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방생과 구가성의 제도

용의 방생과 구가성의 제도

가샤파 3형제는 첫째를 우루베에라 가샤카, 둘째를 나디이 가샤파, 셋째를 가야 가샤파라 불렸습니다. 우루베에라 가샤파는 우루베에라 숲속에 살고 있었으므로 그렇게 불렸고, 둘째는 이 숲과 네란자야 강변에 살고 있었으므로 나디이라 불렀는데 나디이란 인도말로 강이란 말입니다.

또 셋째 동생 가야 가샤파는 그 강의 하류인 가야에 살고 있었으므로 그렇게 이름을 부른 것입니다. 그런데 제일 큰형 우루베에라 가샤파는 5백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있었고, 둘째는 3백명, 셋째는 2백명을 각각 거느려 모두 천의 대단원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머리를 매고 불을 섬기며 고행을 하였으므로 결발행자(結髮行者), 나발범지(螺髮梵志)라 불렀습니다.

불전에는 붓다가 이들을 교화하신 내용을 재미있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붓다가 처음 가샤파 집에 이르러 날이 저물었는데 하룻밤 유숙하기를 청하니 불을 섬기는 사당밖에는 다른 방이 없다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곳에는 전래로 무서운 독룡이 있어 뜨거운 화염을 내음는 바에 연년히 인신공양을 드리곤 하였습니다.

「사람을 잡아먹는 악룡이 그 곳에 살고 있는데 괜찮다면 들도록 해드리겠습니다. 」

붓다는 가샤파의 안내로 그 사당에 이르러 단정히 가부좌를 틀고 않아 무심삼매(無心三味)에 들었습니다.

무심삼매란 아무런 생각 없이 본각의 대지에 그대로 안주하는 삼매이고 자광삼매는 일체 모든 것을 불쌍히 여겨 구제할 것을 생각하고 자비의 빛을 발하는 삼매입니다.그러나 독룡은 입으로 무서운 화염을 내뿜으며 달려들었습니다.

그때 붓다는 다시 자기 몸을 불덩이로 변하는 화강삼매(火光三昧)에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불을 모셔 뜨거운 집이 더욱 뜨거워져 열이 100도도 넘게 되었습니다.

독룡은 금방 세존을 삼킬 듯 달려 들였으나 너무도 뜨거운 열 때문에 어찌 할 바를 모르고 벌벌 떨었습니다.

붓다께서 조용히 타일렀습니다.

「어리석은 화룡아, 너는 전생에도 많은 죄를 지어 그 과보로 이 몸을 받았거늘 그것을 뉘우치기는커녕 인신공양까지 받아 더욱 많은 죄를 짓고 있으니 다음 세대의 이 몸을 어찌할 것이냐.

너의 하는 바로 보아서는 마땅히 죽어 마땅하나, 이 또한 지중한 인연이 있어 나 같은 성인을 만났으니 마음을 돌려 그 몸을 변하여 내 발우 속으로 들어가라. 」

하고 붓다는 발우가 놓여있는 곳을 가리켰습니다.

과연 독룡은 조그마한 실뱀으로 변하여 발우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때 새날이 훤히 밝자 우루베에라 가샤파는 비웃는 얼굴로 들어오며 인사를 했습니다.

「안녕 히 주무셨습니까? 」

「이 굴속에는 화룡이 살고 또 불을 모셔 뜨거워지기 어렵다더니 어찌하여 이렇게 서늘한가? 」

꼭 죽은 줄만 알고 들어왔던 가샤파는 뜻밖의 대답에 깜짝 놀랐습니다.

「화룡은 어디 있습니까?」

「저기 발우 속에 있다. 그놈의 하는 짓으로 보아서는 꼭 태워죽일 것이나 붓다는 생명을 죽이는 일이 없으므로 놓아주니 강에 갔다 방생 하라. 」

비록 놀라기는 하였으나 원채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온 가샤파인지라 그렇게 쉽게 항복하지 않았습니다.

「위대한 사문은 큰 위신력이 있습니다. 가지 마시고 이 도량에 계시면서 우리를 위해 미묘한 법문을 일러 주십시오.」

그래서 붓다는 그 곳 한가한 숲 사이에 자리를 정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그들은 매일같이 훌륭한 공양을 보내와 대접은 하였으나 쉽게 항복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붓다가 앉아 계신 숲 전체가 불기둥처럼 이상한 광명이 쏟아져 가서 보니 하늘의 4천왕이 내려와 법문을 듣고 있는 광경이었고 다음에는 제석천 범천들이 차례로 내려와 밤마다 불기둥이 찬란하였습니다.

또 어떤 때는 북쿠루주에 가서 향기 그윽한 과일을 가져다가 공양하시어 온 동산이 그 과일 향기로 가득 찼으며.

또 어떤 때는 온 숲이 물바다가 되어 오직 붓다가 계신 곳 만땅이 되어 있고 또 어떤 때는 마른 땅위에 연못이 나타나기도 하여 매우 신기한 일이한 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중 가샤파는 국제적 대공양회를 며칠 앞두고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내가 개최하는 이 공양회에는 앙카국과마갈타국 같은 데서 많은 대신들이 훌륭한 공양구를 가지고 와서 대접할 것인데 그때에도 저렇게 훌륭한 공양구를 가지고 와서 대접할 것인데 그 때에도 저렇게 신통을 부리면 내 신세가 어떻게 될 것인가? 」

붓다는 이렇게 고민하는 가샤파의 마음을 미리 아시고 공양일이 가까와 그 곳을 떠나 북방 온다라구로 지방에 나아가 탁발을 하여 아뇩달지 못가에서 잡수시고 하룻 동안 휴식하신 후 우루베에라에 돌아오셨습니다.

공양회를 마친 가샤파는 퍽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도

「붓다님, 어제는 훌륭한 공양회가 있었는데 어찌하여 참석하지 아니하셨습니까? 퍽 서운했습니다. 」 「가샤파여, 그대가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는가? 저자가 이 회에 참석하면 내 신세가 망할 것이라―

그런 자리에 내가 어찌 참석하겠는가, 허기 들린 사람이 아니라면 말일세. 」

가샤파는 매우 당황했습니다.

자기 속마음까지 훤히 알고 있는 대성자를 성자로 대접하지 않고 스스로 제 명예, 지위, 욕심만을 위해서 망설이는 자신이 초라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 때 붓다는 여유를 주지 않고 말했습니다.

「가샤파여, 너는 아직 성자가 아니다. 아니, 성자가 되는 길도 확실히 잘 모르고 있다. 교만을 버리고 참회하라.」

가샤파는 가슴이 떨렸습니다. 전신에 참회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성자님이시여, 용서하옵소서. 성자님께 귀의하고 성자님께서 깨달은 진리에 귀의하고 성자님을 따르는 모든 승가님께 귀의합니다. 」

그래서 가샤파는 붓다의 제자가 되어 그의 5백명 제자들도 함께 모두 머리를 깎고 출가하게 했으며 그동안 섬겨오던 화룡의도구와 기제(祈祭)의 용구들을 모두 강가에 던져 떠내려 보냈습니다.

그 강의 하류에 사는 나디이 가샤파가 물위에 떠내려 오는 그의 형의 제구를 보고 놀라 뛰어왔다가 그도 제자 3백명과 함께 출가하고 그 밑 가야에 사는 가샤파도 왔다가 똑같이 제자 2백명과 함께 출가하였습니다.

<부처님의 생애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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