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츠나 화사의 시주

카츠나 화사의 시주

홍카라에국에 카츠나라고 하는 한 사람의 그림장이가 있었다. 어느 날 세키시츠국에 가서 이곳저곳 절을 참배하고 한 곳에서 그림을 그려서 三○냥(兩)의 사례금을 받았다.

본국으로 돌아와서 많은 사람들이 대공양회(大供養會)를 열고 맡고 있는 수도승에게 이렇게 물었다.

『내일 공양을 바치는 시주는 어느 분이십니까?』

『내일의 공양은 아직 신청자가 없습니다.』

『하루의 공양은 얼마 정도가 됩니까?』

『三○냥입니다.』

그림장이는 집사 스님에게 三○냥의 돈을 주고 내일의 공양을 부탁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래간만에 돌아온 남편을 본 그의 아내는 기꺼이 그를 맞이하며,

『잘 다녀오셨어요? 그래 객지에 가시더니 얼마나 돈을 벌어 오셨나요?』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세키시츠국에 가서 그림을 그려주고 三○냥의 돈을 받았는데 지금 그 돈을 모두 공양에 바치고 오는 길이오.』

남편의 말을 들은 아내는 매우 못마땅하여 부모와 친척들에게 남편의 그릇된 처사를 비난하였다.

『모처럼 벌어온 돈을 모두 시주를 하다니 그이는 너무 욕심이 없읍니다. 이러니 어떻게 살림을 꾸려나갈 수가 있겠어요?』

친척들은 아내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고 이 일을 관청에 가서 말했다.

『돈을 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돈을 집 살림에 쓰지 않고 친척들에게도 도움을 주지 않고 전부 시주를 해 버리다니 매우 괘씸한 일이 아니겠읍니까?』

광청에서는 곧 카츠나를 불러서 물었다.

『너는 머나먼 타향에 가서 애써 번 三○냥의 돈을 모두 공양에 써버렸다는데 사실인가?』

『네, 그렇습니다.』

관리는 대단히 탄복하여 자기가 입고 있는 의복과 목이와 게다가 말과 안장까지 그에게 주며 칭송하였다.

『훌륭할손 사내 대장부,

오랜 세월 가난에 쪼들리면서도,

애써 번 돈을,

자기를 위하여는 한푼도 안쓰고,

스님에게 시주하고 공양을 하다니

이는 참으로 하기 어려운 일이다.

가재가 풍부하여 남아 돌아도,

깊이 생각하여 장차의 일을 생각하여,

후생의 과보(果報)를 생각안하면,

재물을 아끼지 않고 시주를 하고,

탐욕의 울타리에서 벗어남은,

이것이 참된 마음가짐으로서,

시주의 공덕은 영원히 불멸하리라.』

카츠나는 그가 준 의복으로 단장하고 보석으로 몸을 빛내며 말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 사람들은 옷차림도 훌륭히 말을 타고 집으로 오는 사람을 보고 높은 귀인이 자기들을 야단치려고 오는 줄로 생각하여 놀랍고 두려워서 문을 닫고 숨으려고 하였다.

이것을 본 카츠나는 당황하며,

『이봐, 나야 나 왜들 떠드는거야?』

목소리를 들으니 자기의 남편이 분명하므로 아내는 그제야 안심을 하면서 남편에게 물었다.

『아니 어찌된 일이세요? 그 옷이랑, 보석이랑 말이랑?』

그는 아내를 향하여 다음과 같이 읊으며 대답하였다.

『그대여 잘 들으라.

지금 내 진실 됨을 말하리라,

여러 스님들께 공양을 부탁했는데,

아직 채 공양이 끝나기도 전에,

시주의 공덕은 나타났도다.

씨앗이 채 땅에 묻히지도 않았는데,

싹이 트고 줄기가 생겼음과 같도다.

시주는 행운을 만드는 것과도 같아서,

그 보람은 반드시 열매를 맺음이니,

스님은 깨끗한 곳으로 인도하는 분,

어찌 씨앗을 안뿌리겠는가,

싹이 터서 무성할 때에야,

비로서 사람들은 우러러 보는도다.』

이것을 들은 아내는 혼연( 然)히 마음속에서 순수한 신앙심이 용솟음치는 것을 느꼈다. 그녀 또한 다음과 같이 남편에게 답장하였다.

『부처님의 가르치심이 이러 할진대,

스님에게 시주하여 공덕을 얻으리,

지금 당신이 시주한 것은,

참으로 훌륭하고 장하도다.

섬기는 마음으로 한 방울의 물을 베푸는 것도,

그 공덕은 바닷물보다 더 할 것이니,

모든 사람들 그 중에서도,

부처님과 스님에게 공양함이 으뜸이로다.』

이것은 연모집착(戀慕執着)을 떠난 마음으로 시주하는 것이 참다운 대시주가 되는 것이라는 이야기인 것이다.

<大壯嚴論經第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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