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독사
석존께서 아난성자(阿難聖者)를 데리고 사밧티국의 넓은 들판을 걷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아난, 저기를 보아라. 논두렁에 불쑥 높게 보이는 것이 있지, 저 속에는 무섭고도 고약한 독사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석존은 걸음을 멈추시고 이렇게 말씀하셨으므로 아난도 뒤따라 걸음을 멈추며 석존이 가르키는 곳을 바라보면서,
『세존님, 과연 무서운 대독사가 있읍니다.』
두 사람은 서로 이야기하며 그 곳을 떠났다.
그 때, 그 근처에서 논을 갈고 있던 한 사람의 농부가 있었다. 문득 귀를 기울이니 석존과 아난이 「대독사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며 가시는 고로 급히 그 곳으로 달려가 보니 조금 높은 땅속에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황금덩어리가 묻혀 있는 것이었다.
『아니 금덩어리가 아닌가! 이것을 독사라고 무서워하는 스님들이 참 이상하군. 이렇게 값진 금덩어리를 가지고 별말을 다 듣겠다.』
농부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그 황금을 파내서 급히 집으로 가지고와서 무슨 큰 복이라도 굴러들어온 것같이 온통 날뛰며 기뻐하였다.
원래 이 농부는 매우 가난하여서 입을 옷과 먹을 음식조차 없는 처지였는데 갑자기 큰 부자가 되었으므로 마음이 들떠서 호의 호식(好衣好食)으로 사치한 생활을 하게 되니 금방 소문이 나고 부근 사람들의 의심을 사게 되었으며 급기야 관가(官家)에서도 알게 되어 그는 잡혀가는 몸이 되었다.
『너는 지금까지 가난하였었는데 이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있었을리가 만무하다. 어디서 훔쳤는지 이실직고(以實直告)하라.』
이렇게 매일 같이 심문을 받았지만 억을한 도둑의 누명을 벗을 도리가 없었고 집안 식구들은 그들대로 관가에 뇌물을 물쓰듯이 바치며 그의 구명운동을 했지만 돈만 모두 없애버렸을 뿐 아무 효과도 없었다.
드디어 최후의 날이 와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끔 되었다. 이제는 절대 절명 아무 희망도 없어진 그는 그저 혼잣말처럼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독사다, 아난. 대독사다, 세존.』
관리는 그의 이상한 뇌까림을 듣고 반드시 무슨 곡절이 있을 것 같아서 이 일을 왕에게 말씀올렸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농부를 불러내서 친히,
『너는 도둑질을 하고 이제 형벌을 받게되니까 「독사다, 아난. 대독사다, 세존.」이란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니 무슨 까닭이냐?』
하고 다그쳐 물었다.
농부는 겸손된 어조로 왕에게 말씀 드렸다.
『임금님, 저는 어느 날 논을 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석존께서 아난성자를 데리고 지나가시다가 황금이 숨겨져 있는 것을 보시고 「독사다, 대독사다」하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만 오늘에야 비로소 황금덩어리를 대독사라고 하신 뜻을 알았습니다. 저에게 있어 그 황금은 대독사보다도 더 심한 해독을 끼쳤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다음과 같이 왕에게 말씀을 올리는 것이었다.
『부처님의 말씀에는 거짓이 없습니다.
독사라고 말씀하셨으며, 아난성자도 또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참말 이것이야 말로 독사가 아닙니까.
가공(可恐)하다 독사의 힘, 나 지금 비로소 깨달아,
부처님의 가르치심에, 우러러 믿는 마음의 눈이 뜨였습니다.
들에 있는 독사의 해독은 나 한몸에 그치지만,
이 황금의 독사야 말로, 나의 온 가족을 해쳤습니다.
어리석은 자가 늘 빠져버리는, 황금을 보배라고 생각하는 함정,
마음의 어두움을 씻어버림이, 참으로 지혜호운 사람입니다.』
왕은 농부의 마음으로부터의 진실된 외침을 듣고 부처님의 말씀에 깊이 감동이 되어 석존을 믿는 마음이 스스로 생겨 부처님을 찬송하고 또한 농부를 칭찬하며 이렇게 읊었다.
『자비대선 하신 말씀에, 잘도 신앙심을 갖게 되었다.
부처님의 말씀은 진실 그것이여서, 추호(秋毫)의 거짓이 있을 수 없다.
네가 얻은 재물은, 너에게 다시 돌려 주겠거니와,
다시 재물을 보태 주어서, 너를 공양하기로 줄 것이로다.
오로지 게으름없이 부처님의, 참다운 말씀을 쫒도록 하자.』
<大壯嚴論經第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