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거북이

여우와 거북이

석존께서 사밧티국의 서쪽에 있는 쿠센미국의 쿠시라원(園)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석존께서는 다음과 같은 비유로 수행자들에게 설법하시었다.

어느 강가의 풀숲에 한 마리의 거북이가 살고 있었는데 먹이를 찾아 나선 여우가 이 거북이를 보고 잡아 먹으려고 거북이에게로 다가왔다.

그러니까 거북이는 재빨리 머리와 꼬리와 네 발을 귀갑(龜甲)속으로 움츠려 들이고 말았다. 여우는 머리나 발을 내놓으면 달려들어 먹어 치우려고 거북이 옆에 앉아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거북이는 머리도 발도 내놓지 않았다. 배가 고파서 참을 수 없게된 여우는 마침내 화를 내면서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고 한다.

석존께서는 이야기를 마치시고 다시 수행자들에게 소상하게 설법하시었다.

『그대들도 여우가 엿보고 있는 거북이의 처지와 똑같은 것이다. 악마는 항상 그대들을 노리고 있다. 그대들의 눈이 색(色)을 보고 있는지 않은가? 그대들의 귀가 소리를 듣고 있지는 않은가? 그대들의 코가 냄새를 맡고 있지는 않은가? 혀가 무슨 맛을 보고 있지는 않은가? 피부가 촉각을 느끼고 있지는 않은가? 마음에 무슨 생각을 품고 있지는 않은가?

그대들이 이 여섯 가지의 외적 사항에 빠져서 애착심을 일으킨다면 그 때를 틈타서 그대들을 정복하려고 악마는 늘 호시탐탐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거북이가 머리와 꼬리와 네 발의 여섯 가지를 귀갑 속에 움츠려 넣고 여우의 습격을 피하는 경우와 같지 않은가! 그러므로 언제나 계율(戒律)을 보지(保持)하고 육근(六根)을 봉쇄하고 외계의 유혹을 물리쳐서 악마의 습격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雜阿含經第四十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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