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아난동학경(佛說阿難同學經)

불설아난동학경(佛說阿難同學經)

후한(後漢) 안식국삼장(安息國三藏)안세고(安世高) 한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바가바(婆伽婆)께서 사위성(舍衛城)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이 때 사위성에 굴다(掘多)라는 비구가 있었으니, 이 사람은 존자 아난과 어렸을 때에 함께 공부한 친구로 매우 사랑하고 공경하며 친근히 여겨 한 번도 성내거나 노한 적이 없는 사이였다.

그러나 그는 범행을 닦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계율을 버리고 도로 속인이 되려고 하였다.

그 때 아난은 세존이 계신 곳으로 찾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서 세존께 아뢰었다.

“이 사위성에 굴다라는 비구가 있는데, 이 사람은 제가 젊고 어렸을 때에 함께 공부하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가 범행 닦기를 감당하지 못해 계율을 버리고 도로 속인이 되려 합니다. 원컨대 세존께서 굴다 비구에게 설법하시어 이 현재의 법 가운데서 깨끗하게 범행을 닦게 하여 주소서.”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네가 저 굴다 비구의 처소로 가 보아라.”

아난은 대답했다.

“그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곧 굴다 비구가 있는 곳에 이르러 말했다.

“세존께서 그대를 부르오.” “예, 알겠소.”

굴다 비구는 아난의 전갈에 따라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갔다. 도착하자
곧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이 때 세존께서 굴다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비구야, 너는 참으로 범행을 닦기를 좋아하지 않아 계율을 버리고 도로 속인이 되려 하느냐?”

비구가 대답했다.

“참으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 하면 저는 몸이 왕성하고 욕정도 왕성해 청정하게 범행(梵行)을 닦을 수 없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여인에게는 다섯 가지 더러운 행(行)이 있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비구야, 여인은 냄새 나고 더러우며 말이 추악하고 반성하는 마음이 없으며, 마치 독사같이 항상 독기를 품는다.

이 여인들은 악마의 무리를 이롭게 하는 것이어서 해탈을 얻기 어렵다. 또, 수갑이나 족쇄와 같으니 여인은 친하고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

마치 먹어서는 안 되는 독약과 같아서 여인은 소화시킬 수가 없다. 또, 금강석과 같아서 사람의 몸을 무너뜨린다.

비구야, 또 화염과도 같나니, 마치 저 아비지옥과 같다. 비구야, 여인을 관찰해서는 안 되니, 마치 저 냄새 나는 똥과 같다.

비구야, 여인의 목소리를 들어서는 안 되니, 마치 죽은 자의 소리와 같다. 비구야, 여인은 감옥과 같으니 마치 비마질다(摩質多:巧幻術)의 뇌옥과 같다.

비구야, 여인은 원수이고, 또 독사와 같다. 비구야, 반드시 멀리멀리 여의어야 하나니, 마치 악한 친구와 같다. 비구야, 여인은 두렵고 무서운 것이니, 마치 도둑의 부락과 같다. 비구야, 사람의 몸은 얻기가 어려우니, 마치 우담발(優曇鉢)꽃과 같다. 비구야, 사람의 몸은 매우 얻기 어려우니, 마치 구멍이 하나 있는 판자를 물 위에 띄우면 수만 년이 지나야 눈먼 거북이가 겨우 그 구멍을 만나는 것과 같다.

비구야, 시절도 또한 만나기 어려우니, 여덟 가지 때[八時]는 제외한다. 너 비구는 이미 사람의 몸을 얻었으니 이것은 모두 과거의 행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비구야, 불세존이 출세하시는 것은 매우 만나기 어려우니, 마치 석녀(石女)에게 자식이 없는 것과 같다. 비구야, 여래가 세상에 나오시는 것은 매우 만나기 어려우니, 또한 우담발꽃과 같다.

비구야, 너는 이미 사람의 몸을 얻었고, 이미 구족계를 받았고, 또한 대중 속에 들어왔으니, 마치 국왕의 높은 은총을 받은 것과 같다.

또한 사람을 위하여 ‘망념을 쉬고 지관(止觀)을 닦으면 열반의 경계에 이르고 피안에 이른다. 여래께서는 이 법을 잘 설명하신다’고 설법하였다.

너 비구야, 깨끗이 범행을 닦으면 반드시 괴로움의 근원을 없애리라.”

이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훈계를 받고 곧 그 자리에서 번뇌가 없어져 법의 눈[法眼]이 깨끗해졌다.

그 비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나와 돌아갔다.

이 때 그 비구는 세존의 이 교계를 듣고 나서 어느 조용한 곳에서 지내며 스스로 즐거워하였다.

조용한 곳에서 지내며 스스로 즐거워하였기 때문에 이 족성자(族姓子)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여래가 계신 곳에서 위없는 범행을 닦았다. 그리하여 살고 죽는 근원을 다하고 범행은 이미 이루어지며 할 일을 모두 마쳐 다시는 모태(母胎)를 받지 않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 때 그 비구는 곧 아라한이 되었다.

이 때 존자 굴다는 세존 계신 곳에 이르러 머리를 숙여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께서 교계하신 것을 이미 다 깨달았습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제가 반열반에 드는 것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세존께서는 잠자코 계시면서 대답하지 않으셨다.

존자 굴다 비구는 두세 번 아뢰었다.

“세존의 가르침을 이미 다 깨달았습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제가 반열반에 드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지금이 바로 그 때다.”

굴다 비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숙여 발에 예배하고 세존을 세 바퀴 돌고는 물러갔다.

자기 방에 돌아와서는 좌구(坐具)를 걷어 땅바닥에 펴고는 이내 허공에 올라 여러 가지 변화를 나타내었다.

혹 한 몸이 변화하여 여러 개의 몸이 되기도 하고, 혹 여러 개의 몸이 변화하여 한 몸이 되기도 하며, 혹 돌이나 쇠가 되기도 하고, 혹은 금강(金剛)이 되기도 하며, 혹 장벽과 성곽이 되기도 하고, 혹 높은 산 석벽이 되기도 하고는 모두를 거침없이 통과하며, 땅에 나왔다 들어갔다 하기를 마치 흐르는 물이 막힘이 없는 것같이 하였다.

가부좌를 하고 앉으니, 허공 중에 가득 차서 큰 불꽃 같기도 하고, 나는 새 같기도 하였다. 이처럼 큰 위신이 있고, 큰 힘이 있어 손으로 해와 달을 문지르고 몸을 변화시켜 범천에 이르며 허공 중에서 앉고 눕고 거닐었다. 혹은 연기와 불꽃을 나타내기도 하였는데 몸 아래에서 연기가 나오면 몸 위로는 불이 나오고, 몸 위로 연기가 나오면 몸 아래로 불이 나오며, 왼편에서 연기가 나오면 오른편에서는 불이 나오고, 오른편에서 연기가 나오면 왼편에서 불이 나오며, 앞에서 연기가 나오면 뒤에서 불꽃이 나오고, 뒤에서 연기가 나오면 앞에서 불꽃이 나오며, 온몸에서 연기가 나오기도 하고, 온 몸에서 불꽃이 나오기도 하고, 온 몸에서 불이 나오기도 하였다.

이 때 그 비구는 도로 신통을 거두고 혼자서 자리에 나아가 가부좌를 하고 앉아 몸을 곧게 하고 뜻을 바루고 생각을 전일하게 하여 이내 초선(初禪)에 들어갔다. 초선에서 일어나서는 제2선으로 들어가고, 제2선에서 일어나 제3선으로 들어가고, 제3선에서 일어나 제4선으로 들어가고, 제4선에서 일어나 공처정(空處定)으로 들어가고, 공처정에서 일어나 식처정(識處定)으로 들어가고, 식처정에서 일어나 불용처정(不用處定)으로 들어가고, 불용처정에서 일어나 유상무상처정(有想無想處定)으로 들어가고, 유상무상처정에서 일어나 상지멸삼매(想知滅三昧)로 들어갔다. 상지멸삼매에서 일어나서는 유상무상처정으로 들어가고, 불용처정, 식처정, 공처정, 제4선, 제3선,제2선, 초선으로 들어갔다. 다시 초선에서 일어나 제2선, 제3선으로 들어갔다.

이 때 존자 굴다는 제4선에서 일어나 곧 몸과 목숨을 버리고 무여열반(無餘涅槃)의 경계에서 문득 반열반하였다.

이 때 아난은 존자 굴다의 사리(舍利)에 공양하고, 세존이 계신 곳에 이르러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세존께 아뢰었다.

“저 굴다 비구는 여래로부터 교계를 받고 조용한 곳에 머물며 스스로 즐거워하였습니다. 그런 까닭에 이 족성자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복을 입고 믿음이 견고해져 출가하여 도를 배우며 위없는 범행을 닦았습니다. 그리하여 생사의 근원을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모태를 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 존자 굴다는 이미 반열반하였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매우 기이하고 매우 특별하구나. 아난아, 불세존은 한량없는 지혜를 성취하여 굴다 비구로 하여금 생사의 못을 건너게 하였다. 아난아, 이처럼 여래는 행해야 할 바를 이미 구족하였으니, 무수한 백천 중생을 제도하여 생사의 못을 건너게 하는 것과 장차 제도할 일이겠느냐? 그러므로 아난아, 부처와 법과 승가에게 사랑하는 뜻을 발하여야 한다. 아난아, 마땅히 이렇게 배워야 하느니라.”

이 때 존자 아난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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