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음보살
석존께서 사위국(舍衛國)이 기원정사(祇園精舍)에 계시면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실 때의 일이다.
어느 때, 석가모니께서 머리 위로부터 광명을 비치고, 또 삼십이상(三十二相)의 하나인 양미간(兩眉間)으로부터도 빛을 내어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무수한 여러 부처의 세계를 비추시었다.
이 무수한 부처의 나라 저쪽에 정광 장엄(淨光莊嚴)이라는 세계가 있었는데, 그곳에는 정화숙왕지여래(精華宿王智如來)라는 부처가 무량 대중에 둘러싸여 그 대중들에게 지금 한창 설법 중이었다.
그 때, 마침 석가모니께서 비춘 광명이 두루 그 부처의 나라를 비추었다.
그 때, 정광 장엄국에 그 이름을 묘음(妙音)이라고 부르는 한 보살이 있어, 이미 갖가지 덕본(德本)을 심어 무량 제불을 만나 공양을 드려서 모든 지혜를 체득하고, 여러 가지 삼매(三昧)에 통달하고 있었다. 그 때 마침 석가모니의 광명이 이 보살 위에 미쳤으므로, 그는 정확숙왕지불에게 사바세계에 가고 싶다고 청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사바세계에 가서 친히 석가모니불을 예배하고 가까이하여 공양을 올리고 또 문수(文殊) · 약왕(藥王) · 용시(勇施) · 숙왕화(宿王華) · 상행의(上行意) · 장엄왕(莊嚴王) · 약상(藥上)등의 보살님들도 만나 뵙고 싶습니다. 원컨대, 사바세계에 가기를 허락해 주십시오. 』
『묘음아, 그토록 사바세계에 가고 싶거든 갔다 오너라. 그러나, 석가모니 나라에 가서 그 나라를 업신여기고 시시하다는 따위의 생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 세계는 이 세상과 달라서 땅에 높낮이가 있어 평탄하지가 않고, 또한 흙과 돌과 산과 그 밖의 더러운 것이 가득하다.
더욱이, 부처의 몸은 초라하고 또 보살들도 체격 등이 작다. 무어라해도 그대의 키는 四만 三천 유순(由旬), 나의 키는 六백 八십만 유순이니 말이다. 게다가 그대의 얼굴 모습은 단려(端麗)하기 비길데 없으며, 백천만의 복상(福相)이 저절로 구비되어 있으며, 몸에서 비치는 광명은 어디까지나 영묘하다.
사바세계에 가서 저 부처와 보살, 그리고 국토에 대하여 업신여기는 마음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신신당부하는 것은 이런 까닭이 있기 때문이다.』
『세존이시여, 하나에서 열까지 염려해 주셔서 무어라 비길데 없이 감사합니다. 주의 주신 일은 맹세코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제가 사바세계에 가게 된 것은 모두가 세존의 공덕, 세존의 힘, 세존의 신통에 말미암은 것입니다.』
이리하여, 묘음보살은 그 자리를 뜨지 않고, 그 몸을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곧바로 삼매에 들어가 그 삼매의 힘으로 사바세계의 영취산(靈鷲山)위, 석가모니께서 앉으신 자리 근처에 八만 四천의 연꽃을 나타내었다. 그 연꽃은 염부단금(閻浮檀金)을 줄기로 하고, 흰 큰잎사귀, 금강의 수술과 암술의 무우수(無憂樹)의 꽃받침으로 만들어져 세상에도 진귀하고 고상한 것이었다.
이 고상한 연꽃을 보고 문수(文殊)는 석가모니께 물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인연으로 말미암아 이런 상서(祥瑞)가 일어났겠습니까. 몇천만인지 알 수 없는 연꽃, 염부단금의 줄기, 흰 큰잎사귀, 금강의 수술과 암술, 무수의 꽃받침을 갖춘 연꽃이 저렇게 나타났습니다. 저것을 보십시오.』
『문수야, 그것은 묘음이라는 보살이 정화숙왕지불의 나라로부터 八만 四천의 보살들을 거느리고 이 사바세계에 와서 나에게 가까이하고, 공양하고, 예배하려고 염원하고, 아울러서 법화경을 공양하고, 법화경을 들으려는 염원 때문인 것이다.』
『세존이시여, 그 묘음이라는 보살은 어떠한 선본(善本)을 심고, 어떠한 공덕을 닦아서 이런 대 신통력을 얻은 것이옵니까. 또한 묘음보살은 무슨 삼매를 닦고 있는 것입니까. 모쪼록 저희들에게 그 삼매의 이름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들도 그 삼매를 닦아서 묘음보살의 몸집의 크고 작음, 위의(威儀)와 거동의 상태를 보고 싶습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신통력으로서 저 보살이 이 세상에 오는 모습을 보여 주십시오.』
『문수야, 그 일이라면 여기 계시는 다보여래(多寶如來)께서 보여 주실 것이다.』
석가모니의 말씀이 끝나자마자 다보여래는 멀리 묘음보살을 향하여 다음과 같이 재촉하였다.
『보살이여, 빨리 사바세계에 와 주지 않겠는가. 문수보살이 그대를 만나보고 싶다고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 때에 벌써 묘음보살의 모습은 저 나라에서 사라져 八만 四천의 보살들과 함께 사바세계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일행이 지나가는 나라들은 모두 여섯 가지로 진도하고, 모두 칠보 연꽃을 뿌리고, 미묘한 하늘 풍악이 저절로 울려퍼지는 것이었다.
또 묘음보살의 눈은 그 넓이와 크기가 연잎만하고, 그 단정 엄숙한 용모는 비록 백천만의 달을 합쳐도 못 따를 만큼 훌륭한 것이었다. 금빛 온 몸에는 무수한 장엄(莊嚴)이 베풀어지고, 위덕은 드높고 광명은 비치어 모든 상이 원만히 갖추어져 단정하고 아름답고 씩씩한 몸집은 하늘 나라의 장사인 나라연(那羅延)에 비길 만하다.
이 보살이 칠보 덩을 타고, 땅위 약 서른다섯 길의 공중을 날아 八만 四천의 보살들을 거느리고 사바 세계의 영추산에 나타났다. 이윽고 칠보 덩을 내려, 백천금의 값어치인 구슬 염주를 들고, 석가모니 앞으로 조용히 나아가 그 구슬염주를 바치고 그 발에 절하였다.
『세존이시여, 정화숙왕지불로부터 세존께 전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안녕하십니까. 세상 일에도 잘 견디고 계시는지. 중생을 제도하시는 일은 어떠하신지. 사바의 중생을 탐욕, 노여움, 불평, 질투, 잔인, 오만이 많지 않은지. 그들은 부모에게 불효하고, 중을 존경하지 아니하고, 선심을 일으키지 아니하고, 욕정에 사로 잡히는 일은 없는지. 또 옛날 멸도(滅度)하신 다보여래는 지금 현재 칠보의 탑 안에 있는지, 설법을 듣기 위하여 오셨는지 어떤가.
이렇게 묻고 계십니다. 또 다보여래께도 전하는 말이 있습니다. 안녕히 계십니까.
이렇게 묻고 계십니다. 세존과 다보여래께 뵙도록 해 주십시오. 모쪼록 잘 주선해 주시옵기이에 석가모니께서는 다보여래에게 말씀하셨다.
『묘음보살이 뵙고 싶다고 여쭙고 있습니다.』
다보여래는 묘음보살을 복,
『묘음이여, 그대는 세존(世尊)을 공양하고, 법화경을 듣고, 전부터 문수(文殊)들을 만나고 싶다는 염원에서 여기까지 먼 길을 잘 오셨소.』
이 때, 화덕보살(華德菩薩)이 석가모니께 물었다.
『세존이시여, 이 묘음보살은 어떤 선근(善根)을 심고, 어떤 공덕을 닦아서 이런 신통력은 얻을 수가 있게 되었습니까?』
『화덕아, 과거의 세상, 현일체세간(現一切世間)이라는 나라에 운뢰음왕(雲雷音王)이라는 부처님이 계셨다. 그 때, 묘음이라는 보살이 전후 二천년 동안, 이 부처님에게 십만 가지의 기악(伎樂)을 공양하고, 八만 四천의 칠보 바리를 바치었다. 이 과거의 인연으로 말미암아 현재 정화숙왕지불(淨華宿王智佛)의 나라에 태어나 이러한 신통력을 얻은 것이다.
지금의 묘음보살은 말할 것도 없이 운뢰음왕불 때의 묘음보살 그 사람이다. 화덕아, 이 묘음보살은 단순히 운뢰음왕불 뿐만 아니라 그밖의 무량 제불에게도 공양하고 가까이하여 오랫동안에 걸쳐 덕본(德本)을 심은 것이다. 화덕아, 너는 묘음보살이 여기에만 계신 줄 알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이 보살은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갖가지의 몸을 나타내어, 동시에 여러 곳에서 설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갖가지의 몸을 나타낸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제도하는데 필요한 경우에는 때로 범왕(梵王), 재석(在釋), 자채천(自在天), 대자재천, 대장군(大將軍),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 전륜성왕(轉輪聖王), 소왕(小王), 장자(長者), 거사(居士), 관리, 바라문, 수인, 소년 소녀, 천(天), 용(龍), 야차(夜叉)의 모습을 자재로 나타내어 이 법화경을 설법하는 것이다. 또 모든 지옥, 아귀, 축생, 그밖의 험난한 곳에까지도 곧잘 구제의 손길을 뻗치는 것이다.
또 어떤 때에는 왕의 후궁으로 태어나 여성의 몸을 나타내어 이 법화경을 설법하는 것이다. 화덕(華德)아, 이 묘음보살은 이렇게 여러 가지로 모습을 바꾸어 나타나, 사바세계의 일체 중생을 하나 하나 모조리 제도하지만, 그 신통 변화는 조금도 줄어드는 일이 없다.
그의 슬기의 빛은 사바세계를 밝게 비추고, 중생으로 하여금 각자 소원하는 것을 얻게 한다. 이 사바세계에서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십만 무량세계에 대하여서도 또한 같은 은혜의 빛을 내신다.
만일에 구제를 필요로 할 경우에는, 성문(聲聞)의 모습으로써 교화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인정되면 성무의 모습을 나타내고, 연각(緣覺)을 바라는 자에게는 그 모습을, 보살은 바라는 자에게는 그 모습을, 부처를 바라는 자에게는 또한 그 모습을 나타내어, 그를 위하여 설법을 하고 이롭게 해 주신다.
때로 열반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으면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열반의 상을 나타내신다. 화덕아, 묘음보살은 이러한 대 신통을 체득하고 있는 것이다.』
『세존이시여, 소상히 들려주신 말씀, 그저 경탄할 따름이올시다. 하오나 어떤 삼매의 힘으로써 마음대로 도처에 변하여 나타나시어 제도의 성과를 올릴 수가 있는 것입니까.』
『화덕아, 묘음보살이 얻은 삼매는 현일체 색신 삼매(現一切色身三昧)라고 일컫는 것이다. 이 삼매를 체득하면 묘음보살과 마찬가지로 무량 중생을 이롭게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리하여, 묘음보살은 사바세계에 와서 나타나는 목적을 달성하고, 본국을 향하여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法華經第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