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중허마하제경(佛說衆許摩訶帝經) 제04권
그 때 제바달다는 손에 활과 화살을 가지고 가비라성을 나와서 활쏘기를 가르치려 하였는데, 실달다 태자는 알아채고 5백의 권속들과 함께 역시 나라의 성을 나와서 같이 활쏘기를 하였다.
이 때에 제바달다는 곧 화상을 가지고 멀리서 하나의 나무를 쏘았는데 그 나무에 화살이 맞자 시위처럼 되며 넘어졌다.
실달다 태자도 하나의 나무를 쏘았는데 화살의 힘이 매우 커서 나무가 두 도막으로 끊어졌으나 엄연하여 움쩍하지를 아니하자, 제바달다는 나무가 여전함을 보고서 화살이 맞지 않았으리라 의심하면서 태자에게 아뢰었다.
“항상 듣건대 태자께서는 다섯 가지의 활쏘기 하는 법을 아신다고 하던데 어찌하여 나무를 쏘았는데도 맞히지를 못하십니까?”
이와 같이 말을 하여 마치자, 제석 천주가 공중에서 생각하기를 ‘내가 모름지기 오늘에는 보살의 신통과 위력을 나타내야겠구나. 만약 그렇지 아니하면 어떻게 중생들이 저 보살이야말로 온갖 일들을 잘 통달하셨는줄 알겠느냐. 이렇게 생각을 하고 나서 곧 큰 바람으로 변화하여 화살이 맞은 나무에 불자 갑자기 땅으로 넘어지는지라 이 때에 제바달다는 곧 저절로 놀라며 탄식하였다.
그 때 태자는 또 일곱의 다라수(多羅樹)와 일곱 겹으로 된 쇠북과 일곱 겹으로 된 쇠돼지를 놓아두기로 하고서 모두에게 쏘게 하매 때에 제바달다는 스스로의 위력을 나타내며 활을 당겨 쏘자 하나의 다라수를 꿰뚫었고, 난타는 다음으로 둘의 다라수를 꿰뚫었다.
실달다 태자는 곧 따라서 쏘자, 있는 바의 일곱 다라수와 일곱 겹으로 된 쇠북이며 쇠돼지 등을 모두 꿰뚫고 지나가서 그 화살을 땅에 들어가서 용왕의 궁전까지 닿았다.
그 때 용왕은 보살의 화살을 보고 손으로 받들었고, 화살이 들어간 곳에서는 물이 위로 솟구쳐 흘렀으므로 곧 신심이 있는 바라문과 장자들이 탑을 일으켜 공양하였으며, 모든 비구(比丘)들은 언제나 와서 쳐다보며 예배하였다.
그 때 실달다 태자는 이에 보배 연을 타고 왕성으로 돌아왔는데, 한 관상하는 이가 태자를 보고서 말하였다.
“열두 해에 이르기까지 만약 집을 떠나지 아니하면 전륜왕이 되어 4주(洲)를 거느리고 천의 아들에게 둘러싸이리라.”
이 때에 정반왕은 이 일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곧 여러 신하와 석씨 성바지들을 모아 놓고 자세히 이 일을 알리자, 대신이 있다가 정반왕에게 아뢰었다.
“만약 반드시 태자에게 전륜왕의 자리를 잇게 하려면, 속히 나라 안의 공경(公卿)의 신하에서나 선비며 서민들의 집에서 숙녀를 선택하여 그의 비로 삼으셔야 하리니, 이에 각자기 훌륭한 의복과 진주ㆍ영락과 값진 완구며 사택ㆍ누각 등을 짓고, 이렇게 짓기를 마치면 곧 좋은 날을 가리어서 태자를 왕의 정전(正殿)에 사자자리에 앉게 하고 공경의 신하와 장자며 거사 등의 모든 동녀들에게 명하여 모두가 왕궁으로 나오게 하고서 만일 단정하고 복과 덕이 아주 뛰어난 여인으로서 태자께서 좋아한 이가 있다면 곧 위의 훌륭하고 값진 완구 동물을 주고 들여서 부인을 삼게 하소서.”
그 때에 정반왕은 즉시 아뢰는 바를 따랐었는데 뒤에 좋은 날이 이르자 실달다 태자에게 왕의 보배 전각에 올라 사자자리에 앉게 하고, 모였던 동녀들을 모두가 와서 모임에 다다르도록 명하였다.
그 때 야륜타라(耶輪陀羅 : 야쇼다라)라는 한 동녀가 있어서 부름에 나아가지 아니하였는데, 아버지가 그 까닭을 묻자 야륜타라는 말하였다.
“금과 비단이며 재화는 저희 집에도 절로 있거늘 하필 왕궁에서 하사한 물품을 받아야 합니까?”
아버지는 또 말하였다.
“네가 왕궁에 이르면 태자가 보고서 혹은 채택하여 부인으로 들이기도 할 터인데, 어찌 보내며 완구를 가득히 주어 보내는 것뿐이겠느냐.”
그러자 동녀는 듣고서 곧 훌륭한 의복을 입고 몸에 영락을 꾸미고서 왕궁으로 나아갔는데, 태자는 이 동녀의 복된 상호가 아주 뛰어났고 몸에 광명이 있음을 보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사자자리에서 내려와 예의 의식에 의지하여 서로가 절을 하고 절하기를 마치자 다시 앉아서 합장하고 공경하였다.
“이와 같은 동녀는 여러 상호가 두루 갖추었고 복과 덕이 깊고 도타웠으므로 태자와 함께 할 만하였고, 그의 부인이 되겠더이다.”
그러므로 왕은 곧 조직으로 二만의 동녀에게 명하여 야륜타라를 에워싸고 같이 궁실에 들게 하였다.
그 때에 가비라성에서 멀지 않은 데에 로하가(嚕賀迦)라는 하나의 큰 강이 있었고 강 언덕 위에는 사라가리노(娑囉迦里努)라는 하나의 큰 나무가 있어서 태자와 같은 때에 났었는데, 이 나무는 오래지 않았는데도 자라나 백 주(肘)까지 미쳤으며, 태양이 아직 돋아나지 않았을 적에는 나무의 몸이 부드러워서 손톱으로도 자국이 생길 수 있는 것이 해가 하늘에 오르기만 하면 도끼가 들어갈 수 없을 뿐더러 불로도 태울 수가 없었는데 이윽고 강가의 나루가 범람하여 나무의 뿌리를 차츰차츰 무너뜨려서 큰 하천(河川)에 가로 쓰러졌는지라 하류가 바짝 말라버렸다.
이 때에 소발라몰타왕은 로하가강이 큰 나무 때문에 막혀서 물이 소통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국내의 민중들이 받아 쓸 물이 모자라졌는지라 사신을 나라에서 출발시켜 정반왕에게 말하였다.
“물에 쓰러져서 흐름이 막혔으므로 나라 사람들이 크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태자의 신력을 빌어서 나무를 제거시키고 냇물이 빠지도록 하려 합니다.”
그러나 이 때에 정반왕은 잠자코 허락은 아니하면서도 ‘만약 태자 스스로가 가면 뜻대로 하게 하리라’ 하였다.
손나(飡那)라고 하는 대신이 있었는데, 은밀히 왕의 뜻을 알아채고 방편의 힘을 써서 태자에게 말하였다.
“로하가의 물 곁에는 동산이 있사온데 정자와 누각과 화초며 못이 매우 잘 꾸며져서 가셔서 노니실 만하옵니다.”
태자는 말을 듣고 곧 권속과 여러 신하들과 함께 같이 가비라성을 나아가 그 동산 안에 가서 뜻을 따라 재미있게 놀았다.
이 때에 제바달다는 하나의 비오리가 공중을 지나가는 것을 보고 활을 당겨 위로 쏘자 태자의 앞으로 떨어지는지라 태자는 보고서 다쳤는가를 근심하면서 그 화살을 뽑아 주며 비오리를 놓아서 날려 보냈는데, 제바달다는 사람을 보내서 비오리를 가지고 오게 하므로 태자는 말하였다.
“나는 보리(菩提)의 마음을 내어서 언제나 인자함과 가엾이 여기는 행을 하여 모든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 다치거나 괴로워함을 보고 싶어하지 아니하는 지라 있었던 비오리는 화살을 뽑고 놓아 보내서 그를 편안하게 하여 주었다. 너는 마음을 돌려서 성을 내지 말아야 하리라.”
제바달다는 이 말을 듣고 나서 잠잠하여 좋아하지 아니하였다.
그 때 소발라몰타왕은 그 태자가 동산의 숲에서 가까이 있음을 알고 곧 나라 사람들을 파견하여 그 강가의 나루에 가서 그 큰 나무를 끌어내느라고 부르는 소리에 힘을 쓰도록 하였으므로 메아리가 들판을 진동하였는데, 태자는 그를 듣고 모든 좌우를 두리번거리자 여러 신하들이 자세히 아뢰었다.
“이것은 바로 소발라몰타왕이 그의 인민들을 파견하여 강물 가운데의 나무를 끌어내고 있습니다.”
그러자 태자는 듣고서 말하였다.
“내가 스스로 가 보겠노라.”
강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하나의 큰 굴이 있고 독룡이 살고 있었는데 태자가 앞에 이르자 용이 굴에서 나왔으므로 여러 사람들은 태자를 다칠까 두려워하여 곧 날카로운 칼로써 그 용을 끊어 죽였는데 용에게는 독기(毒氣)가 있어서 대기만 하면 온 몸이 검푸르게 되는지라, 그 때문에 이름을 짓되 가로나이(迦路那夷)라 하였다.
태자는 나아가 강가에 닿아서는 먼저 제바달다에게 그 큰 나무를 끌어내게 하였는데 제바달다가 그 신력을 다하였지만 끝끝내 들어 올리지 못하므로, 다음에는 난타를 시켰더니 힘을 다하여 나무를 당기자 조금은 땅에서 떨어졌다.
이 때에 태자는 자신의 신력으로써 손으로 큰 나무를 붙잡아 두 동강으로 부러뜨리어 공중에다 내던지자 강의 양 가에 각기 한 토막씩 내려오는데,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이 사라가리노 나무는 바로 아주 좋은 약으로서 불로 써도 태울 수 없습니다. 만약 부스럼이 나서 바르기만 하면 바로 낫다니 그대 여러 사람들은 다시는 잊지 마십시오.”
태자는 이 말을 하여 마치고서 곧 수레를 타고 성읍으로 돌아왔는데, 이 때에 관상하는 이가 있다가 태자의 상을 보며 말하였다.
“만약 일곱 해에 이르기까지 집을 떠나지 않는다면 전륜성왕이 되리라.”
태자는 성으로 들어가서 왕궁에 닿으려 할 적에, 석씨의 성바지로서 가타의리(伽咤儗里)라는 이에게 오폐가(娛閉迦)라는 하나의 딸이 있었는데 높은 다락 위에서 있다가 갑자기 태자를 보매 몸의 상호가 단정하고 엄숙하였으므로 마음에 그리고 숭앙하는 마음을 내었더니, 태자도 이 여인을 보자 수레를 머무르게 하고서 머리를 돌리고 쳐다보다가 손에 가진 활과 화살을 모르는 결에 땅에 떨어뜨렸다.
이 때에 여러 사람들도 이 동녀의 복된 상호가 매우 뛰어났는지라 모두가 말하기를, “이 여인이야말로 태자를 섬길 만하구나.”
그런데 부왕 정반왕은 이 일을 알고서 동녀 2만을 보내면서 오폐가 여인을 에워싸고 왕궁으로 들어오게 하였다.
그 때 태자는 부인으로 맞아들인 뒤에 생각하기를, ‘성 밖에 동산을 유람하리라’ 하고, 곧 수레를 부리는 사람 아아다(阿誐多)에게 말하였다.
“너는 이제 자세히 들어라. 나는 성 밖에 동산을 유람할 생각이다. 나를 위하여 법답게 장엄된 훌륭한 탈 것을 놓아 두어라.”
이 때에 아아다는 이 말을 듣고서 곧 마구간에서 법답게 장식된 훌륭한 탈 것을 태자의 앞에다 대었다.
그 때 태자는 곧 수레를 타고서 성 밖을 나가자, 그 말의 앞에 한 노인이 보이는데 머리카락이 희고 얼굴이 쭈그러졌으며 지팡이를 짚고서 신음을 하는지라, 태자는 모르겠으므로 아아다에게 물었다.
“이는 바로 어떠한 사람인가?”
아아다는 말하였다.
“이는 바로 늙은 사람입니다.”
태자는 물었다.
“무엇을 늙음이라 하는가?”
아아다는 말하였다.
“허깨비와 같은 몸은 단단하거나 진실함이 없는지라 네 가지 형상이 변천하고 여섯 가지 감관이 혼미하여지며 일어나거나 앉는 데에 힘이 없어지므로 지팡이를 짚고서 다니게 되면 늙었다고 합니다.”
태자는 물었다.
“너는 면할 수가 있느냐?”
아아다는 말하였다.
“전들 어찌 면할 수가 있겠습니까?”
태자는 물었다.
“너는 면하지 못한다 하거니와 나는 면할 수가 있느냐?”
아아다는 말하였다.
“귀하고 천함이 비록 다르다 손치더라도 눈 홀림 같은 몸이야 한가지입니다. 세월이 옮아지면서 면할 수 있는 사람이란 없습니다.”
태자는 듣자마자 언짢아하면서 돌아와서 다시 생각하기를 ‘네 가지 요소[四大]가 거짓으로 합치고 5온(蘊)이 진실함이 없는지라 소년으로부터 시작하여 곧 쇠하고 늙어지게 되나니, 이와 같은 형상이야말로 참으로 슬프고 가엾기 짝이 없구나’라고 하였다.
그 때 정반왕은 아아다에게 물었다.
“나의 아들이 밖에 나가서 무엇을 본 것이 있었더냐?”
아아다는 말하였다.
“태자께서는 밖에 나가서 하나의 노인을 보았사온데, 머리카락이 희고 얼굴이 쭈그러졌나이다.”
자세히 위의 일을 말하였더니, 왕은 듣자마자 전에 관상하는 이가 상을 보며 말하기를 ‘태자는 뒤에 반드시 집을 떠나시리다’라고 함을 기억하고 말하였다.
“태자를 이제 편안히 깊은 궁중에 두고 다섯 가지 욕심을 받게 하면, 정(情)이 반드시 애착이 되어 집을 떠나지 아니하리라.”
이어 게송으로 말하였다.
왕은 관상하는 이의 태자 점을 듣고서
뒤에 부왕 버리고 출가할까 두렵도다.
이제 5욕(欲)으로써 그의 정을 기쁘게 하면
애착하여 반드시 전륜 왕위를 계승하리.
그 때 태자는 또 다시 생각하기를, ‘성을 나가서 유람을 하리라’ 하고, 곧 아아다에게 말하였다.
“너는 이제 자세히 들어라. 나는 성 밖에 동산을 유람할 생각이다. 나를 위하여 전과 같이 장엄된 훌륭한 탈 것을 놓아두어라.”
이 때에 아아다는 이 말을 듣자마자, 즉시 마구간으로 가서 법답게 장식된 훌륭한 탈 것을 태자의 앞에다 대었다.
그 때 태자는 곧 수레를 타고 성 밖으로 나가자 그의 말 앞에 하나의 병든 사람이 보이는데 형체가 파리하고 마음과 정신이 쇠약하여 있는지라 태자는 모르겠으므로 아아다에게 물었다.
“이는 바로 어떠한 사람인가?”
아아다는 대답하였다.
“이는 바로 병든 사람입니다.”
태자가 물었다.
“무엇을 병듦이라 하는가?”
아아다가 대답하였다.
“네 가지 요소로 된 몸이 서로가 어기어서 병이 생기는데 형용이 여위어 추악하여지고 정신이 편안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병듦이라 합니다.”
태자는 물었다.
“너는 면할 수가 있느냐?”
아아다는 말하였다.
“역시 면할 수가 없습니다.”
또 다시 물었다.
“너는 면하지 못한다 하거니와 나는 면할 수 있느냐?”
아아다는 말하였다.
“모두가 이는 눈어리 같은 바탕이거늘 어떻게 혼자 면하게 되오리까.”
그러자 태자는 듣고 나서 곧 왕궁으로 돌아와서 다시 생각하기를 ‘거짓으로 합쳐진 몸에는 뭇 병이 모였구나. 중생들은 어리석고 헷갈려 있으니, 참으로 가엾기 짝이 없도다’라고 하였다.
이 때에 정반왕은 아아다에게 물었다.
“태자가 밖에 나가서 무엇을 본 것이 있었냐?”
그 때에 아아다는 자세히 위의 일을 설명하였더니, 왕은 듣고서 태자가 집을 떠날까 두려워하여 다시 궁중에게 다섯 가지 욕심으로써 즐겁게 태자를 모시도록 하면서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과 닿임은 가장 미묘하므로
깊은 궁중에서 태자의 뜻을 즐겁게 하리니
만약 좋아하며 탐착을 내면
출가하여 깨달음의 도를 구하지 않으리라.
그 때 태자는 다시 생각하기를, ‘성을 나가서 유람을 하리라’ 하고, 곧 아아다에게 말하였다.
“너는 이제 자세히 들어라. 나는 성 밖에 동산을 유람할 생각이다. 나를 위하여 이전과 같이 장엄된 훌륭한 탈 것을 놓아 두어라.”
이 때에 아아다는 이 말을 듣자마자 마구간으로 가서 법답게 장식된 훌륭한 탈 것을 태자의 앞에다 대었다. 그 때에 태자는 곧 탈 것을 타고서 성 밖을 나가자, 그의 말 앞에 하나의 죽은 사람이 보이는데 숨이 끊어지고 정신이 떠나가서 마치 흙ㆍ나무ㆍ기와며 돌과 같아서 아는 바가 없었고 남녀 권속들이 에워싸고 슬피 통곡을 하는지라, 아아다에게 물었다.
“이는 바로 어떠한 사람인가?”
아아다는 대답하였다.
“이는 바로 죽은 사람입니다.”
태자는 다시 물었다.
“무엇을 죽음이라 하는가?”
아아다는 대답하였다.
“유위(有爲)의 몸은 목숨의 짧고 긺이 있을지언정 하루아침에 죽게 되면 영원히 친척 권속들과 이별을 하는데, 이것을 죽음이라 합니다.”
태자는 듣고서 아아다에게 물었다.
“너는 면할 수가 있느냐?”
아아다는 대답하였다.
“역시 면할 수는 없습니다.”
태자는 물었다.
“너의 몸은 면하지 못한다 하거니와 나는 응당 면하게 되리라.”
아아다는 대답하였다.
“삼계가 무상하여 나고 없어지면서 머무르지 않으므로 태자의 몸 역시 그와 같습니다.”
그러자 태자는 그 때에 마음이 좋지 아니한지라 왕궁으로 돌아왔다.
왕궁에 닿은 뒤에 다시 생각하였다.
‘그 떳떳함이 없는 법은 찰나 찰나에 머무르지 아니하여, 이에 빛깔이 있거나[有色] 빛깔이 없거나[無色] 생각도 생각 아님도 아닌 곳에 이르기까지 이 무상한 큰 환난을 면하는 이란 없다. 모든 중생들은 참으로 슬프고 가엾기 짝이 없다.’
이런 생각을 하고서는 뜻이 좋지 아니하였다.
그 때 정반 대왕은 아아다에게 물었다.
“태자가 밖에 나갔다가 무슨 본 것이 있었더냐?”
그 때에 아아다는 자세히 위와 같은 일을 낱낱이 설명하였더니, 왕은 듣고서 생각하기를 ‘옛날 어떤 바라문이 태자의 관상을 보고서, (복과 덕이 순박하고 두터우며 모든 상호가 완전히 갖추어졌으므로 틀림없이 집을 떠나서 바른 깨달음의 도를 이루리다)라고 하였다’ 하고서, 곧 궁중 안으로 하여금 다섯 가지 욕심의 즐거움으로써 갖가지로 기쁘게 하여서는 그를 애착시켜서 집을 떠나려는 뜻을 버리게 하면서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다섯 가지 욕심과 큰 부귀로써
태자인 하늘 중의 하늘을 기쁘게 하여
그에게 집 떠나려는 마음을 없게 하고서
전륜왕의 맨 윗자리를 부여하리라.
그 때 실달다 태자는 다시 생각하기를, ‘성을 나가서 유람을 하리라’ 하고, 곧 아아다에게 말하였다.
“나는 성 밖에 동산을 유람할 생각이니, 나를 위하여 이전과 같이 장엄된 훌륭한 탈 것을 놓아두어라.”
이에 아아다는 곧 마구간에 가서 법답게 장식된 훌륭한 탈 것을 태자의 앞에다 대었다.
그 때 태자는 곧 탈 것을 타고 밖으로 나가서 유람을 하는데 때에 도솔 천자가 생각하였다.
‘이제 이 보살이 성을 나와 유람하면서 집 떠날 인연을 구하고 있으니, 나는 사문의 형상이 되어 발우를 가지고 밥을 빌면서 태자의 앞에 나타나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여 마치고 즉시 수염과 머리칼을 깎고 몸에 법복을 입고서 손에는 발우를 가지고 말의 앞에서 있었다.
태자는 보자마자 돌아보며 아아다에게 물었다.
“이는 어떠한 사람인가?”
아아다는 대답하였다.
“이는 출가한 사람입니다.”
태자는 물었다.
“무엇을 출가라 하는가?”
아아다는 대답하였다.
“이 사람은 나고 죽음을 분명히 깨달아서 바퀴 돌듯함을 끊기를 맹세하고 보리의 인(因)을 닦아 해탈의 결과를 구하여 하여 수염과 머리칼을 깎아 없애고 몸에 법복을 입고서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데, 이것을 출가라 합니다.”
태자는 듣고 나자 마음이 뛰놀 듯하므로, 즉시 말에서 내려와 비구에게 물었다.
“어떻게 출가를 하며 어떠한 이익이 있습니까?”
비구는 대답하였다.
“무릇 출가라 함은 그 친하고 사랑하는 이를 이별하고 영화와 안락에 집착하지 아니하며 언제나 맑은 행을 닦고 굳건하게 계율을 지키며 번뇌를 등져 버리고 감관과 의식을 꽉 얽어매며 망령된 생각을 내지 아니하고 진실한 행을 더욱 불리면서 이와 같이 나아가며 닦는 것을 출가한 이라고 합니다.”
태자는 듣고서 찬탄하였다.
“거룩하십니다. 당신이야 말로 대장부이십니다. 그 흐린 세상을 잘 조복하셨고 잘 애쓰셔서 구하셨습니다. 이런 세상을 잘 조복하셨고 잘 애쓰셔서 구하셨습니다. 이야말로 참된 출가요, 이야말로 참된 선한 벗입니다.”
말을 마치고, 엎드려 예배하고 발에 올라서 궁중으로 돌아왔는데, 곧 궁중에서 지극한 뜻으로 생각하기를 ‘출가의 법이야말로 그 행이 매우 미묘하고 그 이치가 아주 깊구나. 왕궁을 떠나서 해탈을 구하고 싶도다’라고 하였다.
이 때에 정반왕은 아아다에게 물었다.
“태자가 유람을 나가서 무엇을 본 것이 있었냐. 기쁘고 즐거움을 만났더냐?”
아아다는 망설이다가 자세히 위의 일을 아뢰었더니 왕은 아뢴 바를 듣고서 또 다시 생각하기를 ‘관상하는 이가 일찍이 말하되 (만약 집을 떠나지 아니하면 반드시 전륜왕이 되리다)고 하였다. 나는 모름지기 이제 따로 방면을 베풀어서 저 태자에게 집을 떠나려는 뜻을 끊게 하여야겠다’ 하고, 실달다에게 말하였다.
“가리사가(迦里沙迦)라는 마을은 나라에서도 중히 여기는 땅이다. 너는 이제 거기를 가서 나를 대신하여 어루만져 주어서 한 지방의 인민들을 평화롭고 기쁘게 할지니라.”
태자는 듣고 나서 귀찮고 언짢아하면서 밤낮으로 생각을 하며 오로지 집 떠날 것만을 구하였으나 본래의 마음을 이루지 못하겠으므로, 가리사가라는 마을로 나아갔는데 가다가 중도에서 다섯 가지 큰 보배의 광이 땅으로부터 솟아나오더니 광을 맡은 신들이 말하였다.
“태자여, 이 보배 광들은 보살의 소유이십니다. 원컨대 보살께서는 저희들을 위하여 받아 주소서.”
태자는 말하였다.
“이들 보배 광을 뭇 보배의 무더기로서 중생들은 사랑하고 집착하겠지만 나는 구하는 바가 아닙니다.”
그러자 광을 맡은 신들은 보살의 말을 듣고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알아채고 바로 같은 무리들을 이끌고 큰 바다로 들어가 버렸다.
그 때 태자는 점점 앞으로 나아가서 가리사가 마을의 지경까지 이르자,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저마다 소의 도구를 가지고 애쓰면서 밭갈이하고 씨를 뿌리며 손발은 추악하고 먼지와 흙투성이가 되어 있으며 옷은 해지고 굶주려서 힘이 없어 보이는데 이렇게 갖가지로 괴로워하고 시달리며 있었으므로, 태자는 전생부터 인자함과 가엾이 여김을 품었는지라 보고서는 놀라며 묻자, 좌우에서 말하였다.
“이것이 바로 태자께서 관할하는 곳의 밭갈이하고 씨 뿌리는 사람들입니다.”
태자는 듣고서 곧 말하였다.
“장정과 소를 놓아 보내서 멋대로 스스로가 살아가게 하고 관리들에게 다시는 얽매거나 가두지 않게 하여라.”
이 말을 하여 마치고 바로 잠부나무 아래로 나아가서 거부하고 앉아 선정에 들었는데, 그 여러 신하와 종이며 백성들도 나무 아래서 에워싸고 모시며 서 있었다.
끼니때를 지나고서 정반왕은 생각하기를 ‘태자가 밖에 나가서 이미 시간의 언약이 지났는데도 아직 돌아오지 않으니, 내가 스스로 가서 태자를 보아야 하겠구나’ 하고, 즉시 수레를 차려서 마을로 나아가다가 염부수(閻浮樹)에 이르자 비로소 태자가 삼마지에 들어서 몸과 마음이 꿈쩍하지도 아니하는데, 햇빛이 이전하는데도 나무 그림자는 옮아가지 않는 것을 보고 정반왕은 찬탄하였다.
“장하고 장하도다. 크고 거룩한 덕을 지닌 대장부로구나. 매우 있기 드문 일도 있다. 해는 옮아가며 머무르지 않는데 나무 그림자만은 옮아가지 않다니.”
그리고는 머리를 땅에 대고 보살의 발에 예배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장하도다. 대장부야,
세간에선 매우 있기 드문 일이다.
탄생할 적엔 광명을 내쏘아서
대지가 모두 진동을 하였는데
이제 염부수 아래에 앉아 있으니
해는 옮아가는 데도 그림자는 그대로다.
이 때에 대중들은 널리 보고 듣는데
나는 이제 귀명하며 예배하노라.
그 때 태자는 선정으로부터 일어나서 바로 수레를 타고 가비라성을 돌아가다가 시타림(尸陀林)을 지나면서 그 숲 속에 죽은 사람들이 있음을 보았는데, 벌거숭이에 더러운 냄새가 나고 온 몸뚱이가 문드러져 있는지라, 세간에 대하여 깊이 싫증을 내며 왕과 태자는 가비라성으로 들어왔다.
이 때에 관상하는 이가 있다가 태자의 거룩한 덕이 퍽이나 뛰어났음을 쳐다보고서 정반왕에게 말하였다.
“이제 이 태자는 이레 안에 만약 집을 떠나지 아니하면 틀림없이 전륜성왕의 위를 지니리라.”
그 때에 관상(觀相)하는 이는 이에 게송(偈頌)으로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이제 아셔야 하리다.
실달다 태자께서는
이레 동안에 집 떠나지 않으면
전륜왕의 왕위에 오르시리라.
4대주(大洲)를 통솔하시어
넉넉하여 7보를 지니시리니
만일 정등각(正等覺)을 이루게 되면
법의 재(財)로 세간을 구하시리다.
그 때에 관상하는 이는 이 게송을 말하여 마쳤고, 태자는 수레를 몰아 점차로 앞으로 나아갔는데, 이 때에 석씨 성바지로서 가라차마(迦羅叉摩)라는 이에게 밀리아야(蜜里誐惹)라는 딸이 태자를 쳐다보매 위의가 높고 묵직한지라 찬탄하며 태자의 앞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아버지는 해탈의 즐거움을 얻었고
어머니의 몸 역시 다시 그러하셔서
이 실달다를 탄생하셨나이다.
원컨대 저의 지아비가 되시옵소서.
장차 두 가지가 구족하신 어른 되어
원만하게 열반의 법을 증득하시어
이름은 사방에 두루 들리시리니
나는 이제 귀명하며 예배하옵니다.
그 때 태자는 이 게송을 듣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곧 진주와 영락을 그의 위력으로써 창문 안에 던지자 여인의 목에 놓이며 걸렸다.
이 때에 정반왕은 이 일을 보고서 즉시 2만의 궁인에게 밀리아야 여인을 에워싸고 왕궁으로 들게 하였다.
그 때 태자에게는 세 부인인 야륜타라ㆍ오폐가ㆍ밀리아야와 6만의 궁인들이 아침저녁으로 공양하고 모셨지만 마음에 애착이 없고 오로지 버리기만을 구하였다.
때에 정반왕은 이 일을 알고서 셋 왕에게 말하였다.
“어떤 바라문이 우리 태자를 관상하면서 ‘만약 이레 안에 집을 떠나지 못하게 하면 반드시 전륜왕이 되리라’고 하였으나, 그대를 여러 왕은 이레 낮과 이레 밤을 함께 수호할지니라.”
다시 민중들을 일으키어 일곱 겹의 성과 일곱 겹의 참호를 짓고 성에는 철문을 두되 문의 위와 아래에는 방울을 두루 달아 두어서 만약 문을 열 때에는 방울 소리가 1유순 밖까지 떨치게 하였으며, 그 때에 태자는 그 내궁(內宮)에서 여러 궁인들과 함께 춤을 추고 풍악을 울리며 밤이나 낮이나 다름이 없이 하였다.
이 때에 정반왕은 뭇 신하들에게 조칙하여 모든 대궐 안의 곳곳을 방위하게 하고 계속하여 네 가지 병사인 상병ㆍ마병ㆍ거병ㆍ보병을 파견하여 성의 네 문에 분포하고 순찰하게 하였다.
이 때에 정반왕은 성의 동쪽 문에 있었고, 곡반왕은 성의 남쪽 문에 있었고, 백반왕은 성의 서쪽 문에 있었고, 감로반왕은 성의 북쪽 문에 있으면서 각각 신하들을 거느리고 밤에 잠도 자지 아니하고 마음을 오로지하여 수호하였다.
다시 대신 마하나마(摩賀曩摩)에게 명하여 그 밤 동안에는 서 있지 말고 오고 가고하면서 네 문을 돌려 군사들을 경계하여 깨우치고 잠을 자지 못하게 하도록 하였다.
그때 마하나마는 그의 사람들을 거느리고 순찰하며 동쪽 문에 이르러서 물었다.
“어떤 사람이 여기에 있으면서 잠을 자지 않고 수호하십니까?”
이 때에 정반왕은 말하였다.
“내가 이제 여기에 있으면서 몸소 방위하고 있소.”
마하나마는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만약 잠만 자지 않으시면 모든 과실은 없을 것입니다.”
이 때에 마하나마는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잠에 빠진 사람은 죽은 이와 같으며
악마가 사람을 흘림과도 같으리니
만약 그 잠을 그만둘 수 있으면
허물은 반드시 생기지 않으리다.
그 때 마하나마는 이 게송을 말하여 마치고 바로 서쪽 문으로 가서 다시 물었다.
“여기서는 어떠한 사람이 잠을 자지 않으며 수호하십니까?”
이 때에 곡반왕은 말하였다.
“내가 이제 여기에 있으면서 마음을 오로지하여 방위하고 있소.”
마하나마는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만약 잠만 자지 않으시면 모든 과실은 없을 것입니다.”
이 때에 마하나마는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람이 잠을 자면 역시 죽음 같으며
잠은 악마인 줄 아셔야 하옵니다.
만약 잠이 듦을 그칠 수가 있으면
허물은 반드시 생기지 않으리라.
그 때 마하나마는 이 게송을 말하여 마치고 바로 남쪽 문으로 가서 다시 물었다.
“여기서는 어떠한 사람이 잠을 자지 않으며 수호하십니까?”
이 때에 백반왕은 말하였다.
“내가 이제 여기에 있으면서 마음을 오로지하여 방위하고 있소.”
마하나마는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만약 잠만 자지 않으시면 모든 과실은 없을 것입니다.”
이 때에 마하나마는 이에 게송으로 말하였다.
잠에 빠지면 술을 마신 사람이
취하여 너른 들에 들어감과 같아서
과실은 바로 따라서 생기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