시에 아름다운 풍악소리가 들리는 무지개 색깔로 빛나는 휘장과 깃발이 휘날리며 사바세계는 마치 천궁(天宮)같이 보였다. 이렇게 해서 법용보살은 여러 보살과 함께 석가여래의 어전으로 다가가서 예배하고 신통력으로 나타난 연꽃 위에 서쪽을 항하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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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세계에서 남쪽으로 먼 곳에 이진(離塵)이라는 세계가 있었다. 이 세계에는 사자용맹 분신여래(獅子勇猛奮迅如來)라는 부처님이 계셔서 많은 보살을 거느리고 있었다.

여기에는 보수(寶手)라고 불리우는 보살이 있었는데 보수라고 부르는 까닭은 이 보살이 설법을 하면 왼쪽 손에서 불, 법, 승의 목소리, 보시(布施), 지계(持戒), 지혜, 자비 등의 목소리가 자유자재로 흘러 나오기 때문이다. 이 보수 보살이 여지껏 보지 못하던 대 광명과 듣지 못하던 훈계의 목소리를 듣고 사자 용맹 분신여래에게 묻기를,

『어찌된 인연으로 이러한 대광명 같은 신기로운 징조가 나타난 것입니까?』

『그것은 이러한 까닭이다. 이 곳에서 멀리 떨어진 북쪽에 사바세계라는 나라가 있다. 그 곳에는 석가여래라는 부처님이 계셔서 시방 세계의 모든 보살을 사바세계에 모아 놓고 설법하시기 위하여 전신의 털구멍에서 대광명을 비추시며 훈계를 하고 계신 것이다.』

『아, 그렇습니까? 그러면 제가 그 석가여래가 계시는 사바세계로 가서 친히 예배 공양드리고 아울러 여러 보살님과 만나서 설법을 듣고자 하옵는게 어떻겠습니까?』

『무엇이 좋다고 이 깨끗한 이진 세계를 떠나서 온갖 악이 들끓는 더러운 세계로 가려고 하는가?』

『그렇다면 어째서 석가모니여래는 깨끗한 부처님의 나라를 버리고 그 고약한 사바 세계에 태어나셨을까요?』

『거기에는 또 이유가 있다. 옛적에 석가모니부처는 한 가지 맹세를 하셨다.

그것은,

〈자기가 도통하여 성불하면 사악(邪惡)한 사람들 사이에 태어나서 그들을 위하여 설법을 하리라.〉

이렇게 대원을 품으신 석가여래는 일부러 더럽혀진 사바세계에 태어나신 것이다.』

『참으로 훌륭한 일입니다. 이렇게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을 만나뵙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꼭 그 세계로 가서 석가여래 부처님을 예배 공양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곧 가도록 하라. 사바세계에 가면 만사를 주의해서 실수 없도록 하여야 한다. 그 까닭은 석가여래는 만나 뵙기 힘든 부처님이지만 다른 자들의 사상과 행동은 매우 험악하여서 항복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주의의 말씀 대단히 고맙습니다. 사바세계에 여하한 노여움과 원망이 있다하더라도 저를 손상시키지는 못할 것입니다. 설사 모든 생물이 저를 욕보이게 하려고 하더라도 또 칼이나 몽둥이 기와장이나 돌로 치더라도 저는 그 박혜를 견디어서 결코 보복을 하려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사자 용맹 분신여래는 보수 보살의 움직이지 못할 철석 같은 결심을 듣고 보수 보살을 수행할 여러 보살들에게도 조심할 것을 당부하였다.

『그대들도 보수 보살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수행해야 하느니라.』

사자 용맹 분신여래의 말씀이 끝나자마자 보수 보살은 다른 보살들과 함께 이진 세계에서 모습이 사라지더니 곧 사바세계에 나타났다. 이 때 보수 보살은 생각하였다.

〈난 어떠한 신통력을  내서 석가여래를 예배하고 또 사바 세계의 사람들을 기쁘고 즐겁게 해 주면 좋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동시에 놀랄만한 신통력을 나타냈다. 왼손으로 삼천 대천 세계를 덮고 천 개의 손속에서 여러 가지 음식물, 의복, 수레, 금, 유리, 진주, 산호가 쏟아져 나왔으며 사람들은 제각기 자기가 가지고 싶은 것을 얻었다.

그리고 법을 듣고 싶어하는 자에게는 손속으로부터 법을 들을 수 있게 하였고 법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진실을 깨닫고 무상의 즐거움을 맛보게 하였다. 보수 보살은 이러한 신통력을 발휘한 다음에 여러 보살과 함께 석가여래를 뵈옵고 신통력으로 피어난 연꽃 위에 북쪽을 향하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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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이 세계에서 서쪽으로 먼 곳에 보장(寶藏)이라는 세계가 있었다. 그 곳에는 보적왕여래(寶積王如來)라는 부처님이 많은 보살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이 나라는 전체가 깨끗한 유리로 되어 있었고 성문이나 연각 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고 청정한 보살들이 유리로 된 대지를 거닐며 보적왕여래를 모시고 있는 풍경은 마치 맑은 거울에 비치는 그림자 같았다.

보적왕여래는 보살들을 위하여 설법을 하고 항상 양미간의 여의보주(如意寶珠)에서 빛을 내서 천지를 밝게 비춰서 해와 달의 빛도 가리워져서 밤낮의 구별도 없이 사람들은 꽃이 피는 때를 보아서 겨우 낮과 밤을 구별하는 것이었다.

보적왕여래 밑에 수승원혜(殊勝願慧)라는 보살이 있었는데 마침 석가여래가 비추는 대광명과 훈계하는 목소리를 듣고 보적왕여래 앞에 무릎을 꿇고 묻기를,

『어찌된 인연으로 이러한 대 광명이 나타난 것입니까?』

『그 까닭은 이러하다. 여기서 동쪽으로 먼 곳에 사바세계라는 나라가 있다. 그 곳에는 석가여래라는 부처님이 계셔서 시방 세계의 모든 보살을 사바세계에 모아놓고 설법을 하기 위하여 전신의 털구멍에서 대 광명을 발산하시고 훈계의 말씀을 하시고 계신 것이다.』

『그렇습니까! 그러면 제가 석가여래가 계신 사바세계로 가서 친히 예배 공양을 드리고 아울러 여러 보살님과도 만나서 설법을 듣고자 하옵는데 어떻겠습니까?』

『잘 생각했다. 곧 가보아라.』

수승원혜 보살은 다른 보살들과 함께 눈 깜짝할 사이에 보장세계에서 사바세계로 왔다.

이때 수승원혜 보살은 생각하기를,

〈난 어떤 신통력을 나타내서 석가여래를 예배할 것인가?〉

이렇게 생각한 그는 곧 신통력을 나타내더니 삼천 대천 세계의 지옥계와 축생계의 모든 고통을 없애버렸다. 때문에 지옥은 업화(業火)로부터 아귀는 굶주림에서 구원을 받았다.

그 형상은 마치 수도자가 명상에 젖어들듯이 단 한 사람도 탐욕과 노여움과 질투로 인하여 괴로움을 받는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그것은 지옥, 아귀, 축생계에서 뿐만이 아니고 다른 수라와 인간의 사회에 있어서도 서로 자비심을 가지고 공존 공영하며 상호부조하는 마음을 갖게하는 것이다.

수승원혜 보살은 이러한 신통력을 나타낸 다음 다른 보살들과 함께 석가여래를 찾아 뵙고 발아래 예배하고 왼쪽으로 세 번 돌고나서 신통력으로 피어난 연꽃 위에 동쪽을 향하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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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세계에서 북쪽으로 먼 곳에 상장엄(常莊嚴)이라는 세계가 있었다. 그 세계에는 생바라제왕(生婆羅帝王)이라는 부처가 계셨고 이 나라 사람들은 출가를 못한 사람들도 모두 가사를 입고 있었고 여자는 한 사람도 없었고 따라서 모태(母胎)에서 태어나는 일은 있을 수가 없고 모두 연꽃에서 태어나는 것이었다. 이 부처에게는 상장엄 성숙적왕 본원수승(相莊嚴星宿積王本願殊勝)이라는 보살이 있었는데 때마침 석가여래의 대 광명과 훈계하시는 말씀을 듣고 생바라제왕여래에게 묻기를,

『어찌된 인연으로 이러한 대 광명이 나타난 것입니까?』

『그 까닭은 이렇다. 여기에서 남쪽으로 먼 곳에 사바세계라는 나라가 있다. 거기에는 석가여래라는 부처님이 계시는데 시방 세계의 모든 보살을 사바세계에 모아놓고 설법하기 위하여 전신의 털구멍으로부터 대 광명을 비추시고 훈계하는 말씀을 하고 계시는 것이다.』

『무슨 이유로 사바 세계라고 하는 것입니까?』

『그 세계에서는 탐욕이라든가, 노여움이라든가, 우맹 따위의 여러 가지 고뇌를 겪어야 하므로 사바 즉 감인(堪忍)의 세계라고 이름 지은 것이다.』

『그러면 사바 세계 사람들은 욕을 하거나 매를 맞아도 잘 참습니까?』

『물론 그 사람들은 다소는 참는 공덕을 가지고 있지만 대개는 탐욕과 노여움과 어리석음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런 세계를 사바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안 맞는 것이 아닙니까?』

『과연 그렇게 생각도 되겠지. 그렇지만 석가모니 부처님의 세계에는 보살도를 수행하는 많은 선남선녀가 있어서 그들은 여러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고 참는 덕을 터득하여 일체의 생물을 보호하고 지키며 사람이 자기에게 해를 끼쳐도 발 견디어내서 방종이나 탐욕이나 노여운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렇게 보살도에 정진하는 선남선녀가 있기 때문에 사바 세계라고 하는 것이다.

석가모니여래의 세계에 있는 어떤 종류의 사람들은 마치 악의 화신(化身)같아서 잘못을 뉘우치는 일도 없고 그 마음은 극악 무도하여 부끄러움을 모른다. 그리고 부처님을 외면 하고 불도를 업신여기고 승려를 증오하는 무리들로서 장차로는 지옥이나 아귀 아니면 축생계로 떨어지는 숙명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석가모니 부처님은 이러한 고약한 사람들중에 계시면서 능히 모든 박해, 욕됨, 굴욕을 감내(堪耐)하시면서 마치 대지가 요지부동인 것과 같이 조금도 그들을 거역하지 않으신다. 이러한 이유로 이 세계를 사바라고 한다.』

생바라 제왕여래의 자세한 설명으로 사바세계의 유래가 명확해졌다. 상장엄 성수 적왕보살은 자기의 느낌을 말하기를,

『저희들은 큰 은혜를 입어 그런 고약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사바세계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여간 대행한 일이 아닙니다.』

『아니다.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여기서 동북쪽으로 가면 천장엄(千莊嚴)이라는 세계가 있는데 그 곳에는 대자재왕여래(大自在王如來)라는 부처님이 계시고 그 곳 사람들은 모두가 안락한 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렇지만 이 천장엄 세계에서 오래고 오랜 동안 수도를 해도 그 공덕에 사바세계에서 잠깐 동안 자비심을 갖는 공덕보다도 못한 것이다.

하물며 사바세계에서 하룻 동안 청정한 마음을 갖는 경우에는 더 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다.

『아, 그런 것입니까? 그렇다면 저희들은 석가여래가 계시는 사바세계로 가서 친히 예배 공양을 드리고 아울러 보살들과 만나서 설법을 듣고자 하옵는데 어떻겠습니까?』

『좋은 생각이다. 곧 가보도록 하라.』

상장엄은 성수 적왕보살은 다른 보살들과 함께 눈깜짝할 사이에 사바세계로 왔다.

이 때 적왕 보살은 생각하였다.

〈난 어떠한 신통력을 나타내서 석가모니여래를 공양했으면 좋을까?〉

이렇게 생각한 그는 곧 신통력을 발휘라여 천개(天蓋―관을 덮는 뚜껑이지만 여기서는 하늘을 덮는 다는 의미로 쓰여 짐)를 만들어서 삼천대천세계를 덮었다. 이천개는 백천만개의 주옥(珠玉)과 보배로 장식되었고 무지개 색깔의 여러 가지 꽃이 휘날리고 그윽한 음악소리가 아름답게 흐르는 가운데 승려와 천용, 귀신, 그리고 비인(非人)에 이르기까지 제각기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났다.

적왕 보살은 여러 보살과 더불어 석가여래께 배례하고 신통력으로 피어난 연꽃위에 남쪽을 향하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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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동서남북 사방의 세계에서 많은 보살들이 사바세계에 모였다. 그리고 다른 시방세계에 있는 여러 보살들도 각각 석가여래의 대 광명을 보고 각자의 나라에서 사바세계로 와서 예배를 드리고 설법의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 때 미륵보살은 몸을 단정히 하고 왼쪽 무릎을 땅에 짚고 합장하면서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다.

『무변 광대한 지혜로운 나무세존님,

대광명은 천지간에 빠짐없이 비추니,

부처님의 지혜는 한이 없어서,

그 지혜를 어느 누가 짐작이나 할 것인가!

제천신, 용왕, 스님, 비구니,

선남 선녀 모두가 함께,

합장하며 공양드리니,

세존님, 가로침을 내려 주소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걸쳐,

부처님은 불법으로 구원하시며,

바라옵건대는 진리를 가르쳐 주사,

중생의 어리석음을 풀어 주소서.

시방 세계의 수많은 보살님들,

불법을 듣고자 여기 모여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받들어 모셔,

모두 한결 같이 세존님을 우러러봅니다.

계율, 선정, 지혜의 성자,

부처님은 이 세상의 사자왕이시다.

지혜의 광명은 햇빛 보다 더하니,

마음의 어두움을 비춰 주소서,

저희들 어떻게 수도를 하면,

번뇌의 울타리를 벗어나서,

대원 성취하는 그 방법을,

저희들을 위하여 가르쳐 주소서.

사악에 물들지 않고,

계율을 깨는 일 없이,

굴욕과 욕설과 조소를 참고 견디어,

모든 사람을 교화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소서.

마음 굳게 도를 닦으며,

게으름 없이 일심으로 수도를 하여,

번뇌로 고생하는 세상 사람을,

안락하게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소서.

항상 깨끗한 마음을 가지고,

사람들을 교화하며,

연꽃의 아름답고 깨끗함 같이,

속세 물들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 주소서.

부처님의 지혜를 따르고,

오묘한 진리를 터득하고,

번뇌의 마귀를 항복시켜서,

깨달음을 얻는 방법을 가르쳐 주소서.』

석존께서는 기꺼히 설법하시기를 승낙하시고 미륵보살로 하여금 즉시 법좌(法座)를 마련하도록 하시었다.

미륵 명을 받들고 곧 신통력을 나타내서 장엄한 사자좌(獅子座)를 만들었다. 그 법좌(法座)를 깔아서 구름 같이 모여든 많은 사람들을 황홀케 하고도 남음이 잇는 보좌(寶座)였다.

이윽고 석존께서는 이 보좌에 좌정(座定)하시고 서서히 엄숙한 목소리로 그들이 바라는 바 생사의 바다를 건너서 열반의 경지에 도달하는 방법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간곡히 설법을 하시었다.

모여 있던 많은 천신, 보살, 승려, 선남 선녀들은 석존님의 이 설법을 듣고 마음에 희열을 느끼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文殊菩薩經上,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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