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념 서거한발징스님
발징(跋澄)스님은 어려서 출가했는데, 정신이 몹시 우둔하였다. 채식만 하고 오후에는 음식을 먹지 아니하였다. 25살 때 법화친 독송을 발심하고, 서방정토에 태어나기를 소원하였다. 하루는 죽은 듯 숨이 끊어졌는데 꿈에 붉은 옷을 입고 무관(武官)의 모자를 쓴 사람이 청소(請疏, 청하는 글)를 안고 와서 펴보이 며 말했다.
「천제께서 저를 보내 모시고 오라 하셨습니다. 」
「빈도(貧道)는 서방에 가기를 소원했고, 또한 도리천은 너무 좋은 곳이라 빈도의 소원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
고 하니, 붉은 웃을 입은 사람이 그대로 가버렸다. 잠에서 깨어난 스님은 여러 제자들을 불러 놓고 꿈에서 본 일을 이야기했다.
이튿날 밤에 또 꿈을 꾸었는데, 칠보로 된 부도(府圖)가 있고 스님자신은 5층 위에 올라앉아 있었다. 서쪽을 바라보니 보배 줄로 된 계단길이 끝이 없는데, 두 금강역사가 손에 금강저(金剛杵)를 들고 양쪽 곁
에 서 있고 두 청의동자가 흰 불자(拂子)를 가지고 그 계단 길을 털고 있었다. 스님이 동자더러 물었다. 「여기가 어디냐? 」
「서방정토입니다. 보배 줄 계단 길로 법사님을 모시러 왔습니다. 」
스님이 잠에서 깨어 여러 제자들에게 꿈 이야기를 하고,
「너희들은 내 삼의(三衣)와 육물(六物)을 정리하여 재 올릴 준비를 하여라. 」
하였다.
스님이 이르는 대로 모든 것이 마련되었는데, 재를 올리기 전에 스님이 대중에게 물었다.
「1천 부처님이 보이는가, 안 보이는가? 」
모두들 안 보인다고 하니까 스님은 다시 물었다.
「훌륭한 향내가 나지 않는가? 」
모두들 향내가 난다고 하니까, 스님은 단정히 앉아 정념(正念)하고 그대로 입적하였다.
<弘贊傳 第六 · 現應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