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이 머리칼을 땅에 깔아 밟고 가게 한 인연
대지도론(大智度論)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옛날 천축국에 아란야비구(阿蘭若比丘)가 있었는데, 일찍이 이름을 마하라(摩何羅)라고 하였다.
하루는 그 나라 왕이 두발(頭髮)을 땅에 깔아 진흙을 덮어서 그 비구가 밟고 지나가게 하였다. 그랬더니 한 비구가 와서 왕에게 아뢰었다.
「그 사람은 경전을 별로 읽지 않았는데. 어찌하여 그렇게 큰 공양을 하십니까? 」
「내가 어느 날 밤중에 그 비구를 만나보려고 비구의 처소로 가서 보니. 그는 굴속에서 법화경을 읽고 있는데, 금빛이 찬란한 사람이 횐 코끼리 왕을 타고 비구를 합장 공양하고 있었소.
내가 가까이 이르니 그는 금시에 없어졌소.
그게 무슨 까닭입니까 하고 물으니, 그 분은 편길보살(編吉菩薩)입니다. 하였습니다.
편길보살이 스스로 말했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법화경을 외우면 나는 마땅히 흰코끼리를 타고 가서 그를 가르쳐 인도할 것이라고― 그래서 제가 법화경을 읽으니까 그가 왔던 것입니다.
편길보살은 곧 법화경에 나오는 보현보살입니다 하였소. 나는 이 말을 듣고 비구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돌아왔소. 그래서 나는 지금도 항상 그를 공양하는 것이오.」
<弘贊傳 第九 ·現應錄 第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