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무구칭경(說無垢稱經) 제6권

설무구칭경(說無垢稱經) 제6권

12. 관여래품(觀如來品)

이때 세존께서 무구칭에게 물으셨다.

“선남자여, 그대는 무엇보다도 여래의 몸[如來身]을 보고 싶어했기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이다. 그대는 어떻게 여래를 본다고 말하겠는가?”

무구칭이 말씀드렸다.

“저는 여래를 볼 때 전혀 보는 바 없이 봅니다. 여래는 과거[前際]에서 오는 것도 아니며, 미래[後際]로 가버리는 것도 아니며, 현재에 머무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여래는 색 자체의 성품[色眞如性]이기는 해도 그 본성[性]은 색(色)이 아니며, 수(受) 자체의 성품이기는 해도 그 본성은 수가 아니며, 상(想) 자체의 성품이기는 해도 그 본성은 상이 아니며, 행(行) 자체의 성품이기는 해도 그 본성은 행이 아니며, 식(識) 자체의 성품이기는 해도 그 본성은 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래는 4계(界)에 머물지 않으니 허공과 같습니다. 6처(處)에서 나온 것도 아니니 여섯 감관의 길을 초월해 있습니다. 삼계에 연루되지 않으며, 세 가지 오염[垢]을 영원히 벗어나 있습니다. 세 가지 해탈에 순응하고, 세 가지 신통[明]에 다다르되, 밝음 없이 밝고 이름 없이 이릅니다. 여래는 일체 법에 대해 장애받음이 없는 경지에 도달해 있습니다.

여래는 실상의 극한[際]이자 비극한이며, 진여(眞如)이자 비진여(非眞如)입니다. 여래는 진여의 경계[境]에 늘 머무는 것도 아니며, 진여의 지혜 에 항상 밝게 응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진여의 경계와 지혜는 그 본성이 서로 함께 하면서도 떠나 있습니다.

여래는 인(因)에서 생긴 것도 아니며, 연(緣)에서 일어난 것도 아닙니다. 모양이 있는 것[有相]도 아니고 모양이 없는 것[無相]도 아닙니다. 자체의 모양[自相]도 아니고 다른 별개의 모양[他相]도 아닙니다. 하나의 모양[一相]도 아니며 다른 모양[異相]도 아닙니다. 소상(所相)에 즉하는 것도 아니고 소상을 떠난 것도 아닙니다. 소상과 같지도 않고 소상과 다르지도 않습니다. 능상(能相)에 즉하는 것도 아니고 능상을 떠난 것도 아닙니다. 능상과 같지도 않고 능상과 다르지도 않습니다.

여래는 차안(此岸)도 아니며 피안(彼岸)도 아니고, 그 중간의 흐름도 아닙니다. 여기에 있는 것도 아니고 저기에 있는 것도 아니며, 중간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안에 있지도 않고 밖에 있지도 않으며 안과 밖에 동시에 있는 것도 아니며, 안과 밖에 동시에 있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과거에 가버린 것[已去]도 아니며 미래에 갈 것[當去]도 아니며 현재 가고 있는 것[今去]도 아닙니다. 과거에 온 것[已來]도 아니요 미래에 올 것[當來]도 아니며 현재 오고 있는 것[今來]도 아닙니다. 지혜[智]도 아니며 경계[境]도 아닙니다. 인식 주체[能識]도 아니며 인식 대상[所識]도 아닙니다. 숨겨진 것[隱]도 아니며 드러난 것[顯]도 아닙니다. 어둠도 아니며 광명도 아닙니다. 머무는 것도 아니며 움직이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명칭[名]이나 모양[相]도 없습니다. 강한 것도 아니며 약한 것도 아닙니다. 국지적인 것[方分]에 머물지 않고 국지적인 것을 벗어나 있지도 않습니다. 오염된 것도 아니고 청정한 것도 아닙니다. 유위도 아니고 무위도 아닙니다. 영원히 적멸한 것도 아니고 적멸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가르칠 만한 것도 없고 설명할 만한 뜻도 없습니다.

보시도 없고 인색함도 없습니다. 계율도 없고 계율을 범하는 것도 없습니다. 인욕도 없고 성냄도 없습니다. 부지런함도 없고 게으름도 없습니다. 고요히 가라앉음도 없고 흐트러짐도 없습니다. 지혜도 없고 어리석음도 없습니다. 참도 없고 거짓도 없습니다. 나가는 것도 없고 들어오는 것도 없습니다. 가는 것도 없고 오는 것도 없습니다. 일체의 언어와 시설(施設)이 끊어져 소멸했습니다.

복전(福田)도 아니며 복전 아닌 것도 아닙니다. 공양 받을 만한 자[應供]도 아니며 공양 받을 만한 자 아닌 것도 아닙니다. 인식의 주체[能執]도 아니며 인식의 대상[所執]도 아닙니다. 지각의 주체[能取]도 아니며 지각의 대상[所取]도 아닙니다. 모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양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함[爲]도 아니고, 하지 않음도 아닙니다. 수(數)도 없고 모든 숫자를 떠났습니다. 장애되는 것도 없고 모든 장애를 떠났습니다. 느는 것도 없고 주는 것도 없어 평등합니다. 실상의 경계[眞實際]와 동일하고 법계의 성품[法界性]과 균등합니다. 저울질하는 주체[能稱]도 아니고 저울질의 대상[所稱]도 아니라서 온갖 저울질을 벗어나 있습니다. 측량의 주체[能量]도 아니고 측량의 대상[所量]도 아니라서 온갖 측량을 초월해 있습니다. 앞으로 가는 것[向]도 없고 뒤로 물러서는 것[背]도 없어 온갖 향배를 초월해 있습니다. 용기도 없고 비겁함도 없어 모든 용기와 비겁함을 초월해 있습니다. 큰 것도 아니고 작은 것도 아니며, 넓은 것도 아니고 좁은 것도 아닙니다. 보는 것도 없고 듣는 것도 없고 깨닫는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습니다. 모든 속박을 벗어나서 확연히 해탈해 있으며, 일체지지(一切智智)의 평등함을 깨달았습니다. 모든 중생과 둘이 아님을 획득했고, 모든 법의 무차별성을 성취했습니다. 어느 곳에서나 죄도 없고 비난도 없고 혼탁함도 없고 더러움도 없고 장애도 없습니다. 온갖 분별을 벗어나 작위[作]도 없고 생(生)도 없습니다. 거짓도 없고 진실도 없고 생기[起]도 없고 소멸[盡]도 없습니다.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으며, 공포도 없고 물듦도 없습니다. 걱정도 없고 기쁨도 없고 싫어함도 없고 즐거워함도 없습니다. 어떤 분별로도 파악할 수 없으며, 어떤 낱말이나 언어로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 몸의 모습이 이렇습니다. 반드시 이렇게 보아야지 달리 보아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보는 것을 바르게 봄[正觀]이라 하며, 달리 보는 것을 그릇되게 봄[邪觀]이라고 합니다.”

그때 사리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무구칭은 어디서 목숨을 마치고 나서 이 사바세계에 태어난 것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직접 무구칭에게 물어보라.”

사리자가 무구칭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느 곳에서 목숨을 마친 뒤 이 땅에 태어났습니까?”

무구칭이 말했다.

“사리자여, 당신은 모든 법을 완전히 알아서 증득했습니다. 그런데 그 법에 죽고 나는 일이 조금이라도 있습니까?”

사리자가 말했다.

“무구칭이여, 그 법에 죽고 나는 일은 전혀 없습니다.”

무구칭이 말했다.

“일체 모든 법을 완전히 알아서 나고 죽는 일이 없음을 증득했다면 어째서 어느 곳에서 목숨을 마치고 나서 이 땅에 태어났느냐고 묻는 것입니까?
사리자여, 당신 생각은 어떻습니까? 요술로 이루어진 남녀는 어느 곳에서 목숨을 마치고 나서 이곳에 태어난 것입니까?”

사리자가 말했다.

“요술로 이루어진 남녀는 죽었다거나 살았다는 일이 있을 수 없습니다.”

무구칭이 말했다.

“여래께서는 ‘일체 모든 법이 요술로 이루어진 것과 같다’고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사리자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무구칭이 말했다.

“일체 모든 법의 자체 성품과 자체 모양이 요술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어째서 당신은 어느 곳에서 목숨을 마치고 나서 이 땅에 태어났느냐고 묻는 것입니까?
사리자여, 죽음은 바로 모든 활동[行]이 끊어진 모습이고, 삶은 바로 모든 활동이 지속되는 모습입니다. 보살은 죽더라도 일체의 착한 법을 쌓는 활동을 중단하지 않으며, 보살은 태어나더라도 일체의 악한 법을 짓는 활동을 지속하지 않습니다.”

이때 세존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묘희(妙喜)라는 부처님의 세계가 있는데, 그곳 여래의 명호는 무동(無動)이다. 무구칭은 중생을 구원하기 위해 그곳에서 목숨을 마친 뒤 이 세계에 태어난 것이다.”

사리자가 말했다.

“너무나 기이합니다. 세존이시여, 그 청정한 불국토를 버리고 와서 더러움으로 가득한 이곳을 좋아하다니, 일찍이 이와 같은 대사(大士)는 없었습니다.”

무구칭이 말했다.

“사리자여,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햇빛이 세상의 어둠과 함께 하겠습니까?”

사리자가 말했다.

“아닙니다. 거사여, 태양이 뜨면 어둠은 사라집니다.”

무구칭이 말했다.

“태양은 무엇 때문에 섬부주(贍部洲)를 운행합니까?”

사리자가 말했다.

“어둠을 없애고 밝게 비추기 위해서입니다.”

무구칭이 말했다.

“보살도 그렇습니다.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이 예토(穢土)에 태어나지만, 어떤 번뇌에도 물들지 않으면서 중생들의 번뇌의 어둠을 몰아냅니다.”

이때 모든 대중들이 다 묘희공덕으로 청정하게 장엄된 불국토의 무동(無動)여래와 여러 보살들과 성문 대중을 보기를 열망했다. 부처님께서는 대중들의 뜻을 아시고 무구칭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지금 이곳에 모인 신선들을 비롯한 모든 대중들이 묘희공덕으로 청정하게 장엄된 불국토의 무동여래와 그곳의 보살들과 성문들을 보기를 열망한다. 그대가 그 세계를 보여 주어 저들의 소원을 들어주도록 하라.”

그러자 무구칭은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신통력을 써서 신속히 저 묘희세계와 윤위산(輪圍山), 숲과 동산, 샘과 계곡, 강과 큰 바다, 소미로(蘇迷盧:수미산)와 그것을 둘러싼 봉우리와 골짜기들, 해와 달과 별, 천룡ㆍ귀신ㆍ제석천왕의 궁전들, 보살들과 성문들, 마을과 성읍과 왕도, 집에서 살고 있는 어른과 아이와 남자와 여자들을 옮겨오리라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나는 무동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의 큰 보리수와 편안히 앉아 법을 듣는 바다처럼 광대한 대중들과 보배 연꽃들, 시방세계에 가서 중생들을 위하여 불사를 짓는 것, 섬부주(贍部洲)에서 소미로 정상의 삼십삼천(三十三天)까지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세 개의 보배 계단, 그리고 부동(不動)여래를 뵙고 예배하고 공양한 뒤 법을 듣기 위해 삼십삼천에서 세간으로 보배 계단을 내려오는 천신들과 섬부주 사람들이 삼십삼천과 숲ㆍ동산ㆍ궁궐이 보고 싶어 이 보배 계단으로 오르는 모습 등, 이처럼 한량없는 공덕이 한데 어우러진 청정한 묘희세계를, 아래로는 수륜(水輪)에서부터 위로는 색구경천(色究竟天)에 이르기까지 모두 잘라내서 오른쪽 손바닥에 올려놓고 마치 도공의 물레처럼, 또는 꽃다발을 꿰는 것처럼 이 세계로 들여와 대중들에게 보이리라.’

이렇게 생각한 무구칭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삼매에 들어 뛰어난 신통력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이내 묘희세계를 잘라내 오른쪽 손바닥에다 올려놓고 이 세계 속에 들여놓았다. 그 땅의 보살들과 성문들ㆍ인간ㆍ천신들 중에서 천안통(天眼通)을 얻은 자들은 모두 경악하면서 소리쳤다.

“누가 우리를 데려가려고 한다. 누가 우리를 데려가려고 한다. 바라건대 세존이시여, 우리를 구호(救護)하소서. 바라건대 선서(善逝)시여, 우리를 구호하소서.”

그러자 무동여래가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해 방편으로 말했다.

“선남자들이여, 너희들은 두려워 말라. 이는 무구칭의 신통력으로 이끄는 것이라 나도 어쩔 수가 없구나.”

묘희세계의 처음 배우는 인간이나 천신들 중 아직 천안통을 얻지 못한 자들은 여전히 편안한 상태에서 아무 것도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다가 이 말을 듣자 놀라면서 서로 물었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인가?”

그러나 묘희세계가 이 감인(堪忍)세계로 들어와도 그 온갖 모습은 늘거나 줄지 않고 감인세계 자체도 압박을 받지 않았다. 저 세계와 이 세계가 서로섞였지만, 대중들은 자신들의 거주처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았다.

그때 세존이신 석가모니께서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신선들은 묘희세계 무동여래의 장엄한 불국토와 보살들과 성문들을 보았는가?”

모든 대중이 다 같이 말했다.

“세존이시여, 이미 보았습니다.”

그러자 무구칭이 곧 신통력으로 갖가지 아름답고 미묘한 천상의 꽃과 그 밖의 가루향[末香]을 만들어 대중들과 함께 석가모니와 무동여래와 보살들에게 향과 꽃을 뿌려 공양을 하였다. 세존께서 다시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신선들이 이와 같은 공덕으로 장엄된 불국토를 이루고자 보살이 되기를 바라는 자는 반드시 무동여래가 본래부터 수행한 모든 보살행을 따라 배워야 한다.”

무구칭이 신통력으로 이러한 묘희세계를 나타냈을 때, 감인세계의 84나유타 사람들과 천신들이 다 같이 무상정등각의 마음을 냈으며, 모두가 묘희세계에서 태어나기를 원했다. 세존은 그들 모두에게 반드시 무동여래가 살고 계시는 불국토에 다시 태어날 것임을 수기했다.

무구칭은 이 세계 중생들의 이익을 위해 신통력을 써서 묘희세계와 무동여래와 보살, 성문들을 옮겨왔는데, 그 일을 마치자 묘희세계를 다시 원위치로 돌려놓았다. 원위치로 돌려놓는 순간 묘희세계와 사바세계가 분리되면서 양쪽의 대중들은 서로를 보았다.

그때 세존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묘희세계의 무동여래와 보살들을 보았는가?”

사리자가 말했다.

“세존이시여, 이미 보았습니다. 바라건대 중생들이 이 장엄한 불국토에 살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바라건대 중생들이 이 복덕과 지혜와 원만한 공덕을 성취해 모두가 다 무동여래처럼 완전하게 해주십시오. 바라건대 중생들이 모두 무구칭처럼 자재로운 신통력을 얻게 해주십시오.

세존이시여, 우리가 훌륭한 이익을 얻은 것은 이 무구칭 대사 같은 분을 가까이서 뵐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모든 중생들은 이 훌륭한 법문을 듣기만 해도 뛰어난 이익을 얻습니다. 하물며 이 법을 듣고 나서 믿고 이해하고 받아 지녀 독송(讀誦)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널리 설명해 주는 것이겠습니까? 또 방편과 정진 수행을 하는 것이겠습니까? 중생들이 이 뛰어난 법문을 얻는다면 법의 진귀한 보물 창고를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중생들이 이 뛰어난 법문을 믿고 이해한다면 모든 부처님을 계승해서 상속하는 것입니다. 중생들이 이 뛰어난 법문을 읽고 외운다면 보살과 부처님의 동행자가 되는 것입니다. 만약 중생들이 이 뛰어난 법문을 받아서 지닌다면 위없이 바른 법을 보유하는 것입니다. 공양을 하면서 이 법을 배우는 자들은 자신들의 집 안에 여래가 있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만약 이 뛰어난 법문을 쓰고 베껴서 공양한다면 이는 일체의 복덕과 일체지지(一切智智)를 거두어들이는 것입니다. 이 뛰어난 법문을 기뻐하는 자들은 위대한 법의 공양물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 뛰어난 법문의 4구송(句頌) 하나라도 남을 위해 설명한다면 이는 이미 불퇴전위(不退轉位)에 가까운 것입니다. 만약 선남자나 선여인이 이 뛰어난 법문을 믿고 이해하고, 인내로서 받아들이고 좋아하고 즐기고 관찰할 수 있다면 이는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받은 것입니다.”

13. 법공양품(法供養品)

이때 제석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부처님과 묘길상으로부터 수많은 법문을 들었으나 이처럼 불가사의하고 자재신변(自在神變)한 해탈법문은 들은 적이 없습니다. 저는 부처님께서 설한 뜻을 이렇게 이해합니다. 만약 중생이 이렇게 설한 법문을 듣고 믿고 이해하고 받아 지녀 독송하고 예리하게 통달해 남을 위해 널리 설명해 준다면, 이러한 중생들이 훌륭한 법기(法器)가 되리라는 건 결정코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하물며 이 법문을 이치대로 부지런히 닦아 익히는 것이겠습니까? 이 같은 중생은 모든 악도[惡趣]의 험한 길을 막아 버리고 모든 선도[善趣]의 평탄한 길을 열어젖혀서 늘 일체의 부처님과 보살들을 볼 것입니다. 모든 외도의 갖가지 다른 논의를 굴복시킬 것이고, 일체의포악한 마군을 꺾을 것입니다. 깨달음의 길을 청정하게 하여 묘각(妙覺)에 안주해서 여래가 행한 길을 실천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중생들이 이렇게 설한 법문을 듣고 믿고 이해하고 받아 지녀 독송하고 나아가 이치대로 부지런히 닦아 익힌다면, 저는 반드시 모든 권속을 데리고 그 선남자나 선여인들을 공경하고 공양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마을이나 성읍, 국왕의 수도 중에서 이 법문을 받아 지녀 독송하고 뜻을 설명해 유통시키는 곳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저는 모든 권속을 데리고 법을 들으러 그곳에 가겠습니다. 아직 믿지 못한 자들은 반드시 믿게 하고, 이미 믿고 있는 자들은 법대로 보호하여 어떤 장애나 난관도 없도록 하겠습니다.”

세존께서 제석천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그대가 말한 그대로다. 그대는 이제 여래가 설한 이 미묘한 법문을 따라서 기뻐할 수 있게 되었구나.

제석천이여, 이렇게 알아야 한다. 과거ㆍ현재ㆍ미래의 부처님들이 지닌 무상정등보리는 모두 이와 같이 설한 법문에 대략적으로 드러나 있다. 이 때문에 선남자나 선여인들이 이 법문을 듣고 믿고 이해하고 받아 지녀 독송하고 철저히 사무치고 남을 위해 널리 설명해 주고 쓰고 베껴서 공양한다면, 이는 곧 과거ㆍ현재ㆍ미래의 부처님들을 공양하는 것이다.

또 제석천이여, 이 삼천대천세계는 여래로 가득 차 있으니, 마치 감자밭 같고, 대나무숲 같고, 갈대밭 같고, 삼밭 같고, 벼 심은 논 같고, 삼림이 우거진 것과 같다. 예컨대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1겁이나 그 이상이 지나도록 모든 여래를 공경 존중하고 찬미하고, 또 천상계와 인간계의 온갖 다양한 공양물과 안락한 거처로 공양한다고 하자. 또 여래가 반열반에 든 후 한 분 한 분을 공양하고자 전신사리(全身舍利)를 담은 7보(寶)로 만든 사리탑을 세우는데, 그 탑의 넓이는 4대주(大洲)만 하고 높이는 범천에까지 이르며 향화(香花)와 깃발과 일산과 깃대와 받침대와 온갖 진기한 기악(伎樂)으로 장엄되어 있다고 하자. 또 이렇게 7보로 장엄한 한 분 한 분 여래의 사리탑을 세운 뒤 1겁이나 그 이상 동안 천상계와 인간계의 미묘한 꽃다발[花鬘]ㆍ태우는 향[燒香]ㆍ바르는 향[塗香]ㆍ가루향[末香]ㆍ의복ㆍ깃발과 일산[幡盖]ㆍ보배 깃대[寶幢]ㆍ등불ㆍ바퀴ㆍ온갖 진기한 기악 등 갖가지 공양물로 공경 존중하고 찬탄하고 공양한다고 하자.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선남자와 선여인이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많은 복을 얻겠는가?”

제석천이 말했다.

“매우 많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선서이시여, 백천 구지 나유타 겁이라도 그 복의 양은 다 설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제석천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내가 지금 다시 그대에게 진실로 말하겠다. 만약 선남자나 선여인이 이 불가사의하고 자재신변한 해탈법문을 듣고서 믿고 이해하고 받아 지녀 독송하고 널리 설해서 얻은 복은 그보다도 훨씬 많다.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의 무상정등보리가 이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법공양(法供養)만이 이런 법문을 공양할 수 있지 재물로써는 불가능하다. 제석천아, 무상보리의 공덕이 많기 때문에 이 법을 공양하는 복도 매우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세존께서 다시 제석천에게 말씀하셨다.

“아득한 옛날 생각할 수도 없고 측량할 수도 없고 헤아릴 수도 없는 대겁 이전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는데, 그 이름은 약왕(藥王) 여래ㆍ응공(應供)ㆍ정등각(正等覺)ㆍ명행원만(明行圓滿)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셨다. 그 부처님의 세계는 대엄(大嚴)이라 불렸으며, 겁의 이름은 엄정(嚴淨)이었다. 약왕여래는 20중겁(中劫) 동안 세상에 머물렀는데, 그 성문 스님들은 36구지 나유타였으며, 보살 대중은 12구지 나유타였다. 당시 전륜왕이 있었는데, 그 이름을 보개(寶蓋)라 하였다. 7보를 성취해 4대주를 다스렸으며, 천 명이나 되는 자식들은 단정하고 용감해서 적군을 굴복시킬 수 있었다.

당시의 전륜왕 보개는 그 권속들과 함께 5중겁 동안 약왕여래를 공경 존중하고 찬탄하면서 받들어 섬겼다. 천상계와 인간계의 갖가지 뛰어나고 즐거운 공양물과 미묘하고 편안한 거처로써 약왕여래를 받들고 공양하면서 5
겁을 지냈다. 당시 보개왕이 천 명의 자식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명심하라. 나는 지금껏 약왕여래를 공양해 왔다. 이제부터는 너희들이 나처럼 약왕여래를 받들고 공양해야 한다.’

천 명의 자식들은 기쁜 마음으로 부왕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그러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5중겁 동안 모두가 협동해서 권속들과 함께 약왕여래를 공경 존중하고 찬탄하면서 받들어 섬겼다. 인간계와 천상계의 온갖 뛰어나고 즐거운 공양물과 갖가지 미묘하고 안락한 거처로써 약왕여래를 받들면서 공양하였다.

보개왕의 천 명의 왕자들 중 월개(月蓋)라는 왕자가 있었다. 그는 홀로 한가로운 곳에 살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는 지금 이토록 진중하고 경건하게 약왕여래를 공양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극진한 최상의 경건한 공양은 없는 것일까?’

그러자 부처님께서 신통력으로 공중에서 마치 하늘이 소리를 내는 것처럼 말씀하셨다.

‘월개여, 온갖 공양 중에서 법공양이 가장 훌륭한 것임을 명심하라.’

월개 왕자가 여쭈었다.

‘법공양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하늘이 월개 왕자에게 답했다.

‘그대는 약왕여래에게 가서 (세존이시여, 법공양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하고 여쭈어라. 그러면 부처님께서 그대를 위해 충분히 설명해 주시리라.’

월개 왕자는 하늘이 말하는 것을 듣고 곧 약왕여래를 찾아가 두 발에 정중하게 절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돈 뒤 한쪽에 물러서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모든 공양 중에서 법공양이 가장 훌륭하다고 들었습니다. 법공양이란 어떤 것입니까?’

약왕여래께서 월개 왕자에게 말씀하셨다.

‘월개야, 명심하거라. 법공양이란 모든 부처님께서 설하신 경전을 말한다. 미묘하고 깊고 깊어서 일체의 세간은 믿고 받아들이기가 지극히 어려우며, 측량하기도 어렵고 보기도 어렵다. 그윽하고 세밀하며 오염되지도 않았으며, 그 뜻은 완전해서 분별로써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전은 보살장(菩薩藏)을 내포하고 있으며 총지(摠持)와 경전의 왕이라는 불인(佛印)이 찍혀 있다. 불퇴전(不退轉)의 법륜을 분별해서 보여 주며, 6바라밀(波羅蜜)이 이로부터 일어났다. 중생의 응하는 바에 따라 순리대로 잘 교화하며, 보리분법(菩提分法)을 올바르게 행하고, 7각지(覺支)를 몸소 이끌어 내고, 대자대비를 변설하여 중생에게 보이고, 모든 중생들을 구제하고 안락하게 하며, 모든 마군의 잘못된 견해를 완전히 벗어났으며, 깊고 깊은 연기법(緣起法)을 잘 분별해 드러내며, 안으로 나가 없고[無我] 밖으로 중생이 없는 것을 판단하고, 이 둘 사이에 목숨 있는 자[壽命者]도 없고 양육하는 자[養育者]도 없으니 궁극적으로 보특가라(補特伽羅)의 성품이 없다. 또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ㆍ무작(無作)ㆍ무생(無生)과 상응하여, 묘각(妙覺)의 자리를 마련하고 법륜을 굴릴 수 있으며, 천룡ㆍ야차ㆍ건달바 등이 다 함께 존중하고 찬탄하며, 중생들을 큰 법공양으로 인도하며, 중생의 큰 법공양이 성취되도록 하며, 일체의 성현이 다 채택하며, 모든 보살의 미묘한 수행을 개발하며 진실한 법의 뜻[法義]이 귀결하는 바이며 가장 뛰어난 무애(無碍)가 이로부터 나왔으며, 모든 법을 무상(無常)ㆍ고(苦)ㆍ무아(無我)ㆍ적정(寂靜)으로 자세히 설하여 네 가지 법으로 요약하며, 일체의 탐욕과 계율을 범하는 것과 성냄ㆍ게으름ㆍ잘못된 생각ㆍ나쁜 지혜ㆍ공포ㆍ온갖 외도의 삿된 이론과 나쁜 견해와 집착을 없애고, 모든 중생의 착한 법을 개발해서 그 세력을 증진시키며, 모든 악마의 군대를 쳐부순다. 모든 부처님과 성현들이 다 함께 칭송하는 것으로서 삶과 죽음의 큰 고통을 없앨 수 있으며, 열반의 큰 즐거움을 보일 수 있다. 삼세와 시방의 모든 부처님들께서 다 함께 이 경전을 설하시고 있는 것이다.

이 경전을 즐겨 듣고 믿고 이해하고 받아 지녀 독송하고 철저히 사무치고 심오한 뜻을 잘 사유 관찰하여 그 뜻을 명료히 하고 확고히 하고 눈앞에 현전하듯이 잘 분별해 보여 주고, 다시 남을 위해 잘 설명해 주고, 마지막으로 능숙한 방편으로 정법을 수호한다면 이 모든 것이 법공양인 것이다.

월개야, 법공양이란 이런 것이다. 법을 법답게 조복하는 것이며, 법을 법답게 행하는 것이다. 연기(緣起)를 차례대로 관찰하면서 온갖 삿된 견해를벗어나는 것이다. 생기함이 없는 법인[無生不起法忍]을 닦아 익혀서 나도 없고 중생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온갖 인연에 대해 거스르거나 다투지 않고 논란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나[我]와 내 것[我所]에 관한 온갖 소견을 벗어나는 것이다. 뜻[義]에 의지하지 문자[文]에는 의지하지 않는 것이다. 지혜에 의지하지 식(識)에는 의지하지 않는 것이다. 뜻을 완전히[了義] 설한 경전에 의지해 집착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법의 본성[法性]에 의지하지 보특가라의 소견들에 의지하지 않는 것이다. 온갖 법을 그 성품과 모양 그대로 깨달아 이해하는 것이다. 갈무리할 곳[藏攝]이 없는 데 들어가 아뢰야(阿賴耶)를 소멸시키는 것이다. 무명(無明)에서부터 늙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없애 근심ㆍ걱정ㆍ고통ㆍ번뇌를 제거하는 것이다. 이러한 12연기에 대한 관찰을 끝없이 일으켜 늘 지속하는 것이며, 중생들이 온갖 소견을 버리길 바라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최상의 법공양이라고 이름한다.”

부처님께서 제석천에게 말씀하셨다.

“월개 왕자는 약왕여래로부터 이 같은 최상의 법공양 설법을 듣고서 순법인(順法忍)을 얻었다. 그는 즉시 보석으로 장식된 보배 옷[寶衣]을 벗고 약왕여래를 받들어 공양하면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바라건대 저는 부처님께서 반열반하신 뒤라도 정법을 받아들이고, 법공양을 드려 정법을 수호하고 싶습니다. 바라건대 여래께서는 신통력으로 더욱 더 도와주셔서 제가 아무 어려움 없이 마군을 항복시켜 정법을 수호하고 보살행을 닦게 해주십시오.’

약왕여래는 월개 왕자의 드높은 의요(意樂)를 알고서 이내 수기하면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여래가 열반에 든 뒤라도 법성(法性)을 수호할 수 있을 것이다.’

왕자는 수기를 받자 너무나 기뻤다. 왕자는 약왕여래가 세상에 머물면서가르치신 성스러운 법에 대해 청정한 믿음을 일으켜 즉시 속세의 법[家法]을 버리고 출가를 하였다. 출가한 뒤에도 왕자는 용맹정진하여 부지런히 착한 법을 닦았다. 부지런히 착한 법을 닦았기 때문에 출가한 지 얼마 안 되서 5신통을 얻었으며,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다라니와 끊임없이 미묘한 변재를 터득했다. 약왕여래가 반열반에 든 뒤, 왕자는 자신이 얻은 신통과 지혜의 힘으로 10중겁(中劫) 동안 여래가 굴리는 법륜을 따라 굴렸다.

월개 비구는 10중겁 동안 법륜을 굴리면서 정법을 수호했으며, 용맹정진으로 백천 구지의 중생을 교화해서 무상정등보리에서 물러나지 않도록 했다. 14나유타의 중생을 교화해서 성문승과 독각승을 만들어 마음을 잘 다스리게 했으며, 한량없는 중생을 방편으로 잘 인도해서 천상세계에 나게 했다.”

부처님께서 제석천에게 말씀하셨다.

“당시의 전륜성왕 보개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의심을 하거나 딴 생각을 하지 말라. 왜냐하면 바로 보염여래(寶焰如來)라고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왕자 천 명은 현겁(賢劫)중에 1천 보살이 되어 차례차례로 성불할 것이다. 처음으로 성불한 부처님의 명호는 가락가손태(迦洛迦孫駄)여래였으며, 마지막으로 성불할 부처님의 명호는 노지(盧至)라 불릴텐데, 네 분은 이미 세상에 나왔고 나머지 분들은 앞으로 나올 것이다.

당시 법을 수호한 월개 왕자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바로 나이다. 제석천이여, 명심하라. 나는 부처님들께 드리는 일체의 공양 중에서 법공양이 가장 훌륭하다고 설했다. 법공양이야말로 가장 뛰어나고 가장 미묘하고 더 이상 위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석천아, 부처님께 공양을 드리고 싶은 자는 반드시 법공양으로 해야지 재물로써 해서는 안 된다.”

14. 촉루품(囑累品)

그때 부처님께서 자씨보살(慈氏菩薩: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백천 구지 나유타 겁 동안 쌓아온 무상정등보리를 유통하는 큰 법을 그대에게 부촉하겠다. 이 경전은 부처님의 위신력에 의해 유지되며, 부처님의 위신력이 수호하는 것이다. 그대는 여래가 반열반에 든 뒤라도 이 5탁악세(濁惡世)에서 그대의 신통력으로 지키고 수호해서 이 섬부주(贍部洲)에 널리 유포시켜 감춰지거나 소멸되지 않도록 하라.

왜냐하면 미래 세상의 선남자ㆍ선여인과 천ㆍ용ㆍ야차ㆍ건달바 등은 한량없는 선근을 심어 무상정등보리의 마음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전을 듣지 못하게 되면 한량없는 이익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전을 들을 수만 있다면 틀림없이 경전을 믿고, 기쁜 마음을 내고, 큰절로서 받아들일 것이다. 내 이제 저 선남자와 선여인들을 그대에게 부촉하니, 그대는 반드시 그들의 생각을 보호하여 이 경전을 듣고 배우는데 장애나 난관이 없도록 하라. 또 이렇게 설한 법문을 널리 유포시켜라.

자씨여, 명심하라. 두 종류의 보살의 상인(相印)이 있다. 무엇이 두 가지 상인인가? 첫째는 갖가지 꾸미는 문자나 언구(言句)의 상인을 믿고 즐기는 것이며, 둘째는 깊고 깊은 법문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성품과 모양 그대로 깨달아 들어가는 상인이다. 만약 보살들이 갖가지로 꾸미는 문자나 언구를 존중해서 믿고 즐긴다면, 이는 처음 배우는 보살이라고 알아야 한다. 그러나 보살들이 아주 심오하고 오염이나 집착이 없는 불가사의하고 자재신변한 해탈법문과 미묘한 경전을 아무 두려움 없이 공포 없이 다 듣고 나서 믿고 이해하고 받아 지녀 독송하고 남들에게 널리 설명해 주고 바르게 깨달아 들어가고 정진수행을 해서 세간을 벗어난 청정한 믿음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면, 이는 배움이 오래된 보살이라고 알아야 한다.

자씨여, 명심하라. 네 가지 요인 때문에 처음 배우는 보살은 스스로를 해치면서 심오한 법인(法忍)을 획득하지 못한다. 그 네 가지는 무엇인가? 첫째, 전혀 들은 적이 없는 심오한 경전을 처음 듣고 나서는 놀라움과 의심 때문에 기쁜 마음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둘째, 이미 경전을 듣고 나서는 비방하고 깔보면서 ‘난 이 경전을 예전엔 듣지 못했는데 어디서 온 것일까?’라고 말하는 것이다. 셋째, 이 심오한 법문을 받아들여 널리 설하는 선남자를 보아도 가까이하거나 공경하거나 예배하길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넷째, 나중에 가서도 깔보고 비방하고 욕하고 미워하고 질투하는 것이다.

이 네 가지 요인 때문에 처음 배우는 보살은 스스로를 해치면서 심오한 법인을 획득하지 못한다.

자씨여, 명심하라. 네 가지 이유로 심오한 법문을 믿고 이해하는 보살도 스스로를 해치면서 조속히 무생법인을 증득하지 못한다. 네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 대승의 마음을 냈지만 갓 수행에 들어간 처음 배우는 보살을 경멸하는 것이다. 둘째, 그들을 받아들이고 가르쳐 주고 깨우쳐 주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는 것이다. 셋째, 심오하고 광대한 배움을 깊이 존경하지 않는 것이다. 넷째, 중생들에게 세간의 재물을 베풀기를 즐길 뿐, 세간을 벗어난 청정한 법을 베풀지 않는 것이다. 이 네 가지 이유 때문에 심오한 법문을 믿고 이해하는 보살도 스스로를 해치면서 조속히 무생법인을 증득하지 못한다.”

자씨보살은 부처님의 말씀을 다 듣고 기쁨에 차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께서 설하신 것은 너무나 희귀하고,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은 너무나 미묘합니다. 이제부터 저는 부처님께서 제시하신 보살의 과실을 벗어나도록 하겠습니다. 여래가 지닌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백천 구지 나유타 겁 동안 모은 무상정등보리의 큰 법을 저는 반드시 수호하여 감춰지거나 소멸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미래 세상의 선남자와 선여인이 대승을 찾아 배우는 참된 법기(法器)라면 저는 반드시 그들의 손이 이 심오한 경전을 잡도록 하겠으며, 염력(念力)을 주어 이 경전을 받아 지녀 독송하고 쓰고 베끼고 공양하고 뒤바뀜[顚倒] 없이 수행하고 남을 위해 널리 설하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후세에 이 경전을 듣고서 믿고 이해하고 받아 지녀 독송하고 뒤바뀜 없이 수행하고 남을 위해 널리 설하는 이가 있다면, 저는 반드시 저의 위신력으로 가호하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구나. 그대가 이토록 착하니, 여래의 뛰어난 설법을 따라 기뻐할 수 있고, 여래의 정법을 받아들여 수호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이 세계와 다른 세계에서 온 보살들이 다 같이 합장하면서 함께 말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여래께서 반열반에 드신 뒤라도 제각기 다른 불국토로부터 이곳에 와서 여래의 무상정등보리의 큰 법을 호지(護持)하며 그 큰 법이 감춰지거나 소멸되지 않도록 널리 유포하겠습니다.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이 이 경전을 듣고 나서 믿고 이해하고 받아 지녀 독송하고 뒤바뀜 없이 수행하고 남을 위해 널리 설한다면, 저는 반드시 그들을 호지하고 염력을 주어서 장애나 난관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또 이 대중들 중에서 사대천왕도 다 같이 합장하면서 똑같은 목소리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마을이나 성ㆍ부락ㆍ성읍ㆍ왕의 수도 중에서 이러한 법문이 유행하는 곳이 있다면, 우리들은 반드시 권속들과 대장군[大力將]과 군대를 이끌고 법을 들으러 그곳에 가겠습니다. 그리하여 이 법문과 이 법문을 잘 설하고 받아 지녀 독송할 수 있는 자를 호지하겠습니다. 사방 100유선나까지는 마군이 틈을 타서 엿보지 못하도록 모두를 편안하게 해서 장애나 난관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다시 구수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 법문을 잘 받아 지녀야 한다. 그리고 남을 위해 널리 설하고 유포시켜야 한다.”

아난다가 말했다.

“저는 이미 이 법문을 받아 지니고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렇게 설한 법문의 이름을 무엇이라 하겠습니까? 제가 어떤 이름으로 불러야 하겠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 명칭을 ‘무구칭이 불가사의하고 자재신변한 해탈법문을 설하다[說無垢稱不可思議自在神變解脫法門]’라고 하라. 마땅히 이와 같이 지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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