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사 수덕도령과 덕승아씨의 설화

수덕사 수덕도령과 덕승아씨의 설화

수덕사는 충남 서해안에선 으뜸으로 꼽는 절인데 여기에도 전설이 하나 있다. 홍주 목사 고을에 수덕이란 도령이 하나 있었다.

그는 양반집 아들로 의젓하게 살고 있는 부자집 아들이었다. 그는 사냥을 좋아해서 어느 해 가을엔 몸종들을 데리고 사냥을 갔었다.

몸종들과 산을 둘러싸고 몸종들이 짐승을 몰아 짐승들이 나타나면 수덕이가 화살을 날리어 잡는 그런 사냥이었다.

몸종들이 나뭇가지를 탁탁 털면서 “우——“하고 몰아오더니 “노루야 노루야”하고 소리쳤다. 수덕은 화살엔 자신이 있었으므로 언덕 아래에 숨어서 활을 조이며 쳐다보고 있는데 정말 송아지만한 노루가 자기 앞으로 껑충껑충 뛰어오고 있었다. 수덕은 바삐 활시위를 잡아당겼다가 딱 멈췄다.

수덕이 어쩐 일인지 화살을 날리지 않고 멈추자

“도련님 노루예요. 어서 화살을 날리세요”

몸종들이 화살을 날리라고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우성이 커질수록 활시위에 천천히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끝내 노루를 놓치고만 몸종들은 섭섭해 했지만 그에겐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노루가 뛰어올 때부터 화살이 잡은 노루의 방향에 어여쁜 낭자가 똑같이 뛰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노루가 사라지자 뛰어가던 낭자가 자기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선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더니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부터 그는 책을 펼쳐도 글씨는 보이지 않고 낭자의 얼굴만 떠올랐다. 그는 몇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자기를 아끼는 할아범 몸종에게 낭자를 찾아보라 했다.

할아범은 여러 마을에 수소문한 결과 바로 건너 마을에 사는 덕숭이란 낭자라 했다. 덕숭낭자는 혼자 살고 있는 낭자로써 그 아름다움이나 마음씨가 고와서 온 마을에서도 뛰어난 낭자란 평이었다.

할아범으로부터 이런 이야기까지 들은 수덕은 더욱 고민하다가 밤에 덕숭낭자의 집을 찾아갔고 낭자 앞에서 자기는 꼭 낭자와 결혼을 해야겠다고 우격다짐을 했다. 그랬더니 낭자는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머리를 떨군다.

허나 수덕도령은 꼭 결혼하자고 졸라대기 시작했다. 새벽닭이 울때까지 덕숭낭자를 졸라댔다.

낭자는 닭 울음소리 따라 머리를 들듯 얼굴을 세우고 수덕을 바라본다.

“저와 결혼을 꼭 하시고 싶으시면 먼저 소녀의 청을 들어주셔야 하겠습니다. 우리 집 근처에 절을 하나 세워 주세요.”

덕숭낭자가 절을 세워달라고 원하자 수덕도령은 쾌히 승낙을 했다.

그날부터 절간을 짓기 시작했다. 많은 인부들이 작업을 해서 그런지 절간은 바삐 지어졌다. 수덕도령은 낭자 집으로 낭자를 찾아가서 절이 지어졌노라고 전했다.

그랬더니 낭자는 하는 말이

“어째서 절을 지으면서 부처님을 생각하지 않으시고 여자의 몸을 탐내십니까. 그런 절은 바로 없어집니다”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이때였다. 밖에서 “우루루——“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새로 지은 절간이 부서졌다고 아우성을 치는 것이었다.

허나 수덕도령은 다시 절을 짓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불이 나 타버렸다.

수덕도령이 날마다 목욕을 하고 몸가짐은 정돈이 되었으나 마음에 부처님보다 덕숭낭자를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겼다 했다. 그는 잿더미 위에 또 절을 짓기 시작했다.

이번엔 참으로 절이 잘 지어졌다. 절이 완성되자 덕숭낭자는 결혼을 승낙했다. 그래서 결혼식을 올렸으나 자기 몸에 손을 못 대게 했다.

허나, 어느 날 수덕도령은 참을 수가 없어서 와락 덕숭낭자를 껴안았다. 헌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문짝이 달가닥하고 떨어지며 이불이 공중에 뜨더니 자기를 밀어 제치고 이불이 둥둥 떠서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이었다.

낭자는 온데 간데 없고 버선 한 쪽만 쥐어져 있었다. 이번엔 천둥의 소리가 났다. 그러자 그들이 살던 집은 불더미가 되고 수덕도령이 앉아있던 자리에 바위가 생겼다.

그리고 그 바위에 버선모양의 꽃이 피었다. 낭자는 관음보살이 화현하여 속세에 와서 살았다 해서 ‘덕숭산’이라 했고 절간은 수덕도령이 지었다 해서 ‘수덕사’라 불리우게 됐다.

그리고 바위에 피는 꽃은 버선모양이라 해서 ‘버선꽃’이라 불리우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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