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법륜왕의 수복(修福)

허공법륜왕의 수복(修福)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사자용맹 뇌음보살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문수사리는 자기가 위없는 보리에 대해 발심한 때가 언제라고 말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중들은 모두가 듣고자 하나이다. 』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문수사리는 매우 깊은 법인(法忍)을 깨달았다. 그러나 매우 깊은 법인이란 얻을 수 없느니라. 보리도 얻을 수 없고 마음도 얻을 수 없나니, 마음을 얻을 수 없으므로 발심한 때가 언제라고 말하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너는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말하리라. 문수사리 동진보살은 오랜 옛적에 위없는 보리심을 발하였느니라. 오랜 옛적 7십만 아승지 백 천 항하사 겁 전에 부처님이 계시었으니, 이름이「뇌음(雷音)여래 응공 정변지 명행족 선서 세간해 무상사 조어장부 천인사 불세존」이시었다.

동방으로 72나유타 세계를 지나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무생(無生)이다. 저 뇌음여래께서 그 세계에서 법을 말씀하실 때 성문대중은 84 구지나유타요, 보살대중은 그보다 두 곱이나 되었느니라. 선남자여, 그때에 한 임금이 있었으니 이름이 허공(巖空)이다. 일곱 가지 보배가 구족하여 4천하의 왕이 되고 바른 법으로 교화하여 법륜왕(法輪王)이 되었느니라.

저허공왕이 뇌음여래의 회중에 있으면서, 8만 4천년 동안 갖가지 좋은 도구와 의복 ·음식 ·궁전 · 대관(臺觀)과 동복(催傑)을 이바지하였는데. 낱낱이 훌륭하고 아름다웠으며, 그렇게 뇌음여래와 보살과 성문 대중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받들어 섬기었고, 왕의 친족 · 중궁(中富) · 채녀(綵女)와 왕자 · 대신들도 오로지 공양하는 일만을 하고 다른 일은 하지 않았지만 조금도 게으르지 아니하였다.

그렇게 하기를 8만 4천년을 지낸 뒤에, 왕은 혼자서 생각하기를

「내가 한량없는 선근을 쌓았으니 이제 이 선근을 회향하여 무엇을 구할까 제석천왕이 될까, 범천왕이 될까, 전륜성왕이 될까, 성문을 구할까, 연각을 구할까」

하였다. 이 때, 공중에서 하늘사람들이 이렇게 말 하였다.

「오오 대왕이여, 그런 생각을 하지 마시오, 그렇게 용렬한 마음을 내지 마시오. 왜냐하면 대왕이 쌓아 모은 복덕이 엄청나게 많으니, 대왕은 마땅히 위없는 보리심을 내십시오.」

선남자여, 허공왕은 이 말을 듣고 환희하여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여기에서 결코 물러나지 아니하리라 하늘들이 내 마음을 알고 나에게 일러 주는 것이 아닌가.」

선남자여, 그때 허공왕은 80구지 나유타 백 천 중생들과 함께 뇌음여래가 계신 곳에 나아가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일곱 번 돌고, 물러나 한 곳에 앉아서 뇌음여래를 향하여 합장하고 게송으로 여쭈었다.

「어찌하면 가장 훌륭하고

가장 높은 대장부 되오리까.

제가 세존을 대하여

많은 공양을 하였사오나

마음이 의지할 곳 없사와

회향할 생각을 하지 않았나이다.

홀로 있으면서 생각하되

한 가지 일에만 이 마음 두고

크고 넓은 복 지었으니

어떻게 회양해야 하겠습니까.」

「대장은 이렇게 아시오

내 이제 차례로 말하리니.

모든 법은 인연으로 생기는 것

해 보려는 마음이 근본되나니

저와 같이 원을 세우면

결과도 그러하리라.

나도 지나간 옛적에

이러한 마음을 내어

중생을 이롭게 하려고

훌륭한 서원을 세웠노라.

저 훌륭한 서원으로 인하여

훌륭한 결과를 얻어

큰 보리를 증득하여

훌륭한 서원을 이루었노라.

대왕도 용맹한 서원으로

이러한 마음을 내고

이러한 좋은 행 닦으면

그대로 정각을 이루어

모든 중생을 제도하여

괴로움을 여의게 하리라.

바라건대 이제부터

내가 만일에 더러운 마음과

성내거나 질투하는 생각과

교만하고 탐욕이 있다면

그것은 시방세계의 부처님과

현재에 계시는 여래를 속임이니

이제부터 이 다음

보리를 증득할 때까지

맹세코 청정한 계행을 닦아

간탐과 욕심 많은 죄를 버리고

부처님 따라다니며 공부하여

계율 지키고 화합하고 참으리라.

조급한 마음으로

정각을 빨리 구하지 않고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모든 중생들에

한량없고 생각할 수 없는

부처님 세계를 청정케 하며

저들의 이름을 드날려

시방세계에 들리게 하리.

내 이제 스스로 수기하여

성불할 일 의심치 않으며

부처님 앞에서 서원하노니

뜻으로 짓는 업 깨끗이 하고

몸으로 짓는 업이나

말로 짓는 업이나

모두 깨끗이 하고

착하지 못한 일 하지 않으리.

나는 이 진실한 행으로

부처 이루어 세상을 이롭게 하리니

이것은 참으로 진실한 말씀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리.

이 말이 거짓이라면

사대(四大) 가 뒤 바뀌련만

진실한 말인 까닭에

아름다운 음악이 들려

공중에서 저절로 울리니

나에겐 거짓이 없는 까닭

모든 번뇌는 없나니

내 말이 진실한 까닭

하늘의 묘한 꽃 비 내리심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까닭이네. 」

선남자여, 그때의 허공왕을 다른 이라고 여기지 말라. 지금의 문수사리 동진보살이니라. 동진보살이 그때에 허공왕이 되어 70만 아승지 백천 항하사 겁을 지나 처음으로 보리심을 내었고, 또 60항하사 겁을 지나서는 무생법인을 얻었으며, 그 뒤에 10지를 만족하고 10력을 구족하며 모든 여래의 지리에 있어서도 만족하며 모든 부처님 법에 있어서도 만족하였다.

그러나 한 순간이라도 내가 위없는 정등보리를 증득하였다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았느니라.

또 선남자여, 그때의 20구지 사람들은 저 왕과 함께 뇌음여래에게서 보리심을 발하였는데 그들은 다 이미 위없는 보리를 증득하고, 불퇴전 법륜을 굴리어 아승지 중생을 위하여 불사를 지었으며, 불사를 다 짓고는 부처님의 열반으로 열반에 들었다.

그러한 그들은 모두가 문수사리의 권고로 발심하였으며, 보시·지계 인욕 · 정 진 ·선정 ·지혜를 차례로 받들어 섬겼으며, 그 부처님들의 교법을 다 호지하였느니라.』

이때 문수사리가 또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또 이러한 소원이 있나이다. 항하사 같이 광대한 세계를 합하여 한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에 높고 큰 장벽을 쌓아 색구경천(色究竟天)에까지 이르게하여 거기에 한량없는 백천가지 보배로 장엄하겠나이다. 만일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저는 끝까지 위없는 보리를 증득하지 않겠나이다. 저의 세계에 있는 보리수는 그 크기가 1만 대천세계와 같고, 그 보리수의 광명이 모든 부처님 세계를 두루 비출 것을 소원하나이다. 보리수 아래 앉아 그날 밤중에 삼먁삼보리를 이루고, 내지 반열반(般涅槃)할 때까지 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다만 화신(化身)이 시방의 한량없고 수 없는 구지나유타 부처님 세계에 흩어져서, 모든 중생들에게 법을 연설할 것을 소원하나이다.

저의 세계에는 성문이나 연각의 이름도 없고, 오직 청정한 대보살만이 있어 모든 번뇌를 여의고, 청정한 범행을 하는 이만이 그 세계에 가득하오며, 그 세계에는 여인이란 이름조차 없고, 모든 보살은 모두 화생(化生)하는 이뿐이며, 모두 가사를 입고 결가부좌한 보살만이 그 세계에 가득하오며, 오직 여래께서 변화한 이가 시방으로 다니면서 중생들의 뜻을 따라 3승법을 말하게 할 것을 소원합니다. 』

이때에 사자용맹 뇌음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문수사리가 오는 세상에 부처를 이루면 명호를 무엇이라 하겠나이까? 』

『선남자여, 이 문수사리가 성불할 때의 이름은 보견(普見)이니라. 무슨 인연으로 저 여래를 보견이라 하는가. 보견여래는 시방의 한량없는 아승지 구지 나유타 백천 세계의 모든 이로 하여금 보게 하므로 보견이라 하느니라. 저 중생들 가운데 그 부처님을 보는 이는 반드시 위없는 보리를 얻게 되느니라.

보견여래가 아직 성불하지 아니 하였더라도 내가 있는 지금이나 열반한 뒤에 그 이름만 들어도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

그러나 결정된 성문의 자리에 들어간 이와 용렬한 소견을 가진 이는 제외할 것이니라. 』

또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또 소원이 있나이다. 아미타불 세계에서 법희(法喜)로써 음식을 삼듯이, 저의 세계에서도 보살이 처음 나서 먹을 생각을 밀 때는 문득 백 가지 음식이 바리때에 가득하여 오른 손에 들리고, 그때보살이

「만일 시방의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지 못하거나, 빈궁하고 괴로운 중생에게 베풀지 못하거나, 아귀(餓鬼)로서 천년이 지나도록 코 묻은 밥 한 그릇도 먹어보지 못한이에게 베풀어서 배부르게 하지 않고서는 저는 결코 먹지 않겠으며, 잠깐 동안에 다섯 가지 신통을 얻고 큰 위엄과 공덕으로 허공을 거침없이 다니되 마치 바람이 걸리는데 없는 듯하여 즉시 시방의 한량없고 수없는 세계에 가서 음식으로써 여러 부처님세존과 성문 대중에게 공양하며, 또 빈궁하고 고통 받는 중생과 아귀들에게 베풀어서 그들로 하여금 배부르게 먹고 기갈을 면하게 하고는, 곧 그들에게 법을 설하고. 설법이 끝나면 잠깐 동안에 본래 있던 세계로 돌아오리라.」

고 생각하기를 소원하나이다. 저의 세계에 보리를 얻은 보살이 처음 날 때, 보살이 의복을 입고자 하는 생각이 나면 곧 청정한 사문에게 알맞은 옷이 손안에서 생기고, 옷이 생긴 뒤에는 또 생각하기를

「만일 이 훌륭한 옷으로 먼저 시방세계의 부처님께 공양하지 않고는 내가 스스로 수용하는 것이 마땅치 못하다.」

하고, 곧 무수한 세계에 가서 이 훌륭한 옷을 여러 부처님께 받들어 공양하고 본고장에 돌아와서야 스스로 입도록 소원합니다. 세존이시여, 저의 세계에 있는 보살들이 수용하는 도구들도 다 먼저 부처님 세존과 성문 대중에게 받들어 공양하고 그런 뒤에 스스로 수용하게 하려 하나이다.

또 저의세계에는 8난과 착하지 않은 소리를 멀리 여의어지이다. 원컨대 저의 세계에는 모든 괴로움을 멀리 여의고, 청정한 계율을 범하는 일이 없으며, 빛깔 · 소리 · 냄새 · 맛 · 감촉 등, 그중의 하나도 뜻에 맞지 않는 일이 없어지이다 라고 소원하옵니다. 』

이때 사자용맹 뇌음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 세계의 이름은 무엇이며, 보견여래께서 성불하여 나타나시는 곳은 어디이옵니까? 』 『선남자여, 저 부처님 세계는 여원원만적집이진청정(如願圖滿積集離塵淸淨 〓 모든 소원이 원만하게 이루어져 쌓이고 번뇌를 떠난 청정한 세계)이라 하며, 그 부처님의 국토는 이 남쪽에 있으며, 사바세계도 거기 있느니라. 』

또 문수사리 동진보살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저는 또 원이 있나이다. 저의 세계에는 한량이 없는 백천 가지 여러 보배와 한량없는 마니보배가 쌓여서 빛나고, 거기 있는 큰 보배는 시방세계에서 얻기도 어렵고 보기도 어려우며, 거기 쌓여 있는 마니보배의 이름들은 백천구지년을 두고서도 다 말할 수 없기를 소원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저 세계에 있는 보살 중에 저 세계를 금으로 보려는 이가 있으면 금으로 나타나고, 은으로 보려는 이에게는 은으로 나타나거니와, 그렇다고 해서 금으로 보는 것이 감하지도 않으며, 패유리로 보려는 이, 파리로 보려는 이, 적진주 · 마노 자거 따위의 여러 보배로 보려는 이에게는 각각그대로 나타나며, 또 침향 · 영릉향(靈陸香) · 다마라발향 · 용견향(龍堅香) · 전단향으로 보려는 이에게는 그들이 보려는 대로 보이게 되기를 소원하며 그 세계의 보배들이 변하는 것도 아니기를 소원하나이다. 또 저 세계에서는 해나 달이나 별이나 마니보배나 불로 비치는 일이 없고, 보리수에서 저절로 빛이 나서 밝게 되며, 저 보살들이 원하는 대로 저 구지 나유타 백천 세계를 비치되 이런 광경으로 비치고, 밤과 낮이 없고, 연꽃이 피고 오무리는 것으로 밤낮을 구별하며, 저 보살들이 원하는 시절대로 나타나면서도 춥고 더운 때가 없고, 늙고 병들고 죽는 일도 없기를 소원하나이다.

만일 그 보살들이 마음대로 보리를 증득하려고 원하면 곧 다른 세계의 도솔천에 가서 수명이 다하여 강생해서 정각을 이루며, 저 세계의 공중에서 구지 나유타 백 천 가지 풍류를 항상 즐기되 형상은 보이지 않으면서 소리만 들리며, 저 풍류에는 탐욕과 같은 소리는 없고 오직 바라밀다 소리 ·부처님 소리 · 법문의 소리 · 스님들 소리 · 보살들의 가르침 소리가 나서 모두 듣게 되며, 저 세계의 보살들이 부처님을 사모하여 어디서나 거닐고 앉고 서기만 하면 곧 보견여래 · 응공 · 정변지께서 보리수 아래 앉으신 것을 뵈옵게 되고, 보살들이 법에 대하여의심이 있으면 그 부처님이 풀이하여 말씀하지 아니하여도 저절로 의심이 없어지고 이치를 알게 되기를 소원하나이다. 』

이때 회중에 있던 한량없는 구지 나유타 백천 보살들이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이제 이 세존의 이름과 뜻이 서로 맞았으니, 이른바 보견여래라는 이름이다. 이 이름을 듣는 이는 통쾌하게 훌륭한 이익을 얻을 것인데, 하물며 저 부처님의 세계에 태어나서 이러한 수기와 법문을 들은 이나 문수사리 동진보살의 이름을 들은 이에 있어서랴. 귀를 거치기만 해도 저들 부처님을 뵈었다고 할 것이다. 』

이렇게 말하니, 그때 세존께서 여러 보살에게 말씀하시었다.

『그렇다, 너의 말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어떤 이가 구지나유타 백 천 여래의 명호를 받아 지니고, 또 다른 이가 문수사리 동진보살의 이름을 일컬으면 이 복이 저 사람보다 많을 것이다. 하물며 보견부처님의 이름을 일컫는 사람이겠느냐 왜냐하면 저 구지나유타 백 천 여래가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이 문수사리가 한 겁 동안 지은 이익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이 때에 구지 나유타 백 천의 하늘 · 용 · 야차 · 건달바 · 아수라 · 가루라 · 긴나라 · 마후라가 ·사람 ·사람 아닌 이들이 같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나무 문수사리 동진보살, 나무 보견여래 ·응공 · 정변지 .』

많은 하늘과 용들이 이렇게 말하니, 80구지 나유타 백 천 중생은 아뇩다라삼막삼 보리심을 발하고, 한량없는 중생은 선근이 성숙하여 위없는 보리에서 물러나지 아니하였다.

문수사리가 다시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에게 또 소원이 있나이다. 제가 보는 시방의 한량이 없고 수 없는 구지 나유타 백 천 부처님 세존들과 같이, 그 부처님의 소유하신 불찰공덕장엄(佛刹功德壯嚴)의 행상(行相)들을 모두 저의 한 세계에 있게 하기를 원하옵는데, 오직 성문들을 위하여 화려한 세계의 장엄과 다섯 가지가 흐린 세계는 제외하옵니다. 만일 제가 불찰공덕 장엄을 칭찬한다면 저렇게 많은 항하사겁(恒河沙劫)을 말하여도 다 할 수없나이다. 세존이시여, 저의 원하는 것은 오로지 부처님 세존 ·응공 · 정변지를 제하고는 다른 이가 알지 못하나이다. 』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그러하니라, 문수사리여 . 여래의 지견(知見)은 과거·현재 미래에 제한하거나 걸림이 없느니라. 』

이 때에 대중 가운데 있던 어느 보살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문수사리가 말씀한 불찰공덕장엄은 아미타여래의 세계와 같은가, 다른가? 」

세존께서는 그 보살이 생각하는 것을 아시고, 사자용맹 뇌음보살에게 말씀하시었다.

『선남자여, 가령 어떤 장부가 털 한 오라기를 쪼개어 백분으로 나누고, 그 1분의 털로써 큰 바닷물을 한 방울 찍어 낸다면,그 한 방울 물이 많겠느냐, 적겠느냐?』

사자용맹보살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털로 찍어낸 한 방울 물보다는 큰 바닷물이 많습니다. 』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선남자여, 저 사람이 찍어낸 한 방울 물은 아미타불의 불찰공덕장엄과 같고, 큰 바닷물은 보견여래의 블찰공덕장엄과 같나니, 그렇게 보아야 하느니라.』

이때 사자용맹 뇌음보살 마하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 보견여래께서는 얼마나 많은 대중으로 권속을 삼았으며, 수명은 얼마나 오래이며, 이제부터 얼마 뒤에 문수사리가 보리를 이루겠나이까? 』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선남자여, 그 이치는 문수사리 동진보발에게 물으라. 』

그때 사자용맹 뇌음보살 마하살이 문수사리 동진보살에게 물었다.

『당신은 이제부터 얼마 뒤에 보리를 증득하겠습니까? 』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만일 허공이 물질이 된다면 나도 위없는 보리를 증득할 것입니다. 만일 환술하는 이가 환술로써 만든 사람이 보리를 증득한다면 나도 위없는 보리를 증득할 것입니다.

만일 번뇌가 없어진 아라한이 보리를 증득한다면 나도 위없는 보리를 증득할 것입니다. 만일 꿈속 사람이거나 그림자거나 메아리거나 이렇게 변화한 이가 보리를 증득한다면 나도 보리를 증득할 것입니다.

만일 햇빛 비치는 밤이 되고 달빛 비치는 낮이 된다면 나도 위없는 보리를 증득할 것입니다. 선남자여, 당신은 보리를 구하려는 이에게 물으시오.』

사자용맹이 말하였다.

『문수사리보살은 어찌하여 보리를 구하지 아니 합니까? 』

문수사리 가 대 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리를 구하지 아니합니다. 그 까닭을 말하면, 문수사리가 곧 보리요 보리가 곧 문수사리이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다만 이름이 있을 뿐. 이름도 공하기 때문입니다 문수사리와 보리는 이름까지도 멀리 여의어서 아무 것도 없는 공이니 공이란 것이 곧 보리입니다. 』

이때 부처님께서 사자용맹 뇌음보살에게 말씀하시었다.

『그대는 아미타여래의 성문과 보살 대중의 모임을 보고 들었는가?』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보고 들었나이나. 』

『선남자여 , 어떻든가? 』

『산수(算數)나 생각으로는 미칠 수가 없습니다. 』

부처님께 서 말씀하시었다.

『선남자여, 마갈타국만한 창고에 가득한 참깨가 있는데, 그 한 알로써 아미타불의 성문·보살 대중의 모임에 비유하고, 그 나머지 참깨로는 문수사리 동진보살이 보리를 얻었을 때의 보살 대중의 모임에 비유하리니, 마땅히 그렇게 알아라.

선남자여, 만일 삼천대천세계를 부수어 티끌을 만들어 한 티끌로 한 겁을 센다 하여도, 보견여래의 목숨의 겁수에 비긴다면 백분의 일도, 천분의 일도, 백 천 구지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산수와 비유로도 미칠 수 없느니라. 산수로 계교하고 요량하면 보견여래의 목숨이 한량없고 그지없음을 짐작할 수 있느니라.선남자여, 비유하면 삼친대천세계를 부수어 티끌을 만들었다고 하자 어떤 사람이거기서 한 티끌 내지는 많은 티끌을 가지고 삼천대천세계를 지날 때마다 한 티끌씩을 내려뜨리는데. 그 사람이 이렇게 동방으로 가면서 모든 티끌을 죄다 내려뜨렸다하자.

이와 같이 시방에서 낱낱이 사람들이 앞사람처럼 그 티끌을 모두 내려뜨렸다면 어떻겠는가. 저 많은 삼천대천세계를 백이나 천이나 구지 나유타 백 천으로 그 수를 셀 수 있겠는가?』

사자용맹 이 대 답하였다.

『셀 수 없나이다. 세존이시여.』

『선남자여, 이렇게 열 사람이 각각 삼천대천세계를 지나 또 티끌을 떨어뜨리지 아니한 세계들을 모두 부수어 티끌을 만들었다면 어떻겠는가. 능히 산수로써 백이라든가 구지 나유타 백 천이라고 계산할 수 있겠는가?』

『못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선남자여, 시방에서 각각 열 사람이 다시 삼천대천세계를 지날 때마다 한 티끌씩 내려뜨리고, 그 티끌을 내려뜨렸거나 내려뜨리지 아니한 곳들을 또 부수어 티끌을 만들었다면 어떻겠는가. 저러한 티끌을 백이라, 천이라, 구지 나유타 백 천이라고 능히 계산할 수 있겠는가?』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사람이 이 산수를 들으면 마음이 아득하여 수효를 알지 못할 것 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선남자여, 여래는 저 티끌이 백인지, 천인지, 구지 나유타 백 천인지를 낱낱이 아느니라. 그리고 여래가 아는 것은 그 수량보다 훨씬 지나가느니라.』

이때에 미륵보살 마하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보살이 이렇게 색(色)을 분명히 아는 무진지(無盡智)를 구한다면, 차라리 한량없는 겁 동안에 지옥의 괴로움을 받으리이다. 이 보살은 이러한 색을 아는 큰 지혜를 끝내 버리지 아니하겠나이까? 』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시었다.

『그러니라, 그대의 말과 같으니라. 여래의 무진대지(無盡大智)에 희망을 걸지 않는 이가 있겠는가. 다만 알음알이가 용렬한 이와 게으른 이는 제외할 것이니라.』

이 여래의 큰 지혜를 말할 때, 1만의 중생이 보리심을 발하였다. 부처님께서 사자용맹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이러한 시방세계의 티끌과 저 열 사람이 떨어뜨린 티끌의 수와 이보다 더 많은 티끌 수의 겁이 있다고 하자. 문수사리 동진보살은 그와 같은 오랜 겁 동안이나 보살행을 행하였느니라. 왜냐하면, 문수사리는 불가사의하며, 그의 소원도 불가사의하며. 향하여 나아감도 불가사의하며 보리를 증득한 후의 수명도 불가사의하며, 보살 대중의 모임도 불가사의하기 때문이다. 』

이때 사자용맹 뇌음보살 마하살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희유하옵니다. 문수사리가 발심하여 나아감이 매우 크고 닦은 행이 또한 큼에도 이른바 문수사리 동진은 저 티끌수의 겁 동안 고달파하지 아니하였나이다. 』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허공이 낮이라, 밤이라, 보름이라, 한 달이라, 한 철이라, 한 해라, 한 겁이라, 백겁이라, 혹은 천겁이라, 구지 나유타 백 천겁이라고 생각을 하겠습니까? 』

『아닙니다. 문수사리여. 왜냐하면 허공계는 분별이 없기 때문입니다. 』

문수사리 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만일 허공과 같이 모든 법을 깨닫는다면, 깨달음도 이와 같아서 분별하지도 않고 분별할 것도 없으며, 저 낮과 밤과 보름과 한 달과 한 철과 한 해 등에 대해서도 앞에 말함과 같이 법에 대하여 조그만 생각도 일으키지 아니할 것입니다. 선남자여, 큰 불이 한량없는 항하사겁을 지나도록 타더라도, 허공계는 생기지도 않고 타서 없어지지도 아니하리니, 허공계는 제 성품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선남자여, 만일 보살이 모든 법에 성품이 없음을 알면 번뇌도 고달픔도 없으리니, 마치 허공이 타지도 않고 고달픔과 번뇌를 내지를 않고 동요하지도 않고 생겨나지도 않고 썩지도 않고 죽지도 않고 변천하지도 않고 생겨나지도 않고 일어나지도 않으며 가는 일도 없고 오는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선남자여, 문수사리라는 이름도 그러하여 타서 없어지지 않고 고달프지도 않고 번뇌도 없고 동요하지도 않습니다. 생겨나지도 않고 썩지도 않고 죽지도 않고 변천하지도 않고 일어나지도 않으며 가는 일도 없고 오는 일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름을 끝내 멀리 여의었기 때문입니다. 』

이 법을 말할 때, 4대천장과 제석친왕과 대범천왕과 그 밖의 큰 위덕이 있는 여러 천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만일 모든 중생들이 이 법문을 듣기만하여도 큰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하물며 받아 지니고 읽고 외움에 있어서겠습니까. 조그만 선근으로는 성취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이 법문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널리 선전하여 유포하겠사오니, 그것은 바른 법을 호지하기 위해서 입니다. 』

이때 사자용맹 뇌음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선남자 선여인이 이 법문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다른 이에게 이런 법을 선전하고 해설하며 불찰장엄을 성취하기 위하여 이런 마음을 낸다면 문수사리의 얻은 공덕과는 어떻게 다르겠습니

까?』 부처님께 서 말씀하시었다.

『선남자여, 여래가 걸림이 없는 눈으로 보는 세계에, 어떤 보살이 7보를 가득히 채워서 낱낱 부처님께 받들어 드리고 공양하며, 오는 세상이 다하도록 구지 겁 동안을 보시하며, 이 보살로 하여금 청정한 계율에 편안히 머물게 하여, 모든 중생에게 평등한 마음을 얻게 하였다 하자.

그리고 다른 보살이 불찰공덕장엄법문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또 능히 발심하여 문수사리가 배운 것을 따라서 일곱 걸음의 공덕(부처님께서 태어나시자 중생을 제도코자 처음으로 행한 설법의 공덕 . 이때 부처님께서는 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설하셨다. )을 쌓았다면, 앞의 공덕으로는 백분의 일도, 천분의 일도, 가라(適羅)분, 백천 구지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여, 산수로도 미칠 수 없느니라. 』

이때, 문수보살은 보살평등조요여환삼매(善叢平等照曜如幻三昧)에 들었다.

그 삼매의 힘으로 모든 회중의 보살들이 시방의 한량 있고 가이 없는 부처님 세계를 가까이 보니, 낱낱 부처님 앞에 모두 문수사리가 있으면서 자기의 불찰공덕장엄을 말하고 있었다.

모든 회중이 보고나서 문사사리의 훌륭한 서원과 삼매의 지혜에 기특한 생각을 내며

「문수사리 동진보살 법왕자와 같이 백 천구지 나유타 원을 우리들이 다 보아지이다. 」

하였다.

이때 미륵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법문을 무엇이라 이름 하오며, 어떻게 받아 지니오리까? 』

부처님께서 미륵에게 말씀하시었다.

『이 법문은 제불유희(諸佛遊戱)라 이름하고 부사의원(不思讀願)이라고도 하며 설불찰공덕장엄(說佛刹功德壯嚴) 이라고도 하고 발보리심령환희(發菩提心令歡喜) 라고도 하나니, 그대들은 받아 지니라.』

이때 시방에서 모여왔던 한량없는 보살대중은 부처님과 법에 대하여 큰 공양을 지었다. 그러자 온갖 하늘꽃이 내렸으며, 보살대중이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세 번을 돌고 각각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이렇게 찬탄하였다.

『기이합니다, 세존이시여. 기이합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로 하여금 부사의 한 법을 듣게 하시며, 문수사리 동진보살의 큰 사자후를 듣게 하시었나이다. 』

이 법을 말씀하여 마치시니, 항하사 보살들은 위없는 보리에서 물러나지 아니하였고, 한량없는 중생들은 선근을 성취하였다.

<허공법륜왕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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