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나이
석존께서 사밧티국의 기원정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어느 곳에 친구인 두 사나이가 집을 나서서 무슨 일거리는 없나 하고 여러 곳을 찾아 헤맸다. 어느 날, 그들은 길섶에 많은 삼(….)이 주인도 없이 무성하고 있는 것을 보고 의논 끝에 둘이서 삼을 베어서 가져 갈 수 있을 만큼 등에 지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두 사람이 무거운 삼덩이를 짊어지고 오느라니까 길에 많은 조가비(貝)와 천(織物)이 주인도 없이 흐터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또 조금 오다 보니 이번에는 주인 없는 은(銀)이 많이 있었다. 한 사나이는 그 때마다 등에 진 삼을 내버리고 조가비, 천을 바꾸어 가졌으며 다시 많은 은을 등에 짊어졌다.
그러나 다른 한 사람은 여전히 삼을 지고 있었다. 그런데 오다 보니 눈부신 황금덩어리가 길에 있지 않은가!
은을 짊어진 사나이는 삼을 등에 진 사나이를 향하여,
『여보게, 이렇게 많은 금 덩어리가 있네, 주인도 없으니 값이 싼 삼은 버리고 둘이 함께 이 값비싼 금 덩어리를 등에 질 수 있을 만큼 지고 가세, 그러면 우리는 금방 큰 부자가 되지 않겠나?』
하고 말했다.
삼을 걸머짐 사나이는 그래도 금 덩어리를 가지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삼을 단단히 묶어가지고 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삼을 내려 놓을 수가 없네, 그리고 모처럼 먼 곳에서 이렇게 지고 온 것을 생각하니 버리기가 아깝네. 자네나 마음껏 금 덩어리를 가지고 가게, 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네.』
너무나 고집 불통이므로 은을 짊어진 사나이는 화가 치밀어서 등에 지고 있는 삼을 억지로 뺏아서 땅에 버리려고 했다. 그렇지만 그게 그렇게 소중하였던지 너무나 단단히 묶여 있었으므로 풀을 수가 없었다. 삼을 증에 진 사나이는 여전히,
『그것 보게, 이렇게 꽉 묶어 놓았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네. 상관말고 자네나 금덩어리를 가지고 가게나.』
하므로, 은을 가진 사나이는 이 친구는 별 도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자기가 짊어진 은을 모두 버리고 거기에 있던 금 덩어리를 욕심껏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의 부모는 아들이 금 덩어리를 잔뜩 등에 지고 오는 것을 멀리서 보고,
『잘 돌아왔다. 너는 참으로 영리하다. 이렇게 많은 금 덩어리를 가지고 왔으니 이제부터는 부자가 되어서 우리들도 고생을 안하고 처자와 하인들도 다 편안히 살 수가 있게 되었구나. 그리고 스님과 바라문에게도 공양을 바칠 수 있으니 장래에 선보(善報)를 받게 될 것이다.』
하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는 것이었다.
한편, 삼을 가지고 온 사나이는 슬며시 집으로 들어갔다. 이것을 본 부모는 아들에게 넋두리를 퍼부었다.
『이 바보 자식아. 그러고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단 말이냐! 그 따위 삼 같은 것을 짐짝만큼 지고 와서 어쩌할 셈이냐? 그걸로 밥이 입에 들어간단 말이냐? 그 삼으로 부모, 처자를 먹여 살릴 수가 있단 말이냐! 이 못난 자식아!』
선(善)을 보고 이것을 취(取)하지 않는 자, 악을 보고 이것을 버리지 못하는 자는 삼을 짊어진 사나이 모양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사람이라는 이야기인 것이다.
<中阿含經 第十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