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사의 유래
화순에서 고흥 행 버스를 타고 사평을 지나다보면 수려한 자연경관은 한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시원한 가로수와 아스팔트길을 한참 가다보면 왼편에(유마사 입구)란 안내판이 서있다.
여기에서 내려 계곡의 물소리를 따라 올라가면 비탈길에 수놓은 듯 피어있는 산국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태고의 정취를 자아내게 한 웅장한 산세와 광활한 옛터에는 춘풍추우(春風秋雨) 긴 성상에 많은 사연들을 간직한 채 쓸쓸한 모습으로 대웅전과 그날의 돌다리만 남아 있다.
유마사는 중국의 요동 태수 유마운(維摩雲)과 그의 딸 보안(普安)의 사연이 읽혀 있는 곳이다. 일찍이 유마운의 딸 보안은 천재 소녀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녀는 생후 7일만에 능히 말을 하기 시작했고 두살 때부터 글을 배워 열살이 넘어서는 백가이도(百家異道)의 학문을 다 필했다.
유마운은 나이 오십이 넘어서야 겨우 무남독녀를 얻었으나 보안이 태어난지 백일만에 그 어머니가 죽어 항상 외로움을 금치 못하였다. 그러나 워낙 재주와 색을 겸비한 외동딸 보안의 깜직한 재롱에 재미를 붙여 재혼은 커녕 외도 한번 하지 않고 세월을 보냈다.
보안의 나이 일곱살 되던 해 어느날 태수 유마운이 친구 진성주(陣省主)의 탈상에 가려고 집을 나서자 보안이 아버지께 말했다.
「아버지 오늘 성주댁에 가시거든 제례에 참례하시고 돌아오시는 길에 사당 뒤곁 담마루 일곱번째 기왓장 밑에 진성주의 업신(業身)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꼭 찾아 뵙고 오십시오.」
유마운은 딸의 이 같은 말을 생각하고 ‘오늘은 진짜 친구를 한번만나 보려나’ 하고 발걸음을 재촉하여 성주집에 이르렀다.
정중하고 장엄한 제례의식은 삼현육각의 모든 악기와 율려(律呂)를 갖춘 풍악으로 시작되었다.
유마운은 평소의 깊은 정의를 술회하였다.
「적어도 친구 진성주는 극락정토는 몰라도 도솔왕생은 하였을 것입니다. 그는 평소 마음씨가 착하고 비단결 같이 고와 가난한 사람을 도울 줄 알았고 간사한 오리(汚吏)들을 간하는 명주로서 모든 백성의 존경과 신의를 함께 하였으니 말입니다. 」
제례가 끝나고 풍성한 시식에 얼근히 취한 유마운은 보안의 말이 생각나서 아무도 몰래 사당 뒤곁 담벼락 옆으로 바짝 다가섰다.
하나. 둘, 셋‥‥‥ 일곱번째 기왓장을 살며시 들어 올렸다. 진성주의 혼신에게 도솔천궁의 즐거움이 얼마나 되던가 하고 물으려 했던 유마운은 들었던 기왓장을 그만 땅 위에 떨어뜨리고 혼비백산해 버렀다.
보안이 성주의 업신이 있다던 그 기왓장 밑에는 옛날의 진성주가 아닌 일곱 또아리를 틀고 있는 커다란 황구렁이가 혓바닥을 넘실거리며 찬바람을 훅 뿜어댔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온 유마운은 잠시 마음을 안정한 뒤 보안을 불렀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더라고 태수의 높고 귀한 지위를 모르는바 아니지만 부귀공명을 누려 먹구렁이의 과보를 받는 것보다는 차라리 영화를 버리고 사람의 몸을 잃지 않은 것이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보안아. 그럼 어찌하면 좋겠느냐?」
「아버지 그것이 그렇게 무서우세요?」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이 어디 또 있겠느냐?」
「그러시다면 제가 하자는 대로 따라 하시했습니까?」
「하구말구. 구렁이의 몸만 받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고 참고 견딜 수 있지‥‥‥」
「아버지, 구렁이가 문제가 아닙니다. 참고 견디기는 어려워도참고 견뎌 이기시기만 한다면 늙고 병들어 죽는 고통은 물론 세세에 낳았다가 헤어지는 이별의 고통이 없는 영원의 세계에 편히 쉬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한번 저지른 일을 크게 후회하지 마시고 제가 하자는 대로만 하십시오.」
「후회가 다 뭐냐. 그런 좋은 길만 있다면 돈이고 태수고 나에게는 하나도 필요 없다 어서 묘책이나 일러다오.」
「좋습니다. 그러시다면 아버지가 가지고 계신 모든 재산을 오늘저녁 안으로 저에게 양도해 주십시오.」
이렇게 해서 유마운은 욕심 사납게 모아놓은 보석은 물론 논 문서까지 모든 것을 보안에게 양도해 주었다.
이튿날. 보안은 멀고 가까운 일가친척과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성대히 잔치를 베풀고 그 자리에서 자기 소유의 모든 재산을 빈부귀천에 따라 소용대로 골고루 나눠 주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아버지를 모시고 길을 떠나니 한나라의 태수로 부귀와 영화를 함께 누리던 유마운은 하루 아침에 알거지가 되어 헌 바가지 밖에 아무 것도 몸에 지닌 것이 없었다.
하루 가고. 이틀 가고 몇날을 걸었는지 유마운은 전신이 지치고 다리가 아파 더 걸어갈 기력이 없었다. 산마루 남쪽 조그만 동굴에서 며칠 쉬어 가기로 작정했다.
유마운은 동굴 속에 누워서 인생무상을 회고하고 보안은 마을에 내려가 먹을 것을 빌어오니 목구멍에 밥이 제대로 넘어 갈 리 만무했다.
며칠을 쉬고 나서 보안이 길을 재촉했다.
「아버지 또 가십시다. 」
「어디로 간다는 말이냐?
「어디로 가든지 저만 따라오세요.」
보안이 앞장섰다.
뱀이 싫기는 했지만 차라리 이렇게 고통스러울 줄 알았더라면 뱀의 몸을 받고 말 것을 하고 유마운은 지난 일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달이 취영청 밝은 어느날 밤, 유마운은 딸과 함께 은빛 찬란한 압록강을 건너게 되었다. 조그마한 조각배를 빌러 타고 강을 건너는데, 배가 강 중류에 이르자 갑자기 폭풍이 일었다.
배가 몇 바퀴 요동하더니 그만 물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가.
신통하게도 보안은 물 한방울 발에 젖지 않고 물 위에 동동 떠 있지 않는가. 이것을 본 유마운은 자기생명의 다급함을 느끼고 보안을 부르며.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보안아! 나 죽는다. 나 죽어‥‥‥」
「아버지. 그래도 아버지는 미련이 있습니까?」
「미련이 무슨 미련이야. 나에게는 미련도 애착도 아무 것도 없다. 어서 나를 구해다오.」
「아닙니다 아버지. 아버지에게는 아직도 무엇인가 다 하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을 버리십시오. 」
그때 유마운이 달 그림자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다보니 상투 끝에 딸 몰래 감추어 놓았던 보석 하나가 유난히 달빛에 빛나고 있었다.
「그것이 아버지를 죽이는 것입니다. 그것은 아버지의 것이 아니고 가엾은 백성들의 피와 눈물이 아닙니까? 그것을 아주 버리십시오.」
그때 유마운은 참회의 눈물을 주루룩 흘렀다.
그것은 그가 마지막 비상용으로 딸 몰래 간직한 값진 보석이었다.
유마운은 아까운 것도 잃고 그것을 머리에서 떼어 멀리 강 저편으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나니 신기하게도 물 속 깊이 가라앉던 배가 가랑잎 같이 스르르 떠올라 유마운은 마음을 놓고 마침내 강을 건널 수 있었다.
「아버지, 이제 아버지는 옛날의 아버지가 아닙니다. 이제 아버지는 영생을 얻게 되셨습니다. 죽음과 이별의 고통이 없는 영원 속에 편안히 안식할 날이 올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 걱정 마시고 저를 따라 오십시오.」
정말 꿈만 같았다.
몇일 전까지만 해도 수백만의 군대를 거느리고 사해를 집어 삼킬듯 기염을 토하며 살았던 유마운이 어린 딸에게 구원을 청하게 되다니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생후 백일 만에 어머니를 잃고도 외로운 빛 하나 없이 꿋꿋하게 자라온 딸, 그의 사랑과 믿음의 전부였던 귀염둥이 딸 보안이 이제 딸이 아닌 생명의 은인이요. 구원의 스승이 된 것이다.
이제 보안은 그에게 있어 잠시도 떨어질 수 없는 존경과 신앙의 심히 애통해 하던 왕은 곧 사신을 보내 사실을 확인한 뒤 각 고을에 방을 붙였다.
「태수의 거처를 알리는 자에게는 황은(皇恩)의 보(報)를 내리리라.」
그러나 이미 중국 땅을 떠나 물 맑고 산 좋은 조선 땅 구석에서 삼태기 장사를 하는 유마운인지라 누구도 쉽게 그 거처를 찾아낼 수 없었다.
보안의 나이 16세 되던 해 어느 날이었다. 전라도 무진(光州) 고을 원님이 순천 순방을 나왔다가 이 소문을 듣고 모후산을 찾아가 보았다.
과연 그는 조선 사람이 아닌 중국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손과 발은 뭉그러졌고 검게 탄 얼굴은 마치 시골 노인의 풍상을 연상케 했다.
굳게 다문 입 넓은 이마에 아로 새겨진 주름과 하얗게 변한 수염만이 인생무상을 알릴 뿐 태수는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 눈빛만은 붉게 타고 있었다, 밝고 깊은 안광이 누구도 그를 바로 보지 못하게 하였다.
원님은 말이 없는 거사의 묵연한 태도를 보고 무엇인가 도와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집에 돌아 오자마자 쌀과 소금 옷가지를 주선해 보내고 영을 내려 그들이 편히 쉴 수 있는 5~6동의 절과 평생을 걱정 없이 먹고 살 수 있도록 사산(寺山)과 불량답(佛糧畓)을 마련해 주었다.
절은 날로 창성해갔다.
찾아오는 손님도 많아지고 개중에는 공부하기를 자청해 오는 운수납자(雲水衲者)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 시끄러운 곳을 피하여 조용한 곳에 찾아든 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우선 해인사에서 찾아온 젊은 중 한 사람을 법당 부전으로 봉하고 함께 기거 할 스님으로 응일(應一)을 고르기로 정했다.
그러나 부전 스님은 공부에는 여념이 없고 보안의 뒤만 따르는 것이었다.
보안이 하는 일은 한사코 같이 하려 하고 보안의 말이면 사생을 판단하고 앞질러 행하였다.
그래서 보안은 몇 차례 글을 써서 그 마음을 안정시켜 보려고 하였으나 모두가 허사였다.
그러던 중 유마운이 돌연히 세상을 떠났다.
갖은 고생과 사바를 버리고 무고안온의 정토(淨土)에 나기 위해 사바세계를 떠난 것이다. 보안은 부전 스님과 같이 지극한 정성으로 아버지의 영을 모셔 장례를 치렀다.
유마운이 없는 절은 텅 빈 집만 같았다.
절을 찾아왔던 이들도 모두 떠나버리고 깊은 산, 넓은 도량에는 보안과 부전 스님 뿐, 이제 부전 스님에게는 아무것도 거리낄 것이 없게 되었다.
밤이 늦은 줄도 모르고 경내를 배회하며 서성대는 부전 스님의 들뜬 행동은 금방이라도 무슨 일을 저지를 것만 같았다.
보안은 참다 못해 편지를 써서 스님의 문전에 떨어뜨려 놓았다.
「내 일찍부터 스님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오나 우리는 생사의 근본을 끊고 불지(佛旨)를 증득(證得)하여 고해(苦海) 중생(衆生)을 건지려고 발원한 남 다른 사람들이 아닙니까? 이 발원을 등지고 윤회의 강에 탐닉하는 것은 짐짓 불자의 바른 행위가 아닌 줄 아오나 스님께서 정히 그렇게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아까워 드리지 못할 것이 없아오니, 내일 저녁 열두시에 우물로 나와 주십시오.
장차 뜻이 맞으면 부부의 연을 맺고 평생 해로를 하겠아오니 오실 때는 꼭 잊지 마시고 고운 채 하나만 가지고 나오십시오.」
편지를 받아 본 부전 스님은 뛸듯이 기뻤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평생 소원을 다 이룬 것처럼 온통 세상이 밝아지는 것만 같았다.
어찌나 즐거운지 부처님 앞에 나아가 백배도 더 했다.
이튿날 아침, 부전 스님은 목욕물에 데워 그동안 흐렷던 몸과 마음의 때를 말끔히 씻고 저녁에 가지고 나갈 고운 채도 깨끗이 밖아 놓았다. 이윽고 밤이 돌아왔다.
약속시간 전부터 나와 기다리는 부전 스님의 마음은 고무풍선 이상으로 부풀어 있었다. 멀리 사뿐사뿐 보안이가 걸어 왔다.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인간계의 사람은 아닌 듯 싶었다. 어쩌면 그녀는 오늘을 위해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인지도 모른다.
만일 그녀가 오늘 밤부터 내 아내가 된다면 나는 나의 모든 것을 그녀에 게 바치리라.
어느새 보안은 그의 앞에 나타나서
「일찍 나오셨군요.」
구슬처럼 맑고 꾀꼬리처럼 아름다운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그렀다네」
스님은 무엇이라고 대답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채. 여기 가져왔습니다. 」
보안은 깨끗하게 닦여진 채 바퀴를 한번 둘러 보았다.
「스님. 저 물 속에 둥근 달이 보이지요? 저 달을 이 채로 건져내는 것입니다.
스님이 달을 건지고 제가 그 달을 건져도 좋고 둘이 다 건지지 못하여도 또한 좋습니다. 그러나 스님께서 건지지 못하고 제가 건지게 된다면 우리들의 약속은 멀어지는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스님이 그렇게 약속을 하시겠습니까?」
스님이 생각해 보니 보안이 아무리 하늘에 별을 따는 재주를 가졌다 할지라도 물 속의 달이야 어찌 건져낼 수 있으랴.
「좋습니다. 낭자께서 건지지 못하면 틀림없는 저의 아내가 되는 것입니다. 」
「네. 꼭 그렇게 약속하겠습니다. 그럼 스님께서 먼저 건져 보십시오.」
두 남녀는 약속을 한 뒤 스님부터 달을 건지기 시작했다.
열번스무번 아무리 채바퀴를 물 속 깊이 집어넣고 달을 건져도 달은커녕 달그림자 같은 것도 올라오지 않았다 .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이마를 수건으로 닦으며 부전 스님은 보안에게 채를 내밀었다
「저는 안 되겠습니다. 낭자께서 건져 보십시오.」
그러나 내심 그녀도 별 수 없으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보안은 채를 들고 물 속 깊이 들어다 보이는 둥근 달을 한참이나 응시하다가 두손을 힘껏 들어 채바퀴를 꼭 붙들고 물 속깊이 잡아 넣었다가 올렸다.
그런데 둥실둥실한 달이 채 바퀴 안에 담겨 있지 않은가! 참으로 진기한 광경이었다.
보안은 다시 달을 떠서 높이 들어부었다.
다시 뜨고 또 다시 부으니 스님은 기가 막혀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환희와 희열에 들였던 부전 스님이 경이와 부끄러움에 몸둘 곳을 찾지 못했다
「스님. 이제 어쩔 수 없습니다. 이제 제 생각은 꿈에라도 갖지 마십시오.」
한마디를 남기고 아리따운 선녀는 종종 걸음으로 별당으로 올라가 버렸다.
스님은 당장에라도 그 물 속에 빠져 죽어버리고 싶은 생각뿐이었지만, 그래도 한가닥의 미련이 남아서 보안의 뒤를 따라 처소로 올라갔다.
부처님 뵐 면목이 없고 낭자 보기도 민망하였다. 세상만사에 도무지 흥이 없었다.
겉으로 보고 마음으로 위안을 받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마음 속의 초조감은 가실 날이 없었다.
그러다 부전 스님은 중병을 않게 되었다.
그에게는 약이 없었다. 더구나 나무 뿌리나 풀잎사귀 같은 것으로는 구원할 도리가 없었다.
보안의 따뜻한 사랑만이 그를 구원할 수 있었다. 인정은 어쩔 수 없는 일 보안은 어떤 생각이었는지 그를 법당 안으로 불러 들였다.
그리고 법당 안에 모셔진 탱화를 뚝 떼어 마루 바닥에 깔고 옷을 벗어 그 위에 던졌다.
「스님을 보니 하도 딱해 내 몸을 바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스님도 옷을 벗으세요.」
그래도 스님은 불가의 법도가 있어 망설였다.
「그것은 탱화가 아닙니까? 아무리 사랑이 좋기로서니 탱화를 깔고 누울 수 있겠습니까?」
「이놈! 너는 만들어 놓는 그림에 불과한 부처는 무섭고 진짜 살아있는 부처는 무섭지 않느냐?」
보안이 벽력같은 소리를 지르며 깔고 앉았던 탱화를 들어 밖으로 내던지니 처염상정(處染常爭), 화과동시(花果同時)의 연꽃으로 변했다.
부전 스님이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고 밖을 내다보니 보안은 빨간 연꽃을 타고 하늘로 사라지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보안이 아닌 백의 관세음보살이었다.
「아하 이거 지금까지 내가 미쳤었구나. 내가 미쳤어 관세음보살의 화신을 몰라보고 내가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니‥‥‥‥」
스님은 후회와 참회를 거듭하다가 마침내 무쟁삼매에 들어 불가사의의 법신리신(法身理身)을 깨우치게 되었다.
보안은 다름 아닌 전생의 도반으로 누구든지 먼저 성불하는 사람이 후진을 꼭 이끌어 주기로 약속한 사이인 것이었다.
그녀는 평소 염불과 참선으로 지혜를 연마하고 보시공양으로 많은 복을 짓는데 온갖 힘을 다 하더니.
그 공덕으로 거부장자의 무남독녀로 태어나 인물 좋고 머리 좋아 세상에 널리 그 이름을 떨치고, 또 인연 있는 친구를 구제하기 위하여 길 멀고 낯설은 이국 천리길을 찾아와 온갖 고초를 다 겪으면서 구원의 방편을 내렸던 것이다.
스님은 은혜의 보답을 위해서 온갖 지혜와 정열을 다해 불법을 닦고 폈다.
또 절 이름을 보안의 아버지 유마운의 호를 따서 유마사(維摩寺)라 부르며, 그 딸 보안이 있던 방을 보안당(普安堂)이라 했다.
보안이 놓았던 다리를 보안교(普安橋)라 하여 그 돌다리가 지금도 말없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들이 달을 건지던 우물을 제월천(濟月泉)이라 하고 유마사 아랫마을을 유마리(維摩里)라고 지금도 불린다.
<화순군 . 유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