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칼리 성자의 자인
석존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원정사(祇園精舍)에서 많은 사람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실 때의 일이다.
제자인 박칼리 성자는 질병 때문에 대소변을 마음대로 볼 수가 없었다. 그는 이러한 육체적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살하려고 결심을 했으나 기거하기 조차 자유스럽지 못해, 이제는 그럴 기력마저 없어 하루 하루 그 결행이 늦어갔다.
고통은 시시각각으로 닥쳐왔다.
그래서 그는 어느 날 시종을 불러,
『너는 여기에 칼을 가지고 오너라. 나는 자살하고자 한다. 이렇게 들으면 너는 놀라겠지만 나는 석존의 제자 중에서도 해탈(解脫)을 얻은 편에서는 그 제 일인자라고 손꼽히고 있다. 그 점에도 나는 아직도 육체적인 해탈을 얻지 못하고 이렇게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은 실로 면목이 없는 일이다.
그래서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이 고통을 벗어나려고 생각하는 것이다. 혹시 불제자가 자결한다고 하는 것은 비법(非法)한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부처님의 제자가 고뇌할 때는 칼로 자살한다는 것이 옛날부터 내려오는 사례이므로 여기에 대해서 네가 오해해서는 안된다. 나는 지금 이 목숨을 버림으로써 고뇌의 생활에서 열반(涅槃)의 생활로 들어가는 것이다. 빨리 칼을 가져오너라.』
이같이 부탁을 하고 드디어 뜻대로 자살을 결행하려 했다.
시종은 몹시 놀랐다. 그러나 시종은 출가한지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세나 내세라든가, 또한 고뇌로부터 깨달음에 이른다는 것도, 육체는 여기서 죽더라도 영혼은 그쪽에서 태어난다는 것에 대해서도 전연 지식이나 이해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스승이 명하는 대로 칼을 가지고 와서 건네 주었다.
박칼리성자는 시종이 건네 준 단도를 쇠약해서 여윈 손에 잡자 마자 목에다 단숨에 꽂았다.
이 자살하려는 찰나에 그는,
「부처님의 제자로서 비겁한 일을 한자는 악과(惡果)를 얻게 되어 깨달음은 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절명했다.
이 때 기원정사에 있었던 석존은 천안(天眼)의 힘으로 박칼리가 자살한 것을 알게되어, 즉시 아난(阿難)에게 명해서 제자들을 집합시키게 하고, 전후 좌우로 제자들에 둘러싸여 박칼리의 정사로 갔다.
그 때, 악마는
「박칼리가 죽었는데 그의 영혼은 어디로 갔을까. 인간의 세계인가, 그렇지 않으면 비인(非人)의 하늘인가. 용, 야차, 아수라(阿修羅)의 경계인가. 한번 그 소재를 확인해 보자.」
이렇게 생각하면서 동서남북 사유(四維), 상하, 그의 힘이 미치는 한도까지 모든 곳을 찾아 보았으나, 단지 그의 몸이 극도로 피곤해졌을뿐,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석존은 제자들을 향해서,
『너희들은 이 정사 안에서 큰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있느냐? 그리고 한 가지 괴상한 빛이 나는 것을 보고 있느냐?』
라고 물었다.
『아까부터 이상한 소리와 괴상한 불빛을 보고 듣고 해서, 사실은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악마가 박칼리의 영혼이 어디에 있는가 하고 찾아 돌아다니는 악마의 소리와 빛인 것이다.』
『그렇다면 박칼리의 영혼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이렇게 아난이 석존에게 물었다.
『그는 이미 해탈하고 있기 때문에 그 영혼은 어디고 있을 곳이 없다. 따라서 그 존재는 일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언제 四체(諦)의 법을 얻어 해탈을 한 것입니까? 그는 오랫동안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을 것을 상상해 보면 저는 범인(凡人)이라고 행각하고 있습니다만.』
『물론 제가 말한대로지만, 그는 나의 제자 중에서 해탈의 방면에 있어서는 가장 우수했던 것이다. 그러나 육체의 고뇌로부터 해탈을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칼을 잡아 그 고뇌로부터 탈출하여 진실로 제법 무아(諸法無我)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그렇습니까, 잘 이해가 되었습니다.』
박칼리 성자의 유골은 석존 및 동료인 스님들이 후한 공양을 하는 가운데 다비(茶毘)에 처해졌다.
<增一阿舍經 第一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