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제구경(佛說猘經)

불설제구경(佛說猘經)

오(吳)월지국(月支國) 거사 지겸(支謙) 한역

부처님께서는 라열기성(羅閱祇城)의 기사굴산(耆闍崛山)에 계시면서, 보름날이 되어 계율을 설명하셨다.

이 때에 아난은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부처님께서는 일체를 구제하시기 위하여 다섯 갈래의 중생들을 깨우치고 교화하여 어리석고 눈먼 그들로 하여금 그 나쁜 길을 벗어나게 하시나이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는 부처님의 사리와 12부경(部經)을 남기시어, 제자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위신을 받들게 하고, 부처님의 경계(經戒)를 펴시어 사람들을 구제하시고 계법을 가르쳐 주어 사람들로 하여금 공양하게 하면, 그것은 부처님 계실 때와 다름이 없을 것이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사람이 내 제자에게서 계율을 배우고도 도리어 그 스승을 질투하면 그는 나쁜 세계에서 온 사람이다.”

아난은 여쭈었다.

“그 나쁜 세계란 어떤 세계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과거 어느 부처님 때에 어떤 미친 개가 그 주인을 물었다. 그러나 그 부처님은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그 미친 개를 축원하여 주셨다. 그 개는 부처님의 위신력을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 그래서 지금 지옥에 있으면서 죄가 아직 없어지지 않았으나, 그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뒤에는, 과거에 부처님을 보고 기뻐한 공덕으로 죄가 끝난 뒤에는 인간 세계에 들어가 내 제자에게서 계율을 받았지만 미친 개가 되었다. 그래서 그 주인이 계율을 받을 때에 그 개는 전생의 인연이 있기 때문에 주인을 문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사람이 스승에게서 계율을 배우고도 도리어 스승을 나쁘다고 비방하면서 ‘그것은 내가 행할 일이 아니다’고 말한다면, 그는 저 미친 개가 그 주인을 무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도를 가르치는 스승을 나쁘다고 비방하는 사람은 바로 전생의 그 개이니라.”

아난은 다시 여쭈었다.

“그 개는 죄가 끝나고 인간 세계에 들어갔사온데 왜 또 그 주인을 물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개가 인간 세계에 들어가게 되어 부처님의 계법을 지니고 많은 교훈을 받았지만, 다만 남의 공양만 탐하고 어리석어 아무것도 모르고 스승을 비방하였기 때문에 다섯 갈래의 나쁜 곳에 떨어진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잘 들어라. 나는 너를 위해 자세히 말하리라.” “예, 자세히 듣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혹 어떤 사람이 불법(佛法)과 계행(戒行)을 지니고 사람을 시켜 부처님을 섬기게 하면, 그는 지옥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아난은 깜짝 놀라면서 일어나 꿇어앉아 아뢰었다.

“그는 남을 가르쳤으므로 불도를 얻게 될 것이온데 어찌하여 도리어 지옥에 든다 하십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부처의 말을 믿느냐?” “예, 부처님의 말씀을 믿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부처의 말을 믿으면서 왜 ‘사람이 계율을 받들면 지옥에 들어간다’는 말을 듣고 놀라는가. 만일 ‘그가 지옥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부처의 거짓말이니라.”

아난은 다시 일어나 땅에 엎드려 발에 머리를 대어 예배하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는 다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꿇어앉아 아뢰었다.

“이 아난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근기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원컨대 ‘사람을 가르치면 지옥에 간다’는 이치를 가르쳐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뒤에 말세가 오면 어떤 제자는 스승이 되었으니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고 게으르기 때문에 아무 지혜도 없으며, 더러운 탐욕으로 남의 공양을 얻어 그 얻은 돈과 양식과 비단으로 살아가면서 불법에는 전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남에게 아첨하기 때문에 살생하는 사람을 보아도 살생하지 말라고 훈계하지 못하고, 술을 즐기는 사람을 보아도 술을 끊으라 하지 않고 조금은 먹어도 좋다 한다. 그리하여 남에게 계법을 가르치되 ‘돈이나 물건으로 복을 많이 지으라’ 하면서 다만 남의 물건을 얻으려고만 하니, 그것은 계법을 파는 것으로서 사람을 교만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계법이 아름답지 못한 사람은 살생 따위의 온갖 추한[麤] 계법을 범한다.

이렇게 가르치는 자는 사람을 지옥으로 끌어들이고 부처님의 밝은 교훈을 저버리기 때문에, 그를 시켜 불법을 보호하게 하면 귀신이 그 단점을 엿보므로 악귀에 걸려 죄가 중하게 되고, 혹은 죽어서 죄를 갚아야 하기 때문에 곧 지옥에 들어가느니라.”

아난은 다시 아뢰었다.

“처음으로 불법에 뜻을 낸 사람이 어쩌다 나쁜 스승을 만나면, 법을 밝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스승이 ‘법은 그런 것이다’ 하여 그 말을 믿게 하면, 그가 우치하여 알지 못할 때에는 다시 밝은 스승을 찾아 거듭 계법을 받아도 좋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우리 법은 매우 넓고 크기 때문에 회개함으로써 그 죄를 씻을 수 있다. 처음으로 생각을 내었을 때에는 마음이 어두워 나쁜 스승의 그릇된 지도를 받아도 그런 줄을 스스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다시 계법을 받아야 비로소 도에 들어가게 된다. 아무것도 알지 못할 때에는 부처님의 제자가 아니다. 그는세간의 조그만 선인(善人)일 뿐이요, 큰 공덕이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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