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비의 저쪽
석존께서 왕사성(王舍城)의 영취산(靈鷲山)에 계시면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실 때의 일이다.
어느 때, 장사아치 五백명이, 큰 돈을 벌어 부자가 되어 보겠다고 의논한 결과, 바다속에는 여러 가지 진귀한 보물이 있으니 바다로 가서 그 보물을 가져오자고 일행 五백명이 바다로 나가기로 결정을 하였다.
그런데, 이 패거리에서 들어가지 않은 아주 근성이 좋지 못한 장사아치가 있었다.
『五백명 녀석들이 무엇을 하나, 나도 몰래 따라가 보리라.』
하고 그는 같은 배에 숨어 함께 바다로 나갔다. 五백명의 패거리들이 용감하게도 바다 저 멀리까지 배를 타고 나갔을 때, 평소부터 뱀이나 전갈처럼 미움과 따돌림을 받던 이 사나이는, 갑자기 그 모습을 나타내어,
『저 녀석들이 채취한 보물을 꾀를 써서 가로채어 버리리라, 거기에는 어떤 방법이 좋을까?』
하고 나쁜 꾀를 생각하였다.
『됐다. 저녀석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고, 그 보물을 빼앗아 가지고 고향에 돌아가 혼자서 잘 살리라.』하고 나쁜 생각을 일으켰다.
흉악하기로 이름 높은 그 사나이를 만난 五명은 적지않이 놀랐다. 어떻게 해서 따라 왔을까? 이 큰 바닷가 한 가운데서 저 사나이를 만났으니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겠다고 전전긍긍(戰戰兢兢)하여, 여러 사람들의 얼굴에는 핏기가 가시고, 그저 새파랗게 질려 벌벌 떨고 있은 뿐이었다.
이 五백명 장사아치 가운데 전교라는 지배인격의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성질이 자비롭고 온순하여, 늘 사람들에게 자비심을 가지고 대하였으므로, 많은 사람들은 그를 인자한 아버지와도 같이 따르고 있었다. 흉악한 사나이를 만나 모두가 벌벌 떨고 있을 적에 그는 꾸벅 꾸벅 풋잠이 들어 있었다.
그때, 해신(海神)이 그의 앞에 나타나,
『상인 선교야, 五백명 동료 이외에 이러 이러한 인상의 한 흉악한 사나이가 있어, 너희들을 죽이고 그 진귀한 보물을 빼앗으려고 꾀를 쓰고 있다. 너는 어떻게 해서든지 좋은 방법을 써서 이 악인이 살생업(殺生業)을 범하고 지옥에 떨어지지 않게 해 주고, 또 한편으로는 동료들의 생명이 완전을 기하도록 하여라. 만일에 저 사나이가 죄를 범한다면, 영원히 지옥의 업보(業報)를 면할 길이 없다. 그도 불쌍한 자이니 구해 주도록 하여라.』
하고 알렸다.
이 계시가 끝나자 해신의 모습은 연기처럼 살라져 버리고, 그는 꿈에서 깨어났다. 해신의 계시를 받은 그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악인에게 살생업을 범하지 않게 하며, 한편 동료들도 안전하게 구할 수가 있을까 하고 하루종일 생각하였으나, 이렇다 할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하여 결국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제 할 수 없으니, 이 흉악한 사나이의 숨은 이쪽에서 끊어 버리면 그 사나이는 살생업을 범하지 않고, 따라서 지옥에도 떨어지지 않고 목숨을 보전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이 외에 방법은 없다. 그렇지만, 만일에 五백명의 동료가 도리어 그 사나이를 죽이게 되면 이번에는 五백명의 동료가 모두 지옥의 악과(惡果)를 받게 된다. 참으로 곤란한 일이다. 별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내 손으로 그 사나이를 죽여 버리는 수 밖에 도리가 없다.
내가 지금 그 살생의 악업 때문에 백천겁 오랫동안 지옥의 업보를 받는다 하더라도 나는 그것을 참고 달게 받으리라. 지금의 나로서는 이밖에 선처할 방법이 없다.』
하고, 별 꾀가 나오지 않으므로, 자기가 살인의 악업을 짓고 이 수난을 뚫고 나가려고 결심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내가 어제 이 대비(大悲)방편으로써 이 악인에게 살생의 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또한 동료 五백명도 평안히 귀국할 수 있도록.』하고, 마음속으로 빌었다.
이렇게 결심한 선교 상인은 드디어 자비의 칼을 휘둘러 악인의 목숨을 끊었다.
이로 말미암아 흉악한 사나이는 목숨이 끊어진 뒤에 하늘나라에서 태어날 수가 있게 되었다. 거룩한 희생을 선교가 치렀기 때문에 동료 五백명도 무사히 목적을 달성하고 귀국하게 되었다.
이 때의 상인 선교는 지금의 석가모니시다.
<佛說大方廣善巧方便經第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