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지장보살의 구원

선운사 지장보살의 구원

우리나라에서는 일찍부터 지장보살에 대한 신앙이 성행하여 대표적인 불교신앙 중의 하나로 정착되었다.

지장보살은 죄고(罪苦)에 빠진 모든 중생을 구원하기 전에는 자신의 성불을 미루겠다는 대원을 세우고, 천상에서 지옥에 이르는 육도(六道)의 중생을 낱낱이 교화시켜 성불하도록 인도하는 대자대비(大慈大悲)의 보살이다.

따라서 지장보살은 육도윤회를 심판하는 저승세계의 구세주로 등장하게 되었고, 조상의 천도를 위한 도량으로 이용되고 있는 명부전(冥府殿)의 주존으로 널리 신앙하고 있다.

선운사는 예로부터 지장보살의 도량으로 일컬어져 왔다.

관음전ㆍ도솔암 도솔천내원궁ㆍ참당암 약사전에 각각 지장보살을 봉안하고 있어, 지장 삼장(三藏)을 탱화가 아닌 불상으로 모시고 있는 유일한 사찰이다.

이는 성종 때의 중창이 왕실의 원찰(願刹)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선왕(先王)의 명복을 비는 뜻에서 먼저 지장을 모시고, 이에서 나아가 삼장을 모심으로써 이곳을 지장신앙의 중심지로 삼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장보살과 관련된 각종 영험담이 이어지고 있어, 우리나라 제일의 지장기도 도량으로서 사시사철 기도하러 오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관음전에 봉안된 지장보살상(보물 제279호)과 관련된 대표적인 영험담은, 일제강점기에 도난을 당하였다가 다시 선운사로 돌아오게 된 일이다.

1936년 당시 일본인 2명과 우리나라 사람 1명이 공모하여 보살상을 훔쳐간 뒤, 거금을 받고 팔아넘겨 일본으로 건너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때부터 지장보살상이 소장자의 꿈에 수시로 나타나서

“나는 본래 전라도 고창 도솔산에 있었으니, 어서 그곳으로 돌려보내 달라”

고 하였다.

소장자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이후로 병이 들고 가세(家勢)가 점점 기울게 되자 꺼림칙한 마음에 보살상을 다른 이에게 넘겨 버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지장보살이 소장자의 꿈에 나타났고, 이를 무시하여 집안에 우환이 끊이지 않게 되자 그 역시 다시 다른 이에게 넘기게 되었다.

그후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이 보살상을 소장한 사람들이 겪은 일들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으며, 마지막으로 소장하게 된 사람이 이러한 사실을 고창경찰서에 신고하여 모셔갈 것을 부탁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당시 선운사 스님들과 경찰들이 일본 히로시마로 가서 보살상을 모셔오게 되었는데, 이때가 도난당한 지 2년여 만인 1938년 11월이었다.

당시 잃어버린 보살상을 다시 모시고 온 사실을 기념하기 위해 찍은 사진에도 사건에 대한 이러한 개요가 간략하게 기록되어 있다.

또한 도솔암 도솔천내원궁에 봉안된 지장보살좌상(보물 제280호) 역시 많은 영험을 보이고 있는데, 대표적인 영험담은 1996년 대구에 사는 한 여성신도가 겪은 일이다.

당시 유방암에 걸려 있었던 이 신도는 온갖 약과 명의를 찾아 치료에 정성을 다했으나 암은 말기까지 진행되어 죽음 직전에 이르렀다.

가족들 역시 마음의 준비를 하였고, 신도는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도솔암을 찾아 백일기도를 시작하였다. 병이 깊어진 때라 몸을 가누기가 어려웠지만 정성을 다해 절을 하면서 지장보살의 명호를 부르는 기도에만 열중하였다.

그러나 23일째 되던 날 밤에 몸을 가누지 못해 쓰러지고 말았는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을 차려라. 저승사자가 기다리는데 어찌 잠만 자고 있느냐?”

그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지장보살이 성큼 내려와 가슴 뒤쪽의 등을 어루만지며 큰 대바늘로 세 번을 찔렀다.

마지막 침을 빼는 순간 잠에서 깨어났는데, 혼미한 가운데서도 가슴 주위가 시원해지며 오르내리기에 힘들기만 하던 요사채로 단숨에 뛰어 내려갈 수 있었다.

같은 시각에 새벽 도량석을 하던 스님이 내원궁에서 환한 빛이 하늘로 오르는 것을 보고 불이 났다며 여러 대중과 함께 달려가 보니, 그 빛은 화염이 아닌 지장보살이 내뿜는 방광(放光)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놀랍고 벅차오르는 환희심에 그 자리에서 엎드려 부처님께 절을 올렸다.

편안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하고자 백일기도를 시작한 그 신도는 씻은 듯이 병이 나았고, 이후 도반들과 함께 ‘도솔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내원궁 지장보살님에게 참배를 올리고 있다.

도솔회는 도솔암에서 기도를 하여 영험을 본 이들의 모임으로서, 전국 각지에 회원이 있어 도솔암 지장보살의 영험을 가히 알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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